[미션 톡!] 목회자의 마음을 흔든 어느 무기수의 편지

손동준 2025. 4.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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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온 한 통의 편지가 목회자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품어온 전웅제 경기도 의정부 하늘샘교회 목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무기징역수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전 목사는 "이번 편지를 받은 뒤 신기하게도 한동안 교회에 오지 않던 아이가 찾아왔고 다음 날엔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왔다"며 "20일 부활절 예배엔 그 둘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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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제 의정부 하늘샘교회 목사
‘그때 목사님 같은 분 만났었다면…
외로워 잡은 손이 무기징역으로’
안타까운 편지에 사역 돌아봐
전웅제 의정부 하늘샘교회 목사는 자신을 ‘무기징역수’라고 소개한 발신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왼쪽 사진은 전 목사가 소개된 SNS 화면, 오른쪽은 편지 원문. 전 목사 제공


교도소에서 온 한 통의 편지가 목회자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을 품어온 전웅제 경기도 의정부 하늘샘교회 목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무기징역수의 편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에는 최근 그가 교도소에 수감 중인 40대 남성에게 받은 편지 내용이 담겼습니다.

편지는 다섯 장 분량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하늘샘교회를 소개한 신문기사를 봤다는 발신인은 자신을 ‘무기수’라고 소개하며 “내겐 신앙이 없지만 목사님께 꼭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털어놓았습니다. 부모와 보호자를 잃고 반복된 가출 끝에 결국 범죄에 연루돼 수감 중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제 곁에 목사님 같은 분이 있었다면 저는 매일 교회에 갔을 겁니다. 그랬다면 아마도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 편지를 받은 전 목사는 14년 전 경기도 의정부 하늘샘교회에 부임했습니다. 성도 한 명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교회였습니다. 주변엔 학교가 세 곳, 낡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흔하게 보였습니다.

“당시 아무도 찾지 않는 교회를 개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아이들과 마주쳤습니다. 이 친구들이 마음껏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교회를 피시방처럼 꾸미고 만화책과 코인노래방도 들여놨죠.”

입소문은 금세 퍼졌고 하루 수십 명의 아이가 교회를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역은 지난해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소개됐습니다. 당시 기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회자되며 “오랜만에 응원하고 싶은 목사님”이라는 반응을 얻었고 “교회는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유일한 공간이었다”는 청소년들의 경험담도 이어졌습니다.

전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기가 외로워서 잡은 손이 결국 무기징역으로 이끌었다”는 편지의 표현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지로 자신의 사역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교회를 지키는 일이 때론 허무하고 외로운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죠. 마음을 다해 섬겼던 아이들이 떠나기도 하고, 어떨 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를 알려주는 하나님의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전 목사는 “이번 편지를 받은 뒤 신기하게도 한동안 교회에 오지 않던 아이가 찾아왔고 다음 날엔 또 다른 친구를 데리고 왔다”며 “20일 부활절 예배엔 그 둘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교회의 사명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요즘 교회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결핍된 사람, 외로운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기도하고 싶을 때 문을 두드리면 누구든 들어와 쉴 수 있는 곳, 교회가 그런 ‘환대의 공간’으로 회복되길 바랍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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