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장이 움트는 기회… 소망 품고 다시 도전하라
미래는 깜깜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수많은 20, 30대 청춘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나둘씩 친구들이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조바심이 난다.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다 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대학에 합격하면 지긋지긋한 입시 지옥은 끝일 줄 알았는데 여전히 시험의 연속이다. 줄 서기 경쟁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서열이 매겨진 붕어빵 찍어내는 사회에서 주위로부터 무언의 압박감이 숨을 조여온다.
인생은 흘러간다. 실패해도, 낙방해도, ‘그래도’ 괜찮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할 뿐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고 서른일곱 살에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지독한 가난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살아있는 동안 그림을 한 점도 팔지 못했지만 그는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유일한 시간은 내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릴 때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은 나를 꿈꾸게 한다”며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화상, 교사, 목회자, 책 판매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던 그는 1880년 스물일곱 살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10년간 10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아를의 여인’ ‘씨뿌리는 사람들’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그가 죽은 후에 빛을 발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도 40대 중반에서야 주목을 받았다. 1822년 의학을 한 학기 공부하던 그는 칸트와 플라톤 철학을 공부했다. 10년 뒤 30대에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었지만 헤겔 강의 시간과 같은 시간에 강의를 개설해 빈 강의실에서 강의해야 했다. 1840년 논문을 덴마크 왕립 학술원에 지원했지만 수상하는 데 실패한 뒤 학계를 떠나 은둔의 삶을 택했다. 저서 발표에도 주목받지 못해도 불행해 하지 않았다. 자신의 천재성이 후대에 평가받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40대 중반부터 저서와 함께 명성이 높아졌다. 60대에는 본대학교를 포함해 세계 여러 대학에서 그의 철학을 주제로 강의가 열릴 만큼 이름을 떨쳤다.
노년의 쇼펜하우어는 “나는 이제 여정의 목적지에 지쳐 서 있다. 지친 머리는 월계관을 쓰고 있기도 힘들구나. 그래도 내가 했던 일을 기쁘게 돌아보는 것은 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리라”고 했다.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꿈을 이룬 아이콘 중 한 명은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양부로부터 어린 시절 성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다. 마약과 술 중독에 빠지고 16세에 임신을 하고 미혼모가 되기도 했다. 흑인여성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시달리고 좌절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장 큰 도전은 당신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진정한 성공은 당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이루어진다.” 그녀가 남긴 멋진 말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실패 지점’이라는 말이 있다. 근육이 완전히 피로해져서 더 이상 올바른 형태로 해당 운동을 반복할 수 없는 지점을 말한다. 그러나 근육이 피로해져 근섬유 손상이 일어나면 회복 과정에서 더 크고 강하게 재생돼 근육 성장의 촉매제가 된다. 근육을 한계 상황까지 밀어붙이며 실패 지점을 한 단계씩 올려가면 근력과 체력을 키워갈 수 있다. 도전하는 것은 아름답다. 실패하는 사람은 지레 겁부터 먹고 좌절하고 꿈을 포기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절망과 실패를 딛고 점프한다.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내고 낮아지는 겸손을 배운다.
무엇을 해도 안 될 때 절망하지 말라. SNS에서 따뜻한 그림과 위로의 글귀를 전하고 있는 햇살콩 김나단 김연선 선교사 부부는 ‘하나님의 때’에서 실패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실패와 성공에 집중하기보다 지금 걷고 있는 과정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너를 평가하는 다른 기준에 억지로 꿰맞추지 마라. 손해 보는 감정이 거친 파도처럼 일어날 때면 내가 네게 부어준 삶의 감사들을 되짚어 보렴. 다른 이와의 비교를 그만 멈추렴. 비교하는 시간과 감정은 너를 어두운 웅덩이 속에 더 깊이 밀어 넣는 일이야 그런 생각이 가득 차면 ‘나는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으로 창조되었고,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길 바란다.”
MBC 기자 출신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는 ‘답답답2’에서 “예수 믿기 전에는 무엇이든 내 힘으로 하려 한다. 하지만 예수를 믿고 나서는 내 힘을 빼야 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주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힘을 빼는 일이다”고 했다.
그는 47세에 새벽기도에 간 부인을 데리러 갔다가 하나님을 믿게 됐다. 예수 믿기 전의 자신은 주어진 일을 죽기 살기로 하는 사람이었고 일정 정도 성과도 냈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을 힘들게 하고 주변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내 힘으로 하는 일은 불완전하다. 하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하는 일은 선하고 아름답다”고 증언한다.
세상이 우선순위에 놓는 것과 하나님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정반대일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세상에서의 실패는 하나님 기준으로 보면 더 좋을 것을 주기 위한 기회이자 성공일 수도 있다. 실패해도, 낙방해도 너무 좌절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심리학 용어로 ‘쾌락 적응’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긍정심리학자인 소냐 류보머스키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2013년 국내 출간된 저서 ‘행복 신화’에서 제시한 이론이다. 처음에는 작은 아파트라도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그걸 갖고 나면 더 큰 아파트를 원하게 되듯 행복감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불행도 마찬가지다.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면 여기에 적응해 충격과 고통을 완화해주는 면역체계가 사람의 마음속에 있어서 불행도 적응이 된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부자는 많은 걸 가진 사람이 아니라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는 말을 남겼다. “행복의 본질은 외적 요인에 가능한 한 적게 좌우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도 했다.
성경 속에도 실패를 딛고 일어서 성공을 이룬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인간의 나약함으로 무너졌던 인물들은 깨어짐을 통해 겸손과 유한함을 배우고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신 하나님 품으로 돌아온다. 다윗은 양치기 소년에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돌팔매 하나로 거인 골리앗과 맞서 승리하고 사울 왕의 박해를 받아 피해 다녔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하며 용기를 잃지 않았고 결국 위대한 왕의 자리에 올랐다. 다윗은 왕의 자리에서도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고 우리아를 전쟁터로 보내 죽게 했다. 그러나 회개하고 돌아왔을 때 하나님은 용서하셨다.
요셉은 형들에게 배신당하고 노예로 팔려가는 등 극심한 고난을 겪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애굽의 총리가 되어 가족을 구원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살렸다. 요나의 말에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하여 회개한 니느웨 사람들도 악한 길에서 돌이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나님께 도우심을 구하고 노력하면 하나님은 응답해 주신다. 실패를 통해 인간의 연약함과 인내, 지혜, 믿음을 배우고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을 받는다.
존 오트버그 목사는 저서 ‘삶을 바로잡을 용기’에서 “완벽에 이르지 못했다고 자책해서는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완벽은 영적 삶을 죽이는 주범이다. 우리는 완벽이 아니라 성장을 추구한다”며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실패도 유용하게 승화시킨다”고 했다.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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