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멎으라” 가자 향했던 교황의 마지막 메시지…생전의 염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마지막 메시지는 ‘평화’였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부활절 메시지에서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아파하며, 평화를 호소했다. 정치적 중립 명분을 내세워 침묵하지 않았고, 인류의 고통을 좌시하지도 않았다. 팔레스타인인을 포함해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받은 많은 이들은 21일 교황이 선종하자 누구보다 더 큰 슬픔에 잠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퇴원한 후에도 가자지구에 매일 전화해 현지 상황을 묻고 안전을 당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3년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후 가자의 성가족성당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성가족성당의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BBC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통화가 부활절 하루 전날인 19일 밤이었다고 했다. 로마넬리 신부는 “교황께서 1년 반 이상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으며, 몇 가지 아랍어 구절도 배우셨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220925001
교황은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에 무력 충돌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연이어 내놨다.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을 바티칸에서 만나 위로했고, 평화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제사회의 빈번한 분쟁에서 일방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을 경계해왔지만, 가자에서는 예외였다. 전쟁이 길어지고, 이스라엘의 일방적 무력 침공, 난민 강제이주와 노골적인 영토 확장 의욕이 뚜렷해지자 입장은 점차 선명해졌다. 교황은 건강이 악화해온 지난해 연말부터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의 무력 행위를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교황은 가자 전쟁을 방치하는 국제사회를 질타했다. 그는 “1년 전 증오의 도화선에 붙은 불은 국제사회와 가장 강력한 국가들의 부끄러운 무능 속에서 폭력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폭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여부를 국제사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21일 연례 성탄 연설에서는 가자의 민간인 희생을 두고 “어린이들이 폭격당했다. 이는 잔학행위이며 전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에는 “병원이 파괴되고 에너지 망이 공격받아 아이들이 얼어 죽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평화에 대한 교황의 각별한 관심은 역사가 깊다. 2014년 중동을 방문한 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뒤 서안지구 베들레헴을 방문했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베들레헴을 먼저 찾았다. 서안지구를 둘러싼 분리장벽에 이마를 대고 기도하는 모습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안지구에 있는 문터 아이작 목사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며 “그는 중립이 때로 불의에 동조하는 침묵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한 분이었다”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바티칸의 지적이 균형감을 잃었다”거나 “이스라엘 공습은 방어의 일환”이라며 반감을 드러내 왔다. 드로르 에이다르 전 주이탈리아 이스라엘 대사는 “(그는) 가자의 아이들만 언급했지, 이스라엘 아이들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교황 장례식에 참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비극은 계속됐다. 알자지라는 21일 가자지구에서 최소 29명, 22일 새벽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공습으로 2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예멘 전역을 대상으로 한 미군의 공습도 이어졌다. 2023년 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에서 약 5만1000여명, 이스라엘에서 약 11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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