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가 배민 하청 운영?···협력사 하청 구조에 ‘부글부글’하는 라이더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 사이에서 배민이 협력사로 두고 있는 ‘배민커넥트 비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라이더 양대 노조 중 한 곳인 배달플랫폼노조 간부가 협력사를 운영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배민커넥트 협력사는 일종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하청업체다. 배민이 라이더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협력사 모델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와중에 교섭대표노조 간부가 협력사 운영에 관여했다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배민은 지난해부터 지역별로 배민커넥트 협력사를 모집했다. 쿠팡이츠가 쿠팡이츠플러스라는 협력사 모델을 도입하며 배달시장 점유율을 높이자 배민도 ‘지역 배달대행업체와의 상생 모델’을 내세우며 협력사를 뒀다.
협력사는 배민 라이더를 직접 모집·관리하고 배민에서 제공하는 배달 물량을 수행한다. 협력사 라이더는 배민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직영 라이더와 달리 협력사로부터 정산을 받는다. 협력사 라이더가 수행하는 배달 단가는 배민의 요금 정책에 따른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직영 라이더보다 배달 단가가 낮다고 한다.
노동계는 배민이 직영 라이더와 별도로 협력사를 둔 의도가 라이더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면서도 배달 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배민은 피크타임·비피크타임으로 나눠 시간대별 목표물량을 주는 식으로 협력사를 관리한다. 협력사가 시간대별 목표물량을 채우면 ‘세트비’라는 업체 운영비를 지급한다. 협력사 사장 입장에선 세트비를 받기 위해 소속 라이더들이 최대한 배달 콜을 많이 수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알바몬 등 아르바이트 공고 사이트에 올라온 협력사 라이더 모집 공고를 보면 ‘수락률 90% 이상’ 등 조건이 붙어 있다. 라이더가 받은 콜 10개 중 1개만 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부 협력사는 라이더 출·퇴근을 관리하거나 1500개 등 일정 배달 건수를 달성하면 정산금을 더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협력사들이 라이더 수, 콜 수락률 등으로 경쟁할수록 배민은 직영 라이더만 둘 때보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법적으로 사용자 책임은 협력사에 있으니 인사·노무 관리도 떠넘길 수 있다. 협력사 하청 구조는 라이더들의 기본 배달 운임을 낮추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민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직영 라이더와 협력사를 비교해보면 협력사에 콜이 몰린다. 대다수 협력사들도 ‘우선 배차권’을 광고한다”며 “낮은 단가로도 배달을 수행하는 협력사가 있으니 라이더 기본 배달 운임이 올라갈 수가 없다”고 했다. 구 위원장은 “지역에 따라 직영 라이더와 협력사 비중이 5 대 5인 곳도 있지만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협력사 비중이 더 높다”며 “비수도권에서는 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협력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배민 협력사 하청 구조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에서 배달플랫폼노조 간부들이 배민 협력사를 운영한다는 의혹이 나오며 배민이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최근 라이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라이더로부터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지 않고, 라이더 수락률이 낮으며, 세트비 일부를 라이더와 나누는 등 처우가 좋은 협력사에 채용 여부를 문의했더니 배달플랫폼노조가 운영하고 있다며 노조 가입을 유도했다는 녹취파일이 올라왔다. 배달플랫폼노조가 운영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협력사 상호의 사업자 정보를 검색해보니 대표자가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 명의였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플랫폼노조 간부가 협력사 라이더에게 주급 정산내역서를 전송했을 뿐더러 정산금 지급 계좌 명의도 홍 위원장이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배민과 배달플랫폼노조 간부들을 노조 지배개입 및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할 예정이다.
배달플랫폼노조는 의혹을 부인했다. 노조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한 협력사와 일종의 협약을 맺어 조합원들에게 좋은 처우를 제공한 것이 와전된 것이지 협력사를 운영한 바 없다고 했다. 노조는 비영리단체라 사업자를 낼 수도 없으며 배달플랫폼노조도 하청구조를 반대한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본인 명의의 사업자등록증에 대해 “사업자등록증을 낸 바 없다. 사실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배민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알지 못했을 뿐더러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보유 라이더 숫자,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으로 배달 대행사의 배민커넥트 비즈 설립 자격을 확인하는 것이지 노조 가입 여부 등은 확인할 수 없다”며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어 사업자 명의가 가입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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