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완공 S-OIL 샤힌프로젝트…‘석화판 빅쇼크’ 우려

고은결 2025. 4. 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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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정유·석화 통합공정 건립사업
2026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 하반기 상업 가동
공멸위기 석화업계, NCC 경쟁력 타격 불가피
정유업 불황에 재무부담도 확대될 듯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에쓰오일 제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지역에 정유·석화 통합 공정(COTC)를 짓는 사업으로, 정유에서 석유화학 제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갖춰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에 따라 완성될 9조원 규모(정유·석화)의 초대형 설비 투자가 석화업의 고질적인 공급과잉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써 가뜩이나 중국발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도 추가로 저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에쓰오일은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진행된 대규모 투자에 일정 수준의 재무 건정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샤힌 완료시 年 320만톤 석화제품 생산

22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의 공정률은 60%를 넘었다. 내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 하반기 상업가동이 예상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약 320만톤(t)의 석유화학제품을 추가로 생산하게 돼, 에쓰오일의 석유화학제품 생산 비중은 기존 12%에서 25%로 늘게 된다. 주요 시설은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연간 에틸렌 생산량 기준 180만t),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설비 등이다.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샤힌 프로젝트가 국내 정유사 최초의 COTC 시설이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최근 당면한 국내외 시장 상황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기색이 역력한 게 사실이다. 석유화학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설비 증설이 맞물리며 글로벌 공급과잉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후년 샤힌 프로젝트를 통한 생산이 본격화되면 국내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입지는 더 흔들릴 수 있다. 기존 NCC 업체들은 원유를 수입해 나프타를 분해한 뒤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지만, COTC 시설이 있으면 원유에서 곧바로 기초유분을 뽑아낼 수 있다. 원유에서 에틸렌을 얻는 NCC 설비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에서 훨씬 앞서는 만큼, 제품 생산에 돌입하면 기존 NCC 업체들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에쓰오일 등이 COTC 기반 샤힌 프로젝트로 본격 제품을 생산하기 전 산업 전체의 구조 개편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크다. 사실상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단 분석이다. 더구나 국내에선 다운스트림(후공정) 수요 부진으로 내수가 무너진 상태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에틸렌 수출 규모는 총 184만9000t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84만8000t)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내수 비중이 높은 기초 유분의 수출 확대는 남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낸 것이란 해석이 많다.

BCG “동북아 석화, 2030년까지 불황”

동북아시아 역내 시장 상황도 어둡다. 국내 석유화학 사업재편 컨설팅 용역 업무를 수행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동북아 석유화학 시장과 관련해 최소 2030년 이전까진 다운턴(불황)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석화사들은 동북아 권역 공급과잉으로 2022년을 기점으로 올레핀(에틸렌, 프로필렌 등 탄소간 이중 결합을 갖는 화합물) 체인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진 상황이다.

이미 중국은 2018년부터 석유화학 자급화를 추진하며 NCC를 대거 증설했다. 2020~2024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분(4500만t) 중 절반 이상인 2500만t이 중국에서 늘어났는데, 이는 한국 전체 생산능력의 두 배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발 상호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며, 향후 25% 관세가 실제 적용되면 대미 수출 물량이 아시아 시장으로 역류해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BCG는 과거처럼 내수 중심 버티기로는 극복이 어렵고, 대응이 늦으면 구조 재편 시점을 실기할 수 있단 경고를 덧붙였다.

이에 국내 주요 NCC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가동률을 낮추고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선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에틸렌 가격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산비가 높은 중소형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도 3.5조 투입 S-OIL, 순차입금 의존도 이미 25% 육박

한편, 정유업황이 나빠진 가운데 샤힌 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에쓰오일의 재무 부담도 늘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올해 샤힌 프로젝트에 전체 투자금액의 37.7%인 3조487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3년 샤힌 프로젝트 투자 금액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앞서 ▷2022년 406억원 ▷2023년 1조4640억원 ▷2024년 2조607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사업을 확장해 사업 다각화 및 수익 창출능력 제고를 추진한단 계획이다. 다만 현재 재무 부담은 늘고 있다. 연결기준 에쓰오일 순차입금은 2022년 말 3조7580억원, 2023년 말 3조8617억원, 지난해 말 6조459억원으로 증가했다. 에쓰오일 순차입금 의존도는 2022년 말 19.2%에서 작년 말 24.7%로 높아졌다.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다. 에쓰오일 당기순이익은 2022년 말 2조1044억원에서 2023년 말 9488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엔 당기순손실(1930억원)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률도 5.0%, 2.7%, -0.5%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181.2%다.

이런 가운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정유사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에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에쓰오일올해은 지난해 정유사업에서 영업손실 2734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이 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적 개선 요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도 기대하기 힘들단 점에서다. 대한석유협회는 최근 설명회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추세와 달리 주주환원 정책도 약화되고 있다. 에쓰오일이 최근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공시에서 밝힌 2025~2026년 배당성향 가이드라인은 ‘20% 이상’이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에쓰오일의 평균 배당성향이 39%(순손실 기록한 2020년 제외)인 점을 고려하면 감소한 수준이다. 실적 저하에 고배당주 타이틀까지 사라지며 올 들어 주가는 6만원선이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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