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 출신 교황 선출될까... '깜짝 후보' 유흥식 추기경 콘클라베 참가
후보군 예측 불허...유럽 vs 비유럽 대결
유일 韓추기경 유흥식, 잠재 후보 거론도
차기 267대 교황은 누가 될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함에 따라 애도 기간을 거친 후 신임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절차가 시작된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유흥식 라자로(74)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고, 피선거권도 있어 차기 교황 후보군으로 기대를 받는다.
바티칸의 전통 '콘클라베'...후보군 138명
교황은 종신 임기직으로, 한번 선출되면 사망이나 유고 전까지는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선출 절차가 매우 엄격하고 복잡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교황의 궐위가 확인되면 교황 선출 절차를 규정한 '주님의 양떼(Universi Dominici gregis)' 교황령에 따라 궐위 20일 이내에 전 세계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참석하는 콘클라베에서 교황을 선출한다. 추기경들은 미켈란젤로의 벽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에 모여 투표를 통해 차기 교황을 선발한다.
교황 선출 방식은 '콘클라베'(열쇠로 잠그는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불리며 철저한 보안 속에서 비밀 서면 투표를 통해 진행된다. 추기경들은 특정한 후보를 정하지 않고 '나는 교황을 뽑는다'라고 적힌 투표지에 차기 교황 적임자를 한 명씩 적어내는데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총투표자 수의 3분의 2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절차를 반복한다. 30차례의 투표에도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과반수 득표자를 교황으로 선출한다. 이 기간 추기경들에게 포도주와 물, 빵이 공급되고 외부와의 소통이 금지된다.
교황청은 교황 선종 이후 선거 자격을 갖춘 전 세계 138명의 추기경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둔 상태다. 교황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추기경은 천주교 최고위 성직자로 교황의 최측근이자 자문단이다. 그 나라의 교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개국 1, 2명으로 만 80세까지 교황 선거권을 갖는다.
한국은 염수정 안드레아(82) 추기경과 유흥식 추기경이 있지만 만 80세 이하인 유 추기경만 참여 자격이 부여된다. 1951년생인 유 추기경은 이번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은 물론 피선거권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1978년 8월과 10월 투표 이후 약 47년 만이다. 두 차례 모두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참가했다.
'제3세계' 깜짝 후보 거론...유흥식 추기경 누구?
교황 선출 과정이 워낙 비밀리에 진행되기 때문에 누가 후임 교황이 될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비유럽권인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전 세계적 신망을 받았기 때문에 후임 교황의 출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유럽 출신 교황의 전통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가톨릭의 확산을 위해서 비유럽 출신 전임 교황을 계승할 인사가 선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계 출신 교황은 없었다.
유일한 한국인 후보인 유 추기경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연을 시작으로 교황청 인사들과 오랫동안 인맥을 쌓았고, 교인이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에서 선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유럽(54명) 다음으로 많은 추기경을 보유한 지역은 아시아(21)다. 아프리카(17명), 북아메리카(16)명, 남아메리카(15명) 출신 추기경이 결집한다면 제3세계 인물이 얼마든지 유력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유 추기경을 동양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깜짝' 후보로 주목하기도 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추기경은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뜻을 기려 세운 논산 대건고 출신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세례를 받아 신자가 됐다. 1979년 대전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고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성직자부 장관은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요직이다.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오른 첫 사례다. 당시 서구 중심의 가톨릭 인맥에서 벗어나 개혁을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이 들어간 파격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에는 김수환·정진석·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한국인 네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에서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뒤 로마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아 교황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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