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집권 반드시 막는다”… 국민의힘·한덕수·반명 물밑접촉 중[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전임기자 2025. 4. 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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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한덕수 단일화론과 빅텐트론
국민의힘, 한덕수와 단일화 후 반명 빅텐트 추진… 민주당류 반명그룹 등과 다층 연대 꾀해
최종 ‘국민후보’ 결정 위해 ‘기호 2번’ 포기 각오… 국민에 ‘집권 후 연정’ 비전 제시 구상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의 고민은 두 가지다. 후보들의 지지율이 모두 고만고만하다는 것, 탄핵당한 정당의 후보로는 득표력에 한계가 뻔하다는 것. 국민의힘 안팎에서 ‘2단계 연대론’이 떠오르는 배경이다.

먼저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와 단일화를 이루고, 이어 더불어민주당류 반명 세력 및 이준석 등과의 빅텐트를 통한 선거 연대로 대선 승리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미 물밑 접촉이 늘고 있다. ‘국민 후보’가 결정되면 ‘기호 2번’은 포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벼랑 끝에 선 보수

‘윤석열 탄핵’으로 보수는 폐족 위기에 처했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이후가 그랬다. 당시 보수는 대선(2017년)·지방선거(2018년)·국회의원 총선거(2020년) 등 주요 선거에서 내리 참패했다. 2017년 대선 득표율은 문재인·안철수·심상정 등 진보·중도가 약 70%, 홍준표·유승민 등 보수가 약 30%로 ‘7 대 3’ 득표 구도를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민주당은 내각·기관장 줄탄핵과 의회 ‘다수의 폭정’으로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다. 입법부를 독점한 민주당이 정권까지 장악할 경우 3권분립이 해체되고 민주당 독주체제를 완성시킬 것이라는 걱정이 만연한 상태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인물만으로 경선을 치러 대선 후보를 결정해봤자 본선 무대에서 이재명에게 참패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유지된다고 할 때 6·3대선의 득표율은, 이재명에 대한 대중의 강한 비호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6 대 4’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11일 발표한 조사를 보면 이재명은 양자 대결에서 김문수에게 53% 대 35%, 한동훈에게 52% 대 32%, 홍준표에게 50% 대 38%로 앞섰다. 갤럽이 뉴스1 의뢰로 8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이재명은 김문수를 55% 대 35%, 홍준표를 52% 대 36%로, 한동훈을 52% 대 31%로 눌렀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독자 출마에 따른 3자 대결이 성사될 경우 국민의힘 후보들이 받게 될 성적표는 더 초라해질 것이다. 리얼미터 4월 3주차 조사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의 후보별 득표율은 이재명 54∼56%, 국민의힘 후보 16∼23%, 이준석 5∼6%로 조사됐다. 20% 내외의 모름·무응답층을 감안하면 대략 ‘6 대 3 대 1’의 득표 지형이 형성되는 셈이다.

◇대선 아웃소싱

국민의힘의 ‘대선 아웃소싱’은 이런 기반 위에 나왔다. “대통령직 구인광고 그만 내자”는 내부 목소리가 많았지만, 대선에서 궤멸 수준의 참패를 당할 경우 또 한 번 오랜 시간 정치적 혹한기를 거쳐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대통령직 구인광고 우선협상 대상자는 한덕수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50년 넘는 행정 경험을 갖춘 경제 전문가 이미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정 연습’ 없이도 행정부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커리어와 경륜, 그리고 보수 진영에서 보기 드문 호남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인이 유독 좋아한다는 ‘새것’ 선호도를 충족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의 ‘원픽’이 한덕수라는 말도 나돈다. 지난 8일 통화 도중에 트럼프가 한덕수의 대선 출마 여부를 직접 물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친중 노선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미국이 한국·일본·호주·인도·영국을 5대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분류한 가운데, 한덕수의 지침을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최상목 부총리 협상팀이 어떤 성과를 낼지가 한덕수의 대선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한덕수가 협상술을 발휘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받아준다면 한덕수 출마론은 더욱 힘을 받고 대선 판도 또한 급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차출론과 마주한 민주당은 다 된 밥에 코 빠트릴까 걱정하기 시작됐다. 민주당은 22일 ‘한덕수 출마용 졸속 관세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21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회의장은 한덕수 성토장이 됐다.

한덕수는 지난 20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하다가, 질문이 이어지자 “노 코멘트”라고 했다. 출마 의지가 물씬 풍긴다. 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5월 4일)을 고려하면 ‘정치인 한덕수’로 변신할 시간은 이제 10여 일 남겨 놨다.

◇연정으로 가는 길

1997년 이후 2022년까지 6번의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 사례는 4차례 있었다. DJP(1997년), 노무현+정몽준(2002년), 문재인+안철수(2012년), 윤석열+안철수(2022년). 이 중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은 2012년 사례를 제외하면 나머지 3건의 단일화는 모두 대선 승리로 귀결됐다.

1997년 단일화 후보 김대중은 이회창을 1.53%포인트 차로 겨우 이겼다. 2002년 노무현은 이회창을 2.33%포인트 차로, 2022년 윤석열은 이재명을 0.73%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이번 6·3대선을 맞아 국민의힘과 한덕수 간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다 해도 탄핵당한 보수 진영 후보로서 표를 구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오는 구상이 반명 제 세력과의 빅텐트다.

국민의힘 유력 경선 후보 측 핵심 A 의원의 말이다.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넘어 반명 빅텐트까지 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낙연·정세균 측은 국민의힘과 한덕수와의 후보 단일화가 결정되면 ‘이재명 집권 불가론’을 공통분모로 함께 가는 구상을 하고 있다. 김부겸 측도 명분만 되면 올 것으로 본다. 연대의 고리는 집권 후 연정이다.”

다음은 이낙연이 깃발을 올린 새미래민주당 핵심 인사 B 씨. “이재명 집권만큼은 막아야 한다. 당 내부에서는 반탄 세력과의 연대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재명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누구와도 연대한다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국민에게는 대선에서 힘을 합친 모든 세력이 집권 후 연정한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후보 단일화가 대선 승리로 이어지려면 ①두 후보의 지지기반이 겹치지 않아야 하고 ②단일화 경쟁에서 패한 후보 지지층 70%가 단일후보 지지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그리는 단일화+빅텐트 구상은 ①은 충족시키되 ②의 충족 여부는 미지수다.

◇미증유의 소명

국민의힘과 한덕수, 그리고 이준석과 민주당류 반명 세력까지 포함하는 대선 연대는 과연 실현될까. 미증유의 ‘보수·중도·진보 단일화’ 추진은 이재명 집권만은 막겠다는 소명을 수행할 수 있을까.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빅텐트’는 여러 정치 세력이 선거 연대 등을 목표로 힘을 모으는 것. 원래 서커스단에서 사용하는 큰 천막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정치적 연합체를 지칭하는 뜻으로 쓰임.

‘DJP’는 김대중(DJ)과 김종필(JP)이 1997년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집권 후 약 3년간 연립정부를 구성한 것.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첫 주요 대선 후보 단일화로 기록됨.

■ 세줄 요약

벼랑 끝에 선 보수: ‘윤석열 탄핵’으로 보수는 폐족 위기에 처함.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후보들의 지지율이 고만고만하며 탄핵당한 정당의 득표력에 한계가 크다는 고민에 빠짐. 이는 대선 연대론의 배경이 됨.

대선 아웃소싱: 대통령직 구인광고 우선협상 대상자는 한덕수. 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상 ‘정치인 한덕수’로 변신할 시간은 10여 일만 남겨놓은 상태. 대미 관세협상 결과가 그의 결단에 영향 미칠 것.

연정으로 가는 길: 국민의힘은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넘어 민주당류 반명 제 세력과의 빅텐트를 구상 중. 대선 연대를 위해서라면 ‘기호 2번’을 포기하겠다는 각오이며, ‘집권 후 연정’을 고리로 물밑 접촉을 시작.

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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