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에 전 세계 애도…각세웠던 트럼프, 장례식 참석 계획

이소현 2025. 4. 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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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지도자들 애도 물결 잇따라
트럼프, 멜라니아와 재집권 후 첫 외국 방문
모국 아르헨티나 7일간 국가 애도기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21일(현지시간) 88세로 선종하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와 각을 세웠던 지도자들도 교황의 마지막 길엔 넋을 기리며 경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오른쪽) 교황이 2017년 5월 24일 바티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사진=AFP)
이민정책 첨예 갈등 빚었던 트럼프, 장례식 참석 예정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교황과 그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며 교황을 추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로마에서 열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참석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정책을 공개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일에 1호 행정명령으로 불법 이민자 추방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티칸이 2024년 2월 12일에 촬영해 배포한 사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 중 인사하고 있다.(사진=AFP)
최초의 신대륙 출신 교황…모국 아르헨 7일간 국가 애도

1282년 만의 비유럽권이자 최초의 신대륙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국인 아르헨티나에 부패, 포퓰리즘, 동성 결혼과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여러 차례 정치적 발언을 했고,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역대 대통령들과 충돌했다. 2013년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그는 한 번도 고국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한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교황의 선종에 애도의 목소리를 냈다. 밀레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과거의 대립은) 오늘날 사소해 보이는 차이처럼 보일 수 있다”며 “교황의 선함과 지혜를 배울 기회를 얻게 된 것은 진정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과거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교황을 가리켜 “공산주의자들과 우호적”이며 “악한자들의 대표자”라고 불렀다. 취임 이후엔 자신의 발언이 실수였음을 인정했고, 작년 2월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교황은 주교와 추기경으로 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촌 사목에 힘썼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리기 위해 미국 성조기가 워싱턴 기념비 근처에 조기로 게양돼 있다.(사진=AFP)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이후 이웃나라인 브라질, 볼리비아, 칠레, 멕시코 및 기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방문했다. 연구기관 라티노 바로 메트로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가톨릭 신자의 비율은 54%이다. 1995년의 80%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라틴 아메리카 전체보다 63%의 높은 비율을 가지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SNS에 교황을 “가난한 자, 평화, 평등을 옹호하는 휴머니스트”라고 칭하며 교황을 알게 된 것을 “큰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글에서 “인류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수용의 목소리를 잃었다”며 “프란치스코는 항상 가난한 사람, 난민, 젊은이, 노인, 전쟁과 모든 형태의 편견의 희생자 등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편에 섰다”고 강조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교황을 “위대한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교황의 서거로 “다소 외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의 영적 리더십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교황의 서한은 “생명”이라며 “우리가 인류의 최대 선을 수호하는 인류를 건설할 수 있다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쿠바 국민은 교황의 쿠바 방문과 교황이 그들에게 전한 사랑의 메시지를 애틋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교황이 쿠바 국민에게 보여준 “애정과 따뜻한 친밀감”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교황은 미국 정부가 쿠바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중재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교황을 소외된 공동체,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수호자로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을 이 지역의 “형제”이자 “지배 체제의 불평등을 고발하고 더 인간적이고 더 정의로우며 깊이 지지하는 세상을 건설할 것을 촉구하는 분명하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 변혁적인 영적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밖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교황을 “21세기 리더십의 도덕적 책임을 재정의한, 깊은 도덕적 명료성, 영적 용기, 무한한 연민을 지닌 목자”로 기리며 애도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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