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78] 배우 박신양이 그린 사과
지난 10일 한국에서 71년간 사목한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 주교가 96세로 선종했다. ‘사과 10’은 배우이자 화가 박신양(1968~)이 두봉 주교에게서 받은 사과를 그린 회화 20여 점 중 하나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배우 박신양을 모를 리 없다. 대중에게 박신양은 재벌 2세거나, 사채업자, 아니면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영상 편지를 남기는 순정남이다. 박신양과 극 중 인물이 이질감 없이 겹쳐 보이는 것은 그가 연기를 하는 동안 ‘바로 그 사람’이 되기 위해 극한의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박신양은 현실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게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을 연기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감정과 내면을 찾는 일은 그만큼 어려울 것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박신양은 두봉 주교를 찾아갔고, 두봉 주교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뒤 헤어지는 길에 사과 두 알을 보라색 종량제 봉투에 담아 주었다. 주교가 과연 그가 유명 배우인지 알았을까 싶지만, 알았더라도 뭐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신양은 그 사과를 감히 먹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시들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림으로 남기기로 했다. 캔버스 위의 사과는 다른 여느 사과와 닮아서는 안 되고, 주교와 한 대화가 그에게 남긴 찬탄, 감동, 전율, 그리고 감사를 담아야 했다. 오랜 시간 캔버스 앞에 서서 수없이 색을 칠하고, 형을 허물어 남은 그림은 ‘가장 향기롭고 아름다운 분’을 만난 박신양의 마음의 흔적이다. 이 사과는 오롯이 화가의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애플 vs 갤럭시 AI 비교해봤더니…1600만 조회수 기록한 영상 화제
- 대법 “주민자치회 위원도 선거운동 금지 대상”
- [속보] 이재명, “취임 후 비상경제 대응 TF 구성할 것”
- LA 다저스 김혜성, 대주자로 나서 시즌 4호 도루...에드먼 복귀 이후 줄어든 입지
- 여자 탁구 신유빈, 현정화 이후 32년만에 세계대회 2개 메달 획득
- 美 육사 졸업식에서 ‘트로피 와이프’ 언급한 트럼프
- Editorial: Cut in U.S. forces in Korea could become reality—Seoul should be ready
- 김문수 “걱정 말고 사전투표 참여해달라…저도 하겠다”
- 이정후,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시즌 타율 0.281
- 근무 도중 자녀 9명 시신이 응급실로…가자 의사의 비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