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원전·탄소포집 없어도…2035년까지 탄소 61% 감축 가능”

옥기원 기자 2025. 4. 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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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내 탈탄소화를 위한 적극적인 감축 경로 평가’ 보고서
국내 한 복합화력발전소에서 수증기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제출 기한이 임박한 가운데, 재생에너지와 전기·수소차 전환 정책 등을 잘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61%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란이 많은 ‘국제감축’, 소형원전(SMR)이나 탄소포집·저장(CCS) 같은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도 충분히 ‘탈탄소화’가 가능한 경로를 제시한 것이라, 앞으로 2035 감축 목표 설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글로벌지속가능성센터(CGS)는 21일 ‘한국 국내 탈탄소화를 위한 적극적인 감축 경로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국제감축(국외에서 탄소 감축을 인정받는 것) 확대나 탈탄소 기술 개발 없이 현재 나온 대책만으로도 2035년까지 온실가스 61%를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목표치는 에너지, 경제, 토지이용, 탄소 배출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해 시뮬레이션하는 ‘글로벌 통합 평가모형’(GCAM)으로 도출된 수치로,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실제 ‘달성 경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기후솔루션은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의 ‘1.5도 기후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국내 에너지 전환과 산업, 교통 정책 등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에서 한해 2억5천만톤을, 해외 기술 투자 및 지원 등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탄소를 줄이는 국제감축과 탄소감축 기술 개발 등으로 4200만톤을 줄인다는 목표가 담겼다. 5년마다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이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담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통합 평가모형’ 분석에 따른 2035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 그래프. 재생에너지, 전기차 확대와 산업 부문 탄소 감축 정책을 확대할 경우 2035년 2018년 대비 61% 탄소를 감축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내 탈탄소화를 위한 적극적인 감축 경로 평가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한국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 중 36%(2022년 기준)를 차지하는 ‘전력’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61% 감축하기 위해선, 2023년 6%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 47%, 2035년 65%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0년 4%인 석탄발전 비중은 2035년 사실상 폐지되도록 ‘단계적 감축’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화석연료 인프라’에 고착되지 않도록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증설을 중단하고, 실제 감축 효과나 경제성 등 불확실성이 큰 원전이나 암모니아(수소) 의존도를 높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가장 최근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6%, 석탄 발전 12.9%’ 계획을 세웠는데, 보고서 제안과 격차가 크다.

또 보고서는 국내 탄소 배출 17%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에선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산업군에서 감축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석탄을 사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고로 설비 대신 수소와 전기를 이용해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기술을 확대하고, 시멘트와 석유화학 사업에선 폐합성수지 재활용 연료와 바이오 나프타 연료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통’ 부문(국내 탄소 배출 15% 차지)에선 탄소 배출을 더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가솔린과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차)보다 배터리 전기차 보급 확대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봤다. 시내버스 같은 공공차량의 전기화와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대중교통, 자전거 이용 등을 장려해 자가용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우리나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고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또 다른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소송’ 결정이 나온 뒤인 지난해 9월,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허용된 탄소 배출량(탄소예산)을 국제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할 경우 우리나라의 2035년 감축 목표가 2018년 대비 66.7%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정호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연구원은 “차기 정부는 미래 기술의 불확실성에 기대지 말고 이미 검증된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확대를 중심으로 실행 가능한 감축 경로를 세워야 한다”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 및 전력시장 제도 개선을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 신규 액화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취소, 철강·시멘트 부문 탈탄소화 등 이미 나와 있는 현실적 감축 수단에 대한 정책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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