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갔던 군인들, 尹 앞서 "의원 끌어내란 지시받아…말 안되는 임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병력을 이끌고 국회로 출동했던 군 지휘관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상관들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거듭 증언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된 윤 전 대통령은 첫 재판과는 달리 조용하게 재판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1일 오전 10시부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이 지난 14일 첫 공판에 이어 또 한번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두 지휘관이 국회를 전면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또 의원을 끌어내라는 등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란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조 단장은 "의원을 끌어내라고 (상관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터 직접, 명시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석해서도 같은 증언을 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후임대대를 이끌던)윤덕규 소령이 조 단장으로부터 인원을 다 끌어내란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했는데, 여기서 인원은 국회의원이냐 일반 사람이냐"고 묻자 조 단장은 "인원이라고 했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아닌 다른 인원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김 대대장 역시 상관인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1공수특전연단장으로부터 "'문짝을 부수고 유리창을 깨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이 같은 지시가 정상적이지 못한다고 판단해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단장은 "군인에게 지시를 이행하는 것은 목숨을 바쳐 지켜야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가치"라면서도 "그것이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대장도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두고 "임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윗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과 관련, 윤 전 대통령 측이 "지시 자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아니냐"고 집중 추궁한 데 대해서는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변론기일 때부터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한 군인들이 10여명에 불과해 의원을 끌어내란 지시를 할 수 없는 숫자의 병력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단순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병력을 보냈을 뿐 국회를 확보하거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하려는 의도다.
조 단장은 해당 질문에 "제가 그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면 시민들이 다친다. 시민과 국회(관계자들), 우리 부하들이 다 다치면서 하는 게 정상적 임무수행이냐"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시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도냐는 말"이라고 재차 묻자 "시민 안전을 고려할 수 밖에 없고 주저한 것이 상식적인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시민 안전을 확보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느냐"고 또 한번 묻자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지시가 비상식적이고 위험했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군이 출동한 것 자체에 대한 비판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대대장은 증인 신문 도중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며 "12월3일 밤 임무 받은 걸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그럼 제 부하들은 항명죄도 아니고 내란죄도 아니다"며 "제 부하들이 아무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 군이 정치적 수단에 이용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공개됐다. 과거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받았던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이다.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을 향하면서 변호인단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윤 전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긴장한 듯 보였다.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다가도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청석 방향이나, 카메라 방향을 흘끗 바라보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공판과 달리 오전에 진행된 증인신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꾸벅거리는 등 잠시 조는 모습도 보였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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