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TV 방송 100년...스트리밍 시대 방송의 미래는
[유건식의 미디어 이슈]
[미디어오늘 유건식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초빙교수]
1925년 영국 런던에서 최초로 TV로 방송한 지 100년이 흘렀다. 그동안 방송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 8K TV의 출시, 1972년 첫 케이블TV HBO의 출범, 1999년 지연 시청과 광고 회피가 가능한 티보(TiVo)의 출시, 2006년 CBS의 남자 농구 온라인 중계, 2007년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 서비스(SVOD) 시작, 2008년 온라인 VOD 서비스 훌루 출범 등을 거치면서 2025년 현재 TV 시장은 OTT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었다.
한국은 급속한 디지털 발달에 따라 어느 나라보다 일찍부터 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 등 동영상을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티빙이 있었고, 아프리카TV(현 SOOP)가 있었고, 푹(pooq)이 있었다. 현재 국내의 대표 OTT는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이 있다. 문제는 글로벌 OTT, 특히 넷플릭스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시장의 OTT 실적은 넷플릭스가 지배하고 있다. 2024년 8997억 원의 매출과 17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티빙은 매출 4355억 원으로 1879억이나 증가했지만, 여전히 영업 적자는 710억 원으로 많다. 웨이브는 영업 적자를 189억으로 감소시켰지만, 매출이 2330억 원으로 감소해 성장성에 한계를 드러냈다.
올해는 연초부터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중증외상센터', '폭싹 속았수다' 등 드라마와 예능주간(토·일·월·수·목) 편성으로 월간 이용자수가 1400만 명을 넘었다. 여기에 요금 인상 효과 등이 더해져 넷플릭스는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역대 최고의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 105.4억 달러(약 15조), 영업이익 33.5억 달러, 순이익 28.9억 달러, 영업이익률 31.7%이다.
트리플리프트(TripleLift)의 총괄 매니저 앤드류 킹은 'TV 100년' 보고서에서 “앞으로 5~10년 동안의 핵심 화두는 TV가 결국 유튜브나 피콕(NBC 유니버설 OTT)처럼 변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그만큼 TV의 미래는 현재와 다른 모습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TV가 수많은 사람들이 만든 영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영상 라이브러리가 될지, 아니면 여전히 브랜드가 고른 프로그램을 편하게 감상하는 방식으로 남을지는 TV의 생존을 건 문제라고 설명한다. TV의 미래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다.
미국은 지상파를 시청하는 비율이 높은데, 2020년 32%에서 올해는 19%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방송사들이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한 기업이 전국 TV 가구의 39% 이상에 도달할 수 있는 TV 방송국 소유를 금지하는 규칙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전체 가구의 100%에 도달할 수 있어 불공정한 경쟁 환경이라는 주장과 이어진다. 또한, 양방향 통신과 UHD 방송을 할 수 없는 ATSC 1.0 방송을 중단하고 두 기능이 가능한 ATSC 3.0으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야 통신이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방송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테나로 방송을 직접 시청하는 비율이 2.3%밖에 안 되는 국내에서도 방송에 대한 정의가 유효한 기한도 멀지 않았을 수 있다. 방송법 제2조에 따라 '방송'이라 함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개별계약에 의한 수신자를 포함하며, 이하 “시청자”라 한다)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송신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보는 시스템으로 바뀐다면 기존 방송의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지난 4월18일 전주에서 한국방송학회 봄철 학술대회가 열렸다. MBC 특별세션의 주제가 “대전환 시대의 방송: '경쟁'과 '협업'의 새로운 지평에서 미래를 모색하다”였다. MBC 서정문 PD는 토론에서 넷플릭스의 예능 제작비를 언급하며 저예산으로 매주 방송하는 한국 지상파의 해자가 무력화되었다고 토로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몇몇 친한 학자분들과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어졌다. 대체로 큰 틀의 변화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상파의 생존 방향 논의가 다수를 차지했다. 이대로 가면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부에서 일치된 생존 방안을 찾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팔란티어가 추구하는 온톨로지의 방향이기도 하다.
새로운 TV 방송의 미래는 어떨까? TV 방송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스트리밍만 남아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 맞춤형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타임'에서 선정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이선 몰릭 펜실바니아대 와튼스쿨 부교수는 <듀얼 브레인>에서 “AI 기반 엔터테인먼트는 게임, 소셜, 영화가 혼합된 형태로 발전하여 놀랍도록 개인화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이고 말했는데,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곧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정권이 방송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철저히 차단하고, 국민이 엔터테인먼트를 향유할 수 있도록 TV 방송의 새로운 구조를 설계하고, 업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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