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비판 보도한 언론사에 광고중단으로 '언론탄압' 논란
부안독립신문 송전탑 설치·부안군수 아들 채용 관련 비판 보도하자 부안군 '광고 중단'
4주째 '백지광고' 독자들 응원 실어…'세금 자의적 집행' 비판, 광고집행기준 마련 요구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전북 부안군(군수 권익현)이 비판 보도를 이유로 지역주간지 '부안독립신문'의 광고를 끊어, 세금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안독립신문은 2003년 부안군수가 핵폐기장(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만들어진 지역신문사다. 당시 지역주민들이 부안군수의 일방적 추진에 반대투쟁에 나섰으나 기성언론이 주민들 주장을 외면했다. 이에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언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주민주주를 모집해 지난 2004년 2월 창간한 풀뿌리 언론이다.
김종철 부안독립신문 편집국장은 “그때(2004년)도 지금처럼 광고를 끊지는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부안군 측에 '광고집행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부안군이 세금을 가지고 자의적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이유에서다. 부안군 측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안독립신문의 부안군 관련 비판 보도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부안군이 양육점과 송전탑 설치 사실을 주민들에게 숨기고 추진했다는 의혹이다. 양육점은 공동접속설비로 송전탑의 시작점이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해상풍력이 서남권 해상풍력단지를 만드는데 여기서 만든 전기를 고창군에 송전탑을 설치해 이동하려다 고창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자 부안군으로 바꿨고 이게 뒤늦게 알려졌다. 부안독립신문은 지난해 10월경부터 현재까지 20건 넘는 관련 기사를 썼다. 부안군 측은 “전북도가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의제는 군수 아들 채용과 개발 특혜의혹이다. 부안군 변산면 소재 콘도 부지 개발 사업에 '자광홀딩스'라는 회사가 선정됐다. 그러나 자광홀딩스는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 등을 제대로 내지 않았는데 부안군이 이를 유예해줘 특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년 넘게 부안군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던 가운데 부안군수의 아들이 개발사업 선정 전에 자광홀딩스와 대표가 같은 회사 '자광'에 취업해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해 부안군과의 사업에서 특혜를 제공받고 대신 군수 아들을 취업시켜준 것 아니냐는 내용으로 전주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돼있다. 권 군수는 “특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부안군은 지난 3월 중순 '부안독립신문이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광고 중단을 통보했다. 김종철 편집국장은 지난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안군에서 부안지역에 양육점이 들어오는데 부안군에서 아무 권한이 없다고 하면 지방자치와 분권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실랑이를 벌이다 기사를 거론하면서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했다”며 “부안군에서 마음에 들면 광고를 주고 마음에 안 들면 안 주는데, 세금을 그렇게 써서는 안 된다고 항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안독립신문은 광고비 복원만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부안군이 세금(광고비) 집행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것을 요구했다. 이번 광고 중단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부안군의 장수사우나 부지 매입과 공영주차장 건립 관련 추진 방식의 문제를 지적했다가 광고를 끊은 적이 있고 지난 2022년에도 비판을 이유로 광고를 중단한 적이 있다. 모두 권익현 군수 재임기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부안독립신문은 지난달 28일자부터 1면 하단 광고 이른바 '백지광고'를 내면서 부안군청의 광고 중단 사태를 알렸다. 그러면서 “독자와 군민들께 한 줄 광고를 후원받고자 한다”며 “후원금은 천 원도 좋고 만 원도 좋다”고 했다. 이후 후원한 독자들의 응원메시지를 모아 1면 혹은 2면 하단 광고자리에 싣고 있다. 지난 18일자 1면 하단에는 지역주민과 밀착한 전북 지역 주간지들(총 6개사)과 전북민언련의 모임인 '전북풀뿌리언론운동연대'가 부안독립신문 응원 광고를 실었다.
또한 부안군과 인근 지자체의 광고집행 기준에 대해서도 보도하고 있다. 지난 4일자 1면 톱기사에서는 부안군이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1개월 동안 11억5000만 원, 매월 5000만 원 가량의 홍보비를 쓴 사실을 보도했다. 월 5000만 원의 세금을 명확한 기준없이 집행한 것이다. 반면 익산시는 2021년 언론 예산 운용 조례를 만들어 60% 이상 자체 생산기사를 게재한 신문사에 홍보비를 지급하는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남원시와 순창군은 지역언론 발전지원 조례를 만들어 건강한 언론활동을 위한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부안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부안군에 비판적 보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안독립신문에 광고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하는 매우 심각한 행위”라며 “공론장을 끌어가는 지역 언론을 입막음한다는 것은 결국 행정에 반하는 주민들의 발언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뿌리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태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북민언련은 “부안군은 '공정성 훼손'을 배제 결정의 이유로 들었지만 무엇이 훼손의 근거가 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공개된 광고비 집행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행정의 광고비는 자칫 권력과 언론의 유착 또는 배제의 방식으로 작동될 수 있기에 합리적이고 공개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북민언련은 부안독립신문에 대한 탄압 중단, 지역언론의 비판적 역할 인정, 언론자유 훼손에 대한 사과, 지역사회와 함께 광고비 집행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부안군 측은 장수사우나와 주차장 사업, 자광 관련 기사 중에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있었는다고 설명하면서 부안독립신문 측과 소통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정승 부안군청 홍보팀장은 지난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물론 언론의 자유는 인정한다”며 “언론탄압이라기 보다는 (사실관계) 확인과 부안군 의견을 들어볼 필요성이 있는데 (소통이) 잘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집행 중단은 부안군수의 뜻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신 팀장은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3월에 광고가 안 나갔다”며 “(군수)비서실, 기획감사담당관과 같이 얘기 나눴다”고 말했다.
광고집행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신 팀장은 “전북특별자치도만 해도 14개 시군 중 익산시만 광고집행 기준이 있다”며 “이걸 만들면 다른 언론사에 반대급부가 생길 수 있고 (부안독립신문과 같은) 예외사유로만 따지다 보면 이 기준 때문에 (광고를) 못 받는 언론사들이 생길 수 있다. (광고집행 기준의) 내용이 좋으면 아마 타 시·군도 만들었을 텐데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 전국적으로 언제든 벌어지는 문제라 검토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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