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전쟁…삼성·SK하이닉스 HBM에 타격줄까? [이상덕의 AI&칩 워]
[AI&칩 워: 11화] -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폭탄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는데요. 이달 11일(현지시각)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특정 수입품을 상호관세 적용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CBP는 “관세 제외 조치는 4월 11일자 대통령 각서 ‘행정명령 14257호의 예외 조항 명확화’에 따라 시행된다”면서 “미국 통일관세표(HTSUS)에 따라, 다음 품목에 해당하는 제품들이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습니다. 방대한 품목이 면제를 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던 장면입니다. (아래는 품목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은 이틀이 채 가지도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을 향해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관세율이 얼마나 될지는) 다음 주중에 발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깜짝 놀랐습니다. 당장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반도체·제조장비·파생 제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조치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향후 품목별 관세를 예고한 순간이었습니다.
반도체 무역에 대한 리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 전쟁 일환으로,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엔비디아는 H100이라는 최고 성능의 AI 칩을 만들었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에 첨단 AI 칩 수출을 제한하면서, 성능을 살짝 낮춘 ‘H20’ 버전을 따로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습니다.
인텔 역시 똑같은 통지를 받았습니다. 인텔은 중국 고객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칩의 경우 총 D램 대역폭이 1400GB/s 이상, I/O 대역폭이 1100GB/s 이상, 그리고 두 항목을 합산해 1700GB/s 이상일 경우,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를 HBM에 적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최신 HBM3 메모리는 단일 칩 기준으로 1.2TB/s (1200GB/s) 이상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또 여러 개를 조합하면 전체 시스템 기준으로 1400GB/s 이상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즉, 미국 팹리스 기업을 통제하면 중국향 AI 가속기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이는 그안에 탑재되는 HBM 수출 물량 역시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H20은 개당 가격이 약 1만2000~1만3000달러 수준이고, HBM3 1GB당 가격은 약 15달러, HBM3e 1GB당 가격은 약 16달러 선으로 알려졌습니다. H20 수출 제동에 엔비디아 연간 손실액이 220억 달러로 추산(물론 이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되고, 이 가운데 HBM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약 11%로 잡아보면 연간 약 25억3000만달러의 손실이 예상됩니다. 이건 엔비디아만 추산했을 때입니다.
이러한 미국 행정부의 무역전쟁은 반도체 장비업체에 수억 달러의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램 리서치, KLA 등 3개 장비 기업이 각각 3억 5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만 합쳐도 최소 10억 달러의 손실 예상입니다. 대만 TSMC 등에서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건너올 때 관세가 부과되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고객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반도체 팹리스 업계는 관세 부과 직전인 1분기에 서둘러 TSMC로부터 반도체를 조달했습니다. TSMC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순이익이 3616억대만달러(약 15조700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6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애널리스트 추산치인 3456억대만달러를 크게 웃돈 것입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로 글로벌 무역 혼란이 예상되는 와중에도, 미국에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재고 비축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역전쟁에도 엔비디아는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초청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런훙빈 CCPIT 회장과 면담했습니다. 황 CEO는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계속해서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습니다. 황 CEO는 올 1월 강경한 대중국 압박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대만과 중국 엔비디아 지사를 찾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중국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펼칠까요. 또 이에 따라 HBM 산업은 어떻게 전개 될까요? 미·중 갈등 때문에 한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사전투표소 용지 대거 반출…투표지 들고 밥 먹으러 가기도 - 매일경제
- 민주당 “이준석, 세금 체납으로 자택 압류…무엇이 바빴나?” - 매일경제
- 안철수 “이대로 가면 전가족 전과자·범죄혐의자 대통령 가족 탄생해” - 매일경제
- “저도 당한 거라니까요”…직접 하지도 않았는데 돈 빼간 피싱범, 은행 배상 책임도 강화한다 -
- “중국인들 우리나라서 떠나라”…유학생 쫓아내려는 미국, 비자 취소 공식화 - 매일경제
- 초계기 추락 사고 260m 지점에 아파트 단지…민가 피한 흔적 보여 - 매일경제
- [속보] 김문수 “국민의힘 부족, 깊이 반성하고 사과…힘 모아달라” - 매일경제
- “계란값 갑자기 왜 이래?”…원인도 모르겠는데 5개월 만에 18% 치솟아 - 매일경제
- [단독] ‘무효화’ 신분증 들고 가도 사전투표 가능…선관위 “본인 확인 가능하면 문제없다” -
- 주급만 13억 이상? 손흥민 향한 역대급 러브콜... 사우디 ‘억만금 제안’에 토트넘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