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중국에 채찍질한 꼴?…美 옥죌수록 中 반도체 폭풍 질주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5. 4. 2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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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업체의 성장이 빨라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정책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트럼프 행정부도 대중 반도체 제재만큼은 바이든 정부와 코드가 일치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저사양 AI(인공지능)칩 'H20'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도 대중 반도체 제재가 AI에 초점을 두고 강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상장기업은 실적 호전과 더불어 주가도 상승세다.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은 더 센 강도로 반도체 산업 부양에 나서기 때문이다. 작년 9월말 중국의 증시 부양책이 출시된 후에도 반도체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

작년 시총 상승 1·2위인 반도체 업체인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와 중국 AI반도체 업체 캠브리콘이 눈에 띈다. 작년 SMIC는 주가가 2배 상승하며 시총이 우리 돈으로 약 70조원 늘었으며 캠브리콘은 5배 오르며 수익률만 놓고 보면 엔비디아를 크게 앞섰다.

작년 시총 상승 1·2위 반도체 업체의 주가 추이/그래픽=김지영
중국 반도체 자립의 핵심 고리, SMIC
중국 반도체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는 SMIC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가 반도체를 생산해내지 못하면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아무리 좋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해도 소용이 없다. 특히 화웨이처럼 대만 TSMC와의 거래가 금지된 기업은 SMIC가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자사의 최고 사양 제품이다.

딥시크가 AI 모델 개발에 사용한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 910B도 생산은 SMI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진행된다.

미국의 H20 수출 규제 등 대중국 규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정부는 SMIC 지원을 늘리고 있다. 작년 SMIC의 설비투자는 73억3000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매출의 93%에 달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수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힘입어 SMIC는 작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5%로 대만 UMC를 제치고 3위로 부상했다. TSMC가 점유율 67.1%로 1위, 삼성이 8.1%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선단공정을 책임지는 SMIC 외에도 28나노 이상 성숙(레거시)공정에 집중하는 화홍반도체(6위), 넥스칩(9위) 등 모두 3곳이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넥스칩은 성숙공정 확대에 나서면서 올해 대만 VIS와 파워칩을 제치고 8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성숙공정 점유율은 대만이 43%로 중국(34%)을 앞섰지만, 2년 뒤인 2027년에는 중국이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주요 반도체 상장기업 6개사 실적
중국 주요 반도체 상장 기업의 작년 실적/그래픽=김지영
중국 주요 반도체 상장기업의 작년 실적을 살펴보자. 먼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한 SMIC의 매출은 28% 증가한 578억위안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23% 감소했다. 자본지출 증가로 감가상각비가 늘어난 데다 수율(양품률)이 낮은 화웨이 7나노공정 칩을 생산한 영향이 크다.

주가 상승률이 눈에 띄는 업체는 하이곤, 캠브리콘, 윌 세미컨덕터 등 팹리스업체다. CPU설계 분야의 중국 선두 기업으로 중국에서 인텔, AMD와 경쟁하는 하이곤은 작년 매출(92억위안·1조8000억원)과 순이익(19억위안·3700억원)이 모두 50% 이상 급증했다. 시가총액은 68조4000억원에 달한다.

AI 칩을 설계하는 캠브리콘은 엔비디아 AI칩 수출 통제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부상하면서 작년에 주가가 5배나 올랐다. 다만 매출은 12억위안(2340억원)에 불과한 데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순손실(4억위안·780억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AI 칩이라는 특수성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며 시총은 52조5000억원에 달했다.

윌 세미컨덕터는 하이곤, 캠브리콘보다 시총이 작지만, 매출 기준 글로벌 팹리스 9위 업체로 유일하게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22% 늘어난 257억위안(약 5조원), 순이익은 무려 498% 급증한 33억위안(약 6400억원)을 기록했다. 윌 세미컨덕터는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아날로그 칩 등 전반적인 반도체를 설계한다.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도 대표적인 수혜 업체다.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로 중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로 불리는 증착·식각장비 업체 나우라테크놀러지는 작년 매출이 35% 증가한 298억위안(약 5조8100억원), 순이익은 44% 증가한 56억위안(약 1조90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2022~2024년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매출은 42.5%, 순이익은 54.6%에 달한다고 밝혔다.

나우라테크놀러지는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는 1분기 매출과 순익 모두 20~50% 증가할 것이라고 공시했는데, 용량결합형 플라즈마(CCP) 식각 장비, 원자층증착(ALD) 장비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식각장비업체로서 중국의 램리서치로 불리는 AMEC는 작년 매출이 91억위안(약 1조7700억원)으로 45% 늘었지만, 순이익은 9% 줄어든 16억위안(약 3100억원)에 그쳤다. 작년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전년 대비 94.3% 증가한 24억5200만위안(약 4780억원)에 달하는 등 R&D 확대가 순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AMEC도 지난 4년간 매출이 연평균 40% 성장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나우라와 AMEC의 고속 성장은 미국이 글로벌 5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이상 미국), ASML(네덜란드), 도쿄일렉트론(일본)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서두르게 된 영향이 크다.

미중 갈등이 지속하는 한 중국 반도체 주식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아
작년 10월 17일 허페이 빈후 과학단지를 시찰 중인 시진핑 중국 주석/신화=뉴시스
작년 10월18일 우리 돈으로 시총 100조원이 넘는 SMIC가 상한가(+20%)를 기록하는 등 중국 반도체 주식이 급등한 적이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그 전날 과학단지를 시찰하면서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려면 과학기술이 앞장서야 하며 반드시 과학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첨단기술은 구걸하거나 요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에서 자립자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는데, 중국 투자자들은 시 주석 발언의 맥락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첨단 기술에서 중국이 가장 취약한 분야는 반도체 산업으로,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역시 반도체다. 역설적이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한 중국 반도체 주식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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