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린 제발 곱게 죽자”…‘이런 車 부럽지’ 뽐내다 온 가족이 함께 저승길?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5. 4. 2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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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목숨 만드는’ 가정파괴車
車사고로 매년 130만명 사망
볼보·폴스타 “안전은 내 운명”
혼다, 바이크 분야 ‘안전 황제’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전기차 화재와 오토바이 사고 [사진출처=KBS 보도화면, 연합뉴스/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합니다.

‘승리’와 ‘정의’라는 명분 아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노를 자극하는 프로파간다(선전·선동)를 통해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온갖 악행이 자행됩니다.

전쟁의 광기는 군인이나 테러범이 아닌 수많은 민간인들의 생명도 앗아가고 단란했던 가족의 행복도 말살합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은 5만명 이상입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군인 5만여명,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1만여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러시아 군인도 10만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쟁은 재앙이지만 더 비참한 사건이 우리 곁에서 365일 24시간 일어납니다. 자동차와 관련있는 교통사고입니다. 전쟁 사망자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매년 5000여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매년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130만명에 달한다고 하죠.

20년간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 희생자가 17만명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 사고가 전쟁보다 더 무섭습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만들었습니다. 교통사고는 행복한 가정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가정파괴범입니다.

“안전하지 않으면 살아도 죽을 맛”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주역 아이유와 문소리가 ‘애순이 인생그래프’를 직접 그리며 인생 4막 관전 포인트를 깜짝 스포일러했다.[사진출처=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선사 시대 이래로 수없이 치러진 전쟁의 참혹함이 유전자(DNA)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일까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욕구가 큽니다.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됐습니다.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됩니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입니다. 식욕, 배설욕, 수면욕, 성욕 등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본능적인 신체적 기능에 대한 욕구입니다.

2단계가 바로 안전 욕구입니다. 생리적 욕구가 일정부분 충족됐을 때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사고나 병으로부터 안전, 개인적인 안정, 재정적인 안정, 건강과 안녕 등을 의미합니다.

전쟁, 재해, 폭력, 실업, 사고, 병 등으로 안전이 위협받으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됩니다.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하거나 보험에 가입해 안전 욕구를 실현하기도 한다고도 합니다.

안전해야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사진출처=볼보코리아]
안전 욕구가 일정부분 충족돼야 애정, 우정, 소속감 등을 통해 바라는 ‘사회적 욕구’가 나타납니다.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싶어하는 ‘존엄 욕구’를 충족시키기 원합니다. 마지막이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가장 중요한 1~2단계 생리적·안전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상황’에 처합니다. 3~5단계 욕구를 일부 충족시켰더라도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동의 자유, 귀족들이나 부자들의 존엄·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주력했던 자동차가 뒤늦게나마 ‘안전’에 눈 뜬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이동의 자유와 편리함, 달리는 재미, 폼생폼사는 그 다음입니다. 전쟁보다 무서운 교통사고를 줄어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행복을 좀 더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주행차도 따져보면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를 줄여주는 ‘안전’ 때문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볼보 “안전에 귀천도 차별도 없다”
교통사고 메뉴얼 마련 위해 신차 10대를 30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테스트 장면 [사진출처=볼보]
자동차 분야에서 ‘안전’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볼보입니다.

자동차는 단순히 산업의 산물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자연환경·역사·문화·경제·정치의 산물입니다. 이 중 자연환경과 문화가 자동차 산업 태동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스웨덴 출신 볼보는 지금은 아름다운 청정 대자연으로 유명하지만 20세기 초반까지 척박했던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자연환경의 산물이죠. ‘환경결정론’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볼보는 독일, 프랑스, 영국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당시 기준으로 주행 성능이 우수한 자동차를 생산하던 1927년 뒤늦게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볼보는 도시화가 이뤄진 다른 유럽 국가에서 만든 자동차는 겨울이 길고 추우며 지형도 험한 스웨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죠.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는 사소한 고장이나 사고도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매년 100만명이 넘는 탑승자들의 목숨을 구한다는 찬사를 받는 3점식 안전벨트는 볼보의 작품이다. [사진출처=볼보]
그 결과, 도로에서 잘 달리는 차보다는 투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안전한 차를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디자인도 ‘멋짐’보다는 ‘실용’에 초점을 맞췄죠.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난 실용성·편의성을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디자인에 적용한 셈입니다.

여기에 모든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북유럽 복지 정책도 자동차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습니다. 안전은 행복이니까요.

1959년 첫선을 보인 뒤 매년 100만명이 넘는 탑승자들의 목숨을 구한다는 찬사를 받는 3점식 안전벨트(차체 세 곳에 고정돼 탑승자의 허리와 어깨에 걸치는 형태)도 볼보 작품입니다.

볼보는 특허출원한 3점식 벨트를 독점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들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했죠.

시티 세이프티(긴급 제동 시스템), 부스터 쿠션(자녀 키 높이에 따라 시트를 조절하는 장치) 등도 볼보가 세계 최초로 차에 채택한 안전 시스템입니다.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가 존재감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비결도 ‘안전’에 있습니다. 가족을 지켜주고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이미지 때문입니다.

볼보 첨단 안전 기술을 추가로 적용한 ES90. ES90을 시작으로 볼보의 새로운 안전 기술은 다른 차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
볼보는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ES90에도 첨단 안전 기술을 추가로 적용했습니다.

지난 55년간 쌓아온 실제 교통사고 데이터 연구를 바탕으로 차 안팎에서 모든 사람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안전 공간 기술(Safe Space Technology)’이 대표적이죠.

일반적인 안전 테스트의 기준을 뛰어넘는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사고 시나리오를 반영, 탑승객 보호 성능을 향상했습니다.

라이다(Lidar) 1개, 레이더(Radar) 5개, 카메라 7개, 초음파 센서 12개를 통해 인간 시야를 뛰어넘는 감지 능력을 갖춘 최첨단 안전 기술은 도로 위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 조치를 할 수 있게 지원합니다.

아이는 물론 반려동물이 실내에 남겨지지 않도록 돕는 ‘탑승자 감지 시스템’도 채택했습니다.

볼보 출신인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의 차량도 세계 27개국에서 15만대 이상 판매됐지만 단 한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안전은 스웨덴의 척박한 환경, 역사, 복지가 함께 선물해준 볼보와 폴스타의 ‘운명’입니다.

기술의 혼다 “사람 먼저 생각하며 달린다”
혼다 바이크 안전 교육 장면 [사진출처=혼다]
볼보·폴스타가 네 바퀴 안전 분야 리더라면 두 바퀴(이륜차, 모터사이클, 오토바이) 안전 분야 리더는 일본 브랜드인 혼다입니다.

혼다는 ‘기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입니다. 혼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는 경영보다 기술을 먼저 챙겼습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기술 개발에 이윤을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죠.

이윤보다 기술을 우선시하는 전략은 세계 최대 자동차 브랜드 격전장인 미국에서 성공한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혼다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오히려 돈을 더 많이 쓰는 브랜드로도 유명합니다. 한눈에 차이점을 알 수 있는 겉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속을 알차게 개선하는 데 공들이죠.

‘모노즈쿠리’로 대표되는 일본 제조업 전통과 장인정신의 핵심인 ‘가이센’(改善, KAIZEN)을 중요하게 여겨서입니다.

혼다는 모터사이클 분야에서도 안전 기술에 공들이고 있는 대표 브랜입니다.

사방이 막히고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으로 운전자를 보호해주는 자동차와 달리 안전장치가 부족한 모터사이클을 몰 때는 작은 실수가 생명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판단해서죠.

실제로 모터사이클은 위험한 자동차로 여겨집니다. “남편이나 아들이 오토바이를 탄다고 하면 밥 싸들고 다니며 말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준입니다.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진짜 적은 자동차도 자전거도 경쟁사도 아닌 ‘불안·공포’라는 뜻입니다.

혼다 서비스 스킬 콘테스트 [사진출처=혼다코리아]
혼다는 자동차보다 더 위험한 모터사이클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혼다 차량·모터사이클과 관련된 교통 충돌사망자 ‘제로(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30년까지는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1차 목표죠.

‘기술의 혼다’는 이를 위해 차량 운전자는 물론 모터사이클·자전거 운전자, 보행자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안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모터사이클 안전과 관련해 라이딩 시뮬레이터와 트레이너, 전후 연동 브레이크, 에어백 시스템 등을 개발했죠.

기술은 물론 안전교육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혼다코리아도 본사 지원을 받아 안전교육 담당 교관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올해에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모터사이클 안전교육 전문기관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를 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은 뒤 모터사이클을 타는 운전자가 드물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혼다코리아는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를 통해 모터사이클을 올바르고 안전하며 즐겁게 탈 수 있는 교육을 제공, 사고 예방과 더불어 성숙한 안전 의식과 모터사이클 문화 저변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국내 최대 규모로 문을 연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안전운전 교육을 제공하는 공인 학원 시설로 인증받았습니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일본 현지에서 ‘혼다 안전운전 지도자 연수’ 수료 및 관련 자격을 취득한 4명의 숙련된 한국인 강사가 지도합니다. 글로벌 혼다의 검증된 교육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단계별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죠.

※사족(蛇足)
벤츠 전기차 화재 장면 [사진출처=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등장한 이후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벤츠 EQE 화재로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되는 상황을 보면서 자동차가 혁신과 편리를 중시하는 스마트폰처럼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스마트폰과 달리 자동차(오토바이도 마찬가지입니다)의 안전성은 탑승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혁신을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그 순간 자동차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바퀴달린 살인무기’로 돌변합니다. 전쟁 무기보다 더 무섭죠.

혁신보다 안전과 사람이 먼저입니다. 안전에는 귀천도 따로 없습니다. 당연히 싼 차이든 비싼 차이든 기본적인 안전성에는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차별없는 안전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실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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