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의 ‘팀킬’…중도 확장 못하고 국힘 후보 지지율 흡수

김남일 기자 2025. 4.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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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일부에서 6·3 대선 최후의 카드로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주요 대선 경선 후보 지지도를 단숨에 따라잡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도와는 여전히 큰 격차다. 다만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일대일 양당 구도가 뚜렷한 대선에서 해볼 만하다는 것이 ‘한덕수 차출론’을 떠받치는 정치공학이다. 문제는 한 대행의 지지율 상승이 중도층에서 새로 끌어온 지지가 아닌, 국민의힘 다른 후보의 지지율을 흡수한 결과로 보인다는 점이다. ‘총량’이 정해진 보수 지지층 나눠 먹기가 불러온 착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은 15∼17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4.8%, 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 인터뷰)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갤럽은 매주 자유응답 방식(주관식)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다. 여론조사업체가 여러 후보 이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응답자가 스스로 답한 이름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1차 경선 후보 8명 가운데 3강으로 꼽히는 홍준표(7%), 김문수(7%), 한동훈(6%) 후보 3명만 이름을 올렸다. 4명이 진출하는 2차 경선을 두고 경쟁하는 안철수·나경원 후보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갤럽은 1% 미만 응답자는 공개하지 않는다.

출마 또는 불출마, 딱 부러진 입장 대신 안개 화법을 구사하는 한덕수 대행 선호도는 7%였다. 한 대행은 지난주 2%를 찍으며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불과 일주일 만에 5%포인트 상승하며 홍준표·김문수 후보와 경합하게 된 것이다. 갤럽은 “보수 진영 일각의 차출론에 힘입은 한덕수는 이번 주 7%로 존재감이 커졌지만 아직 스스로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존재감’의 이면을 뜯어보면 국민의힘 입장에선 한 대행 지지율 상승을 마냥 반길 수 없다. 지난주 조사에서 ‘한덕수+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총합은 25%였다. 한덕수(2%)에 김문수(9%), 홍준표(5%), 한동훈(4%), 오세훈(2%), 안철수(2%), 유승민(1%)을 합한 결과다.

한 대행 지지율이 5%포인트 상승한 이번 조사에서 ‘한덕수+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총합은 27%였다. 대선·경선 불출마를 각각 선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물론, 1차 경선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1% 미만으로 분류되며 조사 명단에서 빠졌다. 산술적으로 이들 세 명의 지지율(5%)이 정치적 포지션과 이미지가 비슷한 한 대행에게로 이전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역시 35%→34%로 큰 변화가 없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STI) 이준호 대표는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총량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한덕수로 인해 보수 쪽 전체 파이가 커진 것이 아니라 오세훈·유승민·안철수 지지율이 한덕수로 옮겨간 것으로 봐야 한다. ‘보수 팀킬’까지는 아니어도 중도 확장 효과는 없는 보수 지지층 나눠 먹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19∼20일 예정된 국민의힘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한덕수 차출’에 반대하는 주요 후보들이 한 대행의 확장성 등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갤럽 조사에서 한 대행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1%,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은 50%였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부정적 응답이 73%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인 50대의 부정적 응답은 61%였다. 긍정 응답은 70대 이상에서 66%, 60대에서 54%였다. 이준호 대표는 “한덕수 직무 수행 평가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국정운영 평가라기보다는 진영에 따른 당파적 평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88%, 민주당 지지층에선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이 90%였다.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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