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중][사이시옷] 서부지법 취재한 영화감독 기소 논란… 檢, 왜 공소 취소 안 할까?
- 특수건조물침입죄 적용? JTBC 기자들은 왜 풀려났나
- 기계적인 수사-기소로 인한 문제... 검찰의 성급한 결정
- 검사, 피의자에게 유리한 상황도 고려할 ‘객관의무’ 지켜야
- 영상물 등 객관적 정황상 유죄 나오기 어려워
- 공범들은 ‘사건 기록’ 전부 열람 가능… 2차가해 우려도
- 검사의 무리한 기소, 무죄 나와도 불이익 없어
- 국가배상청구 소송도 가능하나… 불구속 상태면 교통비+변호사비 정도만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김종배의 시선집중>(07:05~08:30)
■ 진행 : 김종배 시사평론가
■ 대담 : 안준형 변호사
◎ 진행자 > 안준형 변호사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안준형 > 네, 안녕하세요.
◎ 진행자 > 몇 주 만에 뵙네요.
◎ 안준형 > 네, 그러네요.
◎ 진행자 > 오늘 어떤 이야기 준비해 오셨습니까?
◎ 안준형 >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다들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이제는 관련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요. 그런데 재판을 받는 사람 중에는 취재를 하러 법원에 들어갔던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 씨도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이게 지금 큰 논란이더라고요.
◎ 안준형 > 네, 그렇습니다. 정 씨는 당시 법원에 들어갔다가 시위대와 함께 붙잡혔는데 경찰 조사에서는 나는 취재차 들어간 것이지 폭동에 가담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실제로 정 씨가 촬영한 영상에도 다른 극우 유튜버들과 달리 폭동에 가담하거나 선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정 씨를 특수건조물 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며칠 전인 4월 16일에 서부지방법원에서 정 씨에 대한 2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 진행자 > 변호사 입장에서 볼 때 특수건조물 침입 혐의가 성립이 된다고 보세요?
◎ 안준형 > 네, 일단 특수건조물 침입이 뭐냐 하면 벌금형이 없고 5년 이하의 징역형만 있는 중범죄인데요. 형법엔 이렇게 써 있습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라고 돼 있거든요. 근데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건 두 가지인데 첫 번째로 일단 정 감독이 과연 나머지 폭도들과 함께 다중의 위력을 보인 적이 있느냐가 문제가 될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애초에 취재 목적으로 들어간 것을 두고 주거침입이라고 볼 수가 있느냐, 그것도 쟁점인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근데 한쪽에서는 ‘침입’이라는 두 글자를 가지고 서부지법에 들어간 건 맞지 않냐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 같은데요.
◎ 안준형 > 그런 식으로 기계적으로 해석해서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한 것 같은데요. 문제는 형법에서는 객관적인 행위도 중요하지만 주관적 의사로서의 고의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수사기관에서는 그 주관적 의사도 확실하게 입증을 해야만 하고요. 근데 이 사건을 보면 총 재판을 받게 된 사람이 63명인데요. 정 씨 빼고 62명이 전부 다 구속이 됐어요. 정 씨만 지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그리고 주관적 고의가 있다고 해도 위법성 조각사유가 될 수도 있어요. 취재를 목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 진행자 > 그렇죠.
◎ 안준형 > 그리고 제일 간단하게 생각을 해보면 당시에 같이 있었던 JTBC 기자들도 있었대요. 현장에.
◎ 진행자 > 맞아요.
◎ 안준형 > 근데 기자들은 기자출입증 보고 바로 다 석방이 됐다고 해요. 과연 다큐멘터리 감독과 기자, 어쨌든 둘 다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이고 같은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한쪽은 처벌하고 한쪽은 처벌하지 않을 수 있느냐. 제가 볼 때는 그래서 이게 기계적으로 수사랑 기소가 이루어진 게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 진행자 > 그냥 대충대충 한 거 아닙니까? 혹시.
◎ 안준형 > 그랬을 거라고 보여요. 왜냐하면 당시에 63명이었잖아요. 전부 다 구속이 됐단 말이에요. 그럼 검사 입장에서는 이 63명에 대해서 적어도 2주 안에는 공소장을 다 써서 기소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소 단계에서도 고려하지 않았느냐 좀 성급했다고 봅니다.
◎ 진행자 > 변호사님 말씀은 JTBC 기자들은 기자증 보여주니까 바로 석방했다는 거 보니까 정 감독 경우는 당신이 다큐 감독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몰라, 이렇게 하고 쉽게 생각한 거 아니냐라는 거죠.
◎ 안준형 > 그랬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요. 1차적으로는 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이 송치한 것이 문제가 있고 2차적으로는 결국 기소한 사람은 검사잖아요. 공소장을 작성한 검사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물론 제가 사건 기록을 들여다보거나 아직 재판 중이기 때문에 검사가 봤을 때 어떠한 유죄의 증거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정만 봐서는 굳이 이런 사정까지 기소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맞습니다.
◎ 진행자 > 기소 과정이 어땠든지 간에 기소를 하고 나서 보니까 아니네, 이럴 수 있잖아요. 그러면 공소 취소하면 되잖아요. 근데 왜 안 해요?
◎ 안준형 > 저도 법조인으로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원칙은 그렇죠. 근데 실제로 한 번도 검사가 기소를 해놓고 재판 중에 우리 기소가 잘못됐으니 공소를 취소하겠습니다라는 걸 본 적은 없어요. 들어본 적도 없고.
◎ 진행자 > 공소 취소하면 자기과실을 인정하는 거니까 인사평정에 불리하다 혹시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 안준형 > 그런 것도 있고요.
◎ 진행자 > 자기 인사평정, 정 감독은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그게 더 중요한 건가요?
◎ 안준형 > 안 그래도 이번에 정 감독이 법원에 나와서 이거는 무죄를 다툴 사안이 아니고 공소 제기 자체가 잘못됐으니 검찰 측에서 공소를 자진해서 취소해라 라고 주장을 했다고 해요. 근데 검찰에서는 이에 대해서 재판부가 의견을 물으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정 감독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고 그럴 생각이 없다, 이렇게만 짧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사실은 검사의 의무가 어떠한 범죄 혐의를 찾아내서 기소해서 유죄를 받게 하는 것만에 국한된 것은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우리 형사소송법 제195조를 보면 검사는 피의자에게 유리한 상황도 모두 고려하라라고 써있어요.
◎ 진행자 > 아, 그런 조항이 있어요?
◎ 안준형 > 이걸 법적으로 검사의 객관 의무라고 그래요. 사실 검사는 무죄를 밝혀줄 의무가 있어요, 검사한테도. 근데 우리나라 검사들은 자기들한테 그런 의무가 있는지 잘 모르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진행자 > 공소 취소를 안 하고 버티면 일단 재판은 진행이 될 수밖에 없고 판결까지 나와야 되는 거잖아요. 그럼 판결이 어떻게 나올까요?
◎ 안준형 > 제가 판사는 아니니까 판결을 예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당시에 현장을 촬영한 객관적인 영상물이 있고 여러 가지 정황들도 있고 이런 걸 봤을 때 유죄판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들거든요. 근데 문제는 재판 과정도 굉장히 지난할 뿐만 아니라 정 감독 입장에서는 계속 범죄 피의자를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나가는 것 자체도 굉장히 억울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 진행자 > 근데 정 감독이 다른 기소된 폭도들과 같이 재판받고 있다면서요?
◎ 안준형 > 물론 재판부가 배려를 해줬다고 해요. 그래서 기일은 따로 잡고 있어요. 기일은 따로 잡아서 혼자 재판을 받고는 있는데 형식적으로는 아직 공범으로 묶여 있고 같은 사건이기 때문에 여기서 조금 문제가 발생하는 게요. 형사 재판에서는 공범끼리는 그 기록이 하나예요. 한 권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다른 공범들의 사건 기록을 다 볼 수가 있어요. 그럼 그 안에 이 사람의 진술 내용은 물론이고 개인정보, 가족관계, 직업 등등 여러 가지 신상정보를 거의 다 볼 수 있단 말이죠. 그래서 2차 가해가 이루어질 우려가 있다, 이게 바로 정 감독 측의 주장입니다.
◎ 진행자 > 정 감독이 서부지법에 가서 취재했던 일련의 과정도 다 기록이 되어 있을 거고, 폭도들 입장에서는 나를 이렇게 취재했어? 이 사람이, 이렇게도 갈 수 있는 거잖아요.
◎ 안준형 > 그래서 정 감독이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이미 2차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건을 분리해 달라 요청을 이미 공식적으로 해놓은 상태인데 재판부가 이 사건을 분리할지 말지는 아직 결정은 안 났다고 합니다.
◎ 진행자 > 재판부 결정을 봐야 되겠네요.
◎ 안준형 > 그렇죠.
◎ 진행자 >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된 사건이 또 있었습니까? 전례에.
◎ 안준형 > 저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기는 합니다. 언론 취재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 취재하는 걸 가지고 이렇게 주거침입으로, 그것도 특수주거 침입으로 기소한 경우는 저는 기억이 나는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꼭 특수건조물 침입 혐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가 보더라도 이게 아닌데 무리하게 기소해서 재판까지 갔던 그런 경우는 범위를 넓히면.
◎ 안준형 > 제가 봤을 때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사실은 대부분 무죄가 나오는 사안들은 무리하게 기소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재판 중에 갑자기 막 새로운 드라마틱한 증거가 나와서 무죄가 나온 케이스는 사실 별로 없고 검사가 사건 기록을 꼼꼼히 보고 피고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더라면 기소를 안 했을 사안들이 대부분 무죄판결로 나오는 경우죠.
◎ 진행자 > 마지막으로 재판부에서 판단을 했는데 이건 이 사람 무죄,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 예를 들어서. 만약 이런 식으로 밝힌다면 해당 검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안준형 > 사실 해당 검사에게는 불이익은 없습니다.
◎ 진행자 > 불이익이 없습니까?
◎ 안준형 > 네, 검사는 자기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거기 때문에 나중에 무죄가 나온다고 검사가 징계를 받지는 않는데 다만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할 수는 있는데요. 이 경우에도 구금일을 기준으로 보통 산정이 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배상을 받으려면 사실은 구속이 됐거나 수감 생활을 오래 해야만 현실적인 액수가 나오고요.
◎ 진행자 > 불구속 상태면 그것도 별로고.
◎ 안준형 > 불구속 상태면 교통비에다가 변호사 비용 정도만 받을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검사가 신이 아니니까 실수할 수도 있겠죠. 근데 이거는 실수의 범주로 놓기도 힘든 부분이잖아요. 이 사례 같은 경우.
◎ 안준형 > 그렇죠. 그리고 재판 과정 중에 명백하게 무죄의 사정이 보인다면 앞으로는 검찰 내부에서도 공소를 취소하거나 공소장을 최소한으로 변경하거나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 객관의무,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객관의무에 좀 더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알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이렇게 마무리할게요. 고맙습니다.
◎ 안준형 > 네,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안준형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내용 인용 시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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