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특집] "생활습관병은 의사가 못고친다"…40년간 감기 안걸린 국민의사

윤근영 2025. 4.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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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강비결은 적게 먹고 보람찬 생활 하는 것"…이시형
"탁구경기서 중요한 것은 기량보다 두뇌 풀레이"…현정화
"피아노학원 운영할때 새벽에 원생부모에 손편지"…김미경

[※ 편집자 주= 이번 특집 기사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시작된 [삶]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인터뷰이들이 전해주는 '인생 교훈'을 발췌해 정리한 것입니다. 50여명에 이르는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5∼6회로 나눠 송고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주제별로 정리하지 않고, 인터뷰 순서대로 송고합니다.]

2022년 10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국민의사 이시형. 당시 88세였다 [연합뉴스 사진]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인생의 95%는 건강으로 결정된다.

권력과 명예, 부(富)는 부차적 요소다. 인간에게 생명은 제일 중요한 자산인데, 이 생명의 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건강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타고난 것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인터뷰이들은 소식(小食)하고, 운동하고, 술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담배를 끊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터뷰이들은 이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흡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건강 비결을 모르지는 않는다. 다만 실천을 못 하기에 문제가 생긴다. 실천력도 타고나는 측면이 강하지만, 후천적 노력으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생활에서의 보람도 건강에 중요하다고 인터뷰이들은 전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정년퇴직 후에 건강을 잃거나 빨리 노화된다. 이는 보람, 즉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턱대고 부지런하다고 해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 사고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인터뷰이들은 대체로 이런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전략적 사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노력도, 전략적 사고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아래의 내용은 인터뷰이들이 전하는 인생 교훈이다. ※표시의 내용은 [삶] 인터뷰 진행자인 윤근영 선임 기자의 느낌과 의견을 적은 것이다.

젊은 시절의 이시형 박사 [본인 제공]

88세 국민의사 이시형 박사 "밥을 먹어도 한 숟가락에 불과할 정도다"

-- 건강 관리를 어떻게 하나.

▲ 나는 적게 먹는다. 밥을 먹어도 한 숟가락에 불과할 정도다. 아침에는 그것도 안 먹고 나물을 먹는다. 그리고 사과를 섞은 당근 주스를 꼭 마신다. 당근이 땅에서 나는 모든 영양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 덩치에 그 정도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하는데, 습관이 돼서 배고프지 않다. 체력도 문제없고 속(위장)이 편하다. 가볍게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역도처럼 강한 운동이 아니라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을 말한다.

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를 잘한다. 스트레스가 오면 '그 정도는 있을 수 있지' 하고 받아들인다. 또 중요한 것은 보람찬 생활을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이 나의 건강에 긍정적 기여를 한다. 강연하고, 인터뷰하고, TV 출연하는 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마음의 양식이다. 나는 지난 40년간 감기와 몸살을 앓은 적이 없다.

-- 병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 예방 개념이 제일 약한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는 밥을 빨리 먹고, 많이 먹는다. 폭음 폭식하고 술에 취해 집도 못 가곤 한다. 그래서 병이 생긴다. 생활을 잘못해서 생긴 것은 본인이 고쳐야 한다. 생활습관병은 의사가 못 고친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되면 병원에 안 가도 되는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이나 늙었을 때나 큰 병에 걸려서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 이 인터뷰가 진행됐던 2022년 10월 당시 이시형 박사는 88세의 고령이었다. 그런데도 40년간 몸살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건강 비결은 소식 습관을 유지하고, 타인을 위한 봉사 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그가 의사로서 정신과 분야를 선택한 것도 남북통일에 대비해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022년 10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하종강 당시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연합뉴스 사진]

40년 노동운동가 하종강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에게 물 한 잔 떠다 주는 일을 하고 있을 뿐"

-- 삶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 자녀들에게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사는 삶은 천박하다고 말한다. 집에서 아이들이 햄스터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어미가 새끼를 눈물겹게 사랑하는 것을 봤다. 아이들에게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이렇게 작은 짐승도 할 수 있다. 인간이 이런 짐승과 구별되는 것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을 위해 뭔가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 어떻게 40년간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나.

▲ 노동 상담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고전적 휴머니즘을 충족시키는 측면이 있어서 붙잡고 견뎠다. 능동적으로 개척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더니 견딜 수 있었던 것뿐이다. 나는 노동운동가라기보다는 노동운동 상담 활동가라는 표현이 맞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 한 잔 떠다 주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 40년간 노동운동을 했던 하종강은 현장에서 직접 뛰는 노동운동가들을 옆에서 약간 도와주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행사가 열려도 단상에 올라가 앉아 있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고(故) 노회찬 선생이 단상으로 올라오라고 그를 부르곤 했다고 한다. 이런 겸손이 어떤 분야에서 롱런하고 인정받는 기본기일 수 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인정받기 힘들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데,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들로부터는 이런 욕구를 충족할 수 없으니 좋아하지 않는다.

2022년 10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중인 김미경 [연합뉴스 사진]

스타강사 김미경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손 편지 썼다"

-- 강사가 되기 전에는 무엇을 했나.

▲ 피아노학원을 운영했다. 원생이 200명이나 됐다.

-- 학원장으로서 성공한 것인데, 비결은 무엇인가.

▲ 나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당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학원으로 출근한 다음에 원생 부모들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아이가 피아노학원에서 무엇을 했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담았다. 이 편지를 레슨비 청구 봉투에 함께 넣어 보낸다. 그러면 원생 부모님은 나의 정성을 높이 평가하고 그 편지를 냉장고 앞면에 붙여놓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옆집 아주머니가 보고는 자기 아이를 나의 피아노학원에 보낸다. 이외에도 나는 학원생들을 정성스럽게 챙겼다. 피아노학원인데도 1년에 한 번씩 큰 합창대회를 개최했고, 가족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열었다.

-- 왜 직업을 강사로 바꿨나.

▲ 내가 업계에서 피아노학원 운영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그 결과, 속리산에서 열린 피아노학원장 워크숍에서 강연하게 됐다. 그 이후에 조금씩 강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연을 해보니 사람 사는 것 같았다. 인정받는 느낌이 좋았고 그 효능감이 하늘을 찔렀다. 강연이 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서히 강연의 길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스타강사가 되기까지 노력을 많이 했나.

▲ 긴장돼서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준비해도 강연 시작 전까지는 긴장하게 된다. 강연 원고를 다 정리해놓고, 외우고, 연습도 한다. 직접 운전하는 승용차 안에서도 계속 연습한다. 너무 긴장될 때는 강연 시작 직전에 화장실에 들어가 10분간 '잘할 수 있다'는 이미지트레이닝도 한다.

※ 김미경은 노력을 하되 창의적으로 했다. 무엇보다도 적성에 맞는 분야로 자신의 직업을 변경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아버지와 3시간씩 대화를 나누곤 했던 수다쟁이다. 그가 스타강사가 된 이유다. 아무 분야에서 무턱대고 노력한다고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부지런하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2년 10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현정화 마사회 탁구 감독 [정한솔 촬영]

탁구감독 현정화 "탁구는 머리싸움이다"

-- 탁구 경기에서 머리싸움이 중요한가.

▲ 탁구는 과학이다. 상대방이 잘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을 놓고 싸우면 실력 있는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상대방이 못하는 것과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붙으면 세계를 제패하는 상대방이라도 내가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시합하는 것을 보면, 자기의 장점으로 상대방의 장점과 싸운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지 못한다. 탁구는 기술 싸움이나 힘 싸움이 아니고 운영 싸움이다. 파워가 부족해도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기는 경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선수 중에는 기술이 좋은 사람이 있고, 기술은 좀 부족하지만, 두뇌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두뇌게임 하는 선수가 이긴다.

※ 탁구 경기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이 두뇌라는 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이 전략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테크닉만 구사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도 항상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나가면 목표와 점점 멀어질 뿐이다. 물론, 좌고우면하다 시기를 놓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2022년 10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연합뉴스 사진]

50년 기자 조갑제 "반복적으로 체크한다"

-- 기자 시절에 특종을 많이 했는데. 비결은 무엇인가.

▲ 나는 특종이 기자들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특종을 위해서는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묻힐뻔한 기사를 캐내게 된다. 특종을 많이 하려면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루틴 체크를 잘해야 한다. 크로스 체크도 필요하다. A라는 사람을 만났으면 그 반대되는 B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는데, 팔로우 체크다.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기사를 쓴 뒤에 사안이 어떻게 됐는지 잊어버린다. 나는 기사를 쓰고 나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반드시 체크한다.

※ 고(故) 리영희 선생도 합통통신(현재 연합뉴스) 외무부 출입 기자 시절에 특종을 많이 한 사람이었다. 주머니에 항상 특종 거리를 넣고 다녔고, 부장이 쓸만한 기사가 없어 고민하는 듯하면 바로 꺼내 놓았다고 한다. 비결은 과거에 진행됐던 외교 사안에 대한 깊은 공부였다. 어떤 외교적 사안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공부로 알았기에 특종이 가능했다. 그런데 외무부 고위 당국자들은 "어떤 직원 놈이 외무부 비밀을 알려줬느냐"고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2022년 11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태영호 당시 국회의원(탈북 정치인) [연합뉴스 사진]

탈북 정치인 태영호 "남들보다 10분 먼저 출근하는 게 성공 비결"

-- 몇 시에 일어나나.

▲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운동과 샤워를 한 뒤에 밤새 들어온 메일과 카톡을 체크해 급한 사안을 처리한다. 이어 뉴스를 점검한다. 의원회관에는 오전 7시30분 정도에 도착한다. 귀가해서 잠자는 시간은 오후 11시쯤이다.

-- 좌우명이나 삶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 내가 북한의 외무성에 들어갈 때 어머니는 "성공하는 비결은 간단하다. 남들보다 10분 먼저 출근하고 이를 평생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10분 먼저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이 내 좌우명이다.

-- 본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도전 정신이 있는 편이다. 북한이 2011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했는데, 당시 북한 외무성 사람들 모두가 반대했다. 그러나 나는 김정일에게 보고서를 올려 관철했다. 나의 단점은 너무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한 점이다.

※ 남들보다 매일 10분 먼저 출근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 통제력을 갖춘 사람만이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일 일찍 출근하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효과적 수단이 된다. 태영호 의원이 언급한 도전 정신도 삶에서 중요한 자세다. 시도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박세리 [연합뉴스 사진]

골프 스타 박세리 "느닷없이 슬럼프가 왔다"

-- 인생에 역경이 있었다면 2004년 슬럼프인가.

▲ 그렇다. 느닷없이 슬럼프가 왔다. 내가 게을러졌거나 운동선수로서 치열한 마인드를 잃은 것도 아니었다. 슬럼프가 올 가능성에 대비한 훈련까지 했던 사람이었기에 정신적 혼란이 매우 컸다. 1년 6개월 정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악몽 같았다.

-- 사람도 안 만났나.

▲ 주위에서 "괜찮아, 괜찮아"라고 하는 말이 전혀 괜찮게 들리지 않았다.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도 듣기 싫었고, 제발 혼자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 슬럼프 극복을 위한 노력은 했나.

▲ 반 미친 사람처럼 노력했다. 잠도 덜 자고 더 많이 연습했으며 먹는 것, 자는 것 모든 것을 철저하게 했지만, 점점 나빠졌다. 그때 손가락 부상까지 와서 아예 골프채를 잡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어느 날 지인이 낚시를 권했고, 그걸 하면서 마음이 서서히 정리됐다. 다시 연습하면서 나한테 스스로 이야기하곤 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좋아졌고,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지겠지".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 우승하게 됐다.

※ 슬럼프가 느닷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박세리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골프 연습에 집중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국은 마음을 비우고 기다렸다니 슬럼프가 해결됐다고 한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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