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美달러·국채… 글로벌 금융발작 대비책 서둘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세계의 기축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국제 신인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트럼프가 무자비할 정도로 보복관세 부과에 목을 매는 건 관세수입을 통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줄여 보려는 것이다. 이런 행태가 역설적으로 해마다 정부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디폴트 논란이 펼쳐지고 있는 미 연방정부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만든 계기가 된 셈이다. 미 연방정부 부채는 작년말 기준 35조4600억달러로, 연간 이자만 한해 국방비를 넘어서는 1조1300억달러다. 국채 이자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이자비용이 군사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강대국은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며 이를 '퍼거슨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트럼프 1기를 포함해 과거에도 미 달러화와 국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적이 적지 않았지만 관세전쟁이 촉발시킨 이번 사태는 자칫 2008년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세계 증시가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사람들이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은 미 국채 시장이 심상치 않은 게 진짜 이유였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7일 연 3.86%에서 상호관세가 발효한 9일 0시 1분 직후 아시아 시장에서 연 4.51%까지, 30년물은 5.02%까지 상승하며 금융시장에 공포감을 촉발했다. 채권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의 빠른 상승은 채권 가격의 급락을 의미한다. 안전자산으로 꼽힌 미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 대거 팔자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에선 미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일본과 중국이 매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작년말 기준 일본은 미 국채를 1조598억달러, 중국은 7590억달러 어치 보유 중이다. NH투자증권은 "미 국채시장은 유동성 문제로 인한 기능 고장(malfunction)으로 판단되며, 미 당국의 단기 개입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국채뿐만 아니라 달러화 가치도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약세다.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11일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99.72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3년 7월18일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화 가치는 7% 이상 급락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증시가 급락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달러화로 몰려 국채 값이 상승(수익률 하락)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흐름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엔 지금 트럼프발 금융발작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혹시라도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 만반의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최소 세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러 유동성을 더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외환보유액이 4092억달러(2월말 기준)에 달한다고 결코 안심할 때가 아니다. 100억달러인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리고, 중단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통화스와프 계약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원화 가치 방어다. 원화 가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달러당 1500선에 육박하고 있다(원달러 환율 상승). 달러 보유 확대와 원화 가치 방어가 상반된 정책 목표이긴 하지만 외환당국은 세밀한 정책 조합으로 환율이 더 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이상의 추락은 한국 경제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는다는 뜻이다. 셋째는 국내 금융시스템과 금융기관 건전성 유지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과 자영업 침체 여파로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협 등 2금융권의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며, 은행의 연체율도 급등 추세다. 부실금융기관을 미리 구조조정하고, 이미 국회를 통과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인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속히 상향해야 한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의해 유발된 심각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도 한국의 경제·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정치 긴장이 고조된 상태가 장기화하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전에 미리 대비한 국가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발작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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