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론’ 탄 한덕수 “상생의 꽃 심자”… 지지율 조사에도 등장
트럼프 ‘출마하냐’ 질문에… “고민 중” 답한 韓
호남 출신 경제·통상 전문가… “상품성 좋다”
“대한민국을 아름답고 풍요로운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미래를 여는 상생의 꽃을 심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서 통합과 미래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 대행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독립운동 세력을 이어주는 ‘통합의 구심점’이 됐다”고 말하며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 안팎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 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하면서 희망과 통합 그리고 위기 극복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범보수진영의 대권 주자로 한덕수 대행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한 대행이 ‘통합을 통한 위기 극복’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넘어 차기 정치지도자로서 국가비전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 지지율 조사에 첫 거명… 전문성·확장성은 韓 강점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권한대행을 대선 후보로 옹립하자는 내용의 연판장이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덕수 대망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대행에게 ‘대선에 출마하느냐’고 물었고, 한 대행이 “여러 요구가 있지만 고민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마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진보진영에선 한 대행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라디오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하냐’ 그러면 (출마 의사가 없다면) ‘안 한다’고 단호하게 부인을 했을 것”이라며 “‘결정된 바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걸 보면 한덕수 플랜이 윤석열 시나리오 연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한 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함으로써 극우에서 신용을 인정을 받았다”며 “(한 대행은)대권으로 갈 것이다. 한 대행도, 한 대행 부인도 정치적 야망이 있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한 대행의 이름이 올라왔다. 11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대행은 2%의 지지율로 이름을 올렸다. 한 대행의 이름이 ‘대선 잠룡 등 정치 지도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력한 진보진영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지지율 37%),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9%) 등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지지율이지만, 보수 진영에선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고령인데다,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여론이 먼저 움직였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 일가에선 한 대행이 경제·통상 전문가라는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위기를 돌파하기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고 노무현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확장성에서도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의 무리한 탄핵 정치로 국정에서 배제됐다가 복귀해 대통령 궐위 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인물이라는 ‘스토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덕수 대행이 보수 진영 후보 중에서 상품성이 좋은 건 사실이다. 경제전문가라는 장점도 있다”면서 “다만 여론조사 지지율이 2%에 그친다는 점은 약점이다. 지지율이 5%는 넘어야 의미있는 지지율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거침없는 ‘워딩’… 대통령 권한도 적극 행사
자신에 대한 탄핵 심판이 기각 결정난 후 복귀한 한 대행은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대행은 직무 복귀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제가 50년 가까이 모신 우리 국민 대다수는 나라가 왼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원치 않으셨다”면서 “‘위’로, 앞으로, 올라가고 나아가기를 원하셨다. 서로 입장과 생각은 달라도 위로, 앞으로, 함께 가야 한다는 꿈은 모두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좌우를 따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국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 대행은 또 “주요 국정 현안들을 안정감 있게, 동시에 속도감 있게 진척시킬 수 있도록 저부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이 합리와 상식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오로지 나라와 국민 전체를 바라보며 제가 들어야 할 모든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당시 대국민담화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궐위 상태를 관리하기 위한 대행의 목소리가 아닌, 그 이후를 내다본 정치지도자의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지난 8일에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재재판관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지명했다.
민주당은 보수진영 내 부는 한 대행을 향해 ‘내란 책임자’라고 평가 절하하며, 보수진영 내 부는 ‘한덕수 대망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대행’이라고 불리지 않느냐”며 “지금도 내란은 계속되고 있으며, 내란의 주요 책임자는 여전히 다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행을 향해 “정치적 야심에 빠져 대한민국의 역사를 퇴행시키고 헌법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했고,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한 대행이 노욕에 빠져 위헌·월권의 헌재 쿠데타를 벌였다. 여기에 트럼프 통화까지 팔아가며 출마 장사, 언론 플레이를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와 함께 견제하는 모습도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되도록 많은 분들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 국민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 속에서 의미 있는 경선이 치러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반면, 김문수 전 장관은 “나라 리더십이 흔들리는데 (한 대행) 본인이 대통령 출마하겠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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