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번째 마스터스’ 랑거 “이젠 그만둘 때”…9살 때 캐디로 골프 접한 뒤 마스터스 제패

고희를 앞두고도 시니어 골프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가 마스터스와 작별을 선언했다.

베른하르트 랑거가 1993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그린 재킷을 입고 두 손을 번쩍 치켜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랑거는 8일(한국시간) 마스터스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만둘 때가 됐다. 더는 이 코스에서 경쟁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승, 유러피언투어에서 42승을 올린 랑거는 메이저 대회에선 두 차례 우승했다. 모두 마스터스에서 거둔 것이다. 1982년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그는 1985년과 1993년 우승했다.

10일 막을 올리는 제89회 마스터스는 그에게 41번째 출전이자, 마지막이 된다.

랑거는 “선수로서 그만둘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사실 작년에 그만두고 싶었으나 아킬레스건 수술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40년 동안 힘들면서도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골프가 아무것도 아니던 나라에서, 800명이 사는 마을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유럽이나 외국 선수가 초청받는 것이 극도로 어렵던 시절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하고 세 번째 출전에서 우승한 것은 꿈이 이뤄진 것과 같았다.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800명 정도가 사는 마을에서 자랐다. 골프를 접한 것은 9살 무렵 돈을 벌기 위해 캐디로 일하면서다. 어느 날 골프장 회원 중 한 명이 낡은 골프채를 버렸다. 대나무 샤프트가 달린 2번 우드와 3번·7번 아이언, 그리고 퍼터였다. 랑거는 일이 없을 때 연습장에서 공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도 마스터스에서 뛰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없었다. 집에 TV가 없었기 때문이다. 랑거의 가족은 그가 12살이 됐을 때 비로소 TV를 샀다.

처음에는 유럽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그는 남자 골프 최고의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랑거는 “뛰어난 선수가 되려면 완벽하게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이 포기할 때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1000명도 넘는다. 그렇기에 매우 집중하고, 확고한 결단력을 가져야 한다”면서 “절제된 삶을 살면서 무언가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 선임기자 s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