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데이’에 좋은 날 언제 올까

한겨레21 2025. 4. 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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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을 스트리밍]‘초호화 캐스팅’에 의존한 지드래곤 음악예능… 프로그램 종영일까지 풀어야 할 과제
안성재 셰프를 비롯한 30여 명의 ‘초호화 셀러브리티 군단’이 총출동한 지드래곤 음악 예능 ‘굿데이’. TEO 소셜미디어(@TEO_universe) 제공

7년8개월 만에 지드래곤이 돌아왔다. 기획사와의 재계약 여부로 케이팝 아이돌의 향후 운명이 갈린다는 ‘7년의 저주’보다도 더 긴 공백기를 거친 뒤였다. 2025년, 뮤지션 지드래곤은 일단 정량적 지표로 자신을 증명했다. 정규 3집 선공개 곡 ‘파워’(PO₩ER)부터 타이틀곡 ‘투 배드’(Too Bad)까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3월29~30일 열리는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 또한 매진됐다.

니체까지 소환하는 새 앨범 ‘위버멘슈’(Übermensch)와 견주어보면, 지드래곤 단독 음악 예능 프로그램 ‘굿데이’(문화방송)는 제목부터 다소 싱거운 구석이 있다. ‘굿데이’를 연출한 김태호 피디는 프로그램의 출발점을 이렇게 말했다.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에 ‘10대 가수상’을 더한 프로젝트.” 1984년, 에티오피아 대기근을 위한 구호금 조달을 위해 이듬해 40여 명의 뮤지션이 합동 발표한 ‘위 아 더 월드’는 그 취지와 규모로 전설이 됐다. 그러나 지드래곤의 ‘좋은 날’은 영화 ‘어벤저스’처럼 각 분야의 캡틴들이 모여 그저 한국 대중가요 명곡을 부르는 날 정도다.

프로젝트 완주를 위해 키맨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는 자신보다 특정 역할을 더 잘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위임하는 것이다. 지드래곤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마당발의 몫을 긍정한다. 그에게는 ‘연예계 인맥왕’이라는 정체성을 거부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조세호가 필요하다. 적어도 ‘굿데이’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을 모조리 프로듀서 지드래곤 관계망으로 끌어오는 데 능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지드래곤은 모여든 이들이 힘겨룸하는 순간 방조자로 머무를 뿐이다. 조세호는 자신이 최근 어떤 연예인과 친한지를 과시하고, 데프콘과 정형돈은 누가 먼저 프로그램 섭외 연락을 받았는지를 두고 옥신각신한다. 그러는 동안 지드래곤은 대화의 장에 개입하지 않고 묘하게 비켜나 있다. 그들 옆에서 상반신을 크게 비틀며 웃을 뿐, 음악 이야기로 전환되는 시간을 한없이 유예시킨다.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와 지드래곤이 2분할 화면에 놓일 때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라는 자막이 따라붙는다. ‘흑백요리사’ 심사위원 이전의 안 셰프 이력을 톺아보면 ‘묵묵히’가 어울린다. 그런데 음반 발표·공연 등에서 멀어져 있다가 돌연 대중 앞에 나타난 지드래곤의 지난 행보를 동일한 언어로 묶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지드래곤은 시청자에게 안 셰프가 이 프로젝트 구성원이 돼야 하는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다. “노래를 어려워하시면 (드럼의) 킥만 치는 거야” “(뮤직비디오에) 안성재 셰프가 킥보드를 타고 등장해”처럼 등 안 셰프의 대표 유행어 ‘킥’을 활용한 말장난이 오가는 회의 장면에서는 의아함이 배가된다.

‘굿데이’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4년 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취임사에서 ‘샐러드 볼’을 언급했을 때와 같은 기시감을 준다. 이념과 진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마치 샐러드 볼에 담긴 채소처럼 고유한 특성을 가진 채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그의 말은 공허한 수사로만 남았다. 온갖 재료를 한데 털어 넣고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홍보 문구에 의존해왔던 ‘굿데이’ 제작진은 3월23일 방송을 한 주 결방하며, 고 김새론과의 미성년자 교제 의혹에 휩싸인 김수현이 나온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는 등의 재정비를 예고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왜 30명에 달하는 참가자가 모여야 했을까. 그들 각자의 고유성을 발휘할 기회는 남아 있을까. 프로그램 종영일인 ‘좋은 날’까지 지드래곤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득이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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