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이후 시간 멈춘 폐광서 '달 자원 탐사' 미래를 꿈꾼다고?

신혜정 2025. 3. 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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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달 표면 위에서 자원채굴 탐사선이 네 바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나아간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개발센터장은 "달 표면이 매우 거칠지만, 미리 탐사 지점까지의 거리와 최적 시나리오를 계산해 운행하기 때문에 탐사선이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증단지는 달 자원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의 전초기지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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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태백 함백탄광, 달 실증실험장 변신
굴곡진 갱도가 탐사선 채굴 실증에 유용
10여년 뒤 자원탐사 대비 산업단지 조성
2029년까지 10여개 주요 장비도 개발
28일 강원 태백시 함백탄광 내부에 조성된 달 자원탐사 실증실험실에서 탐사선이 달 남극 표면 모사판을 이동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울퉁불퉁한 달 표면 위에서 자원채굴 탐사선이 네 바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나아간다. 커다란 분화구를 유연하게 빠져나온 탐사선은 자원이 풍부한 표토층을 만나자 포클레인처럼 생긴 팔을 뻗어 월면토를 채취한다. 헬륨3나 희토류 등 희귀 자원의 부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개발센터장은 “달 표면이 매우 거칠지만, 미리 탐사 지점까지의 거리와 최적 시나리오를 계산해 운행하기 때문에 탐사선이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질연이 지난 28일 오후 강원 태백시 함백탄광에서 공개한 ‘달 현지자원 실증 실험장’은 석탄 채굴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인류가 달 탐사를 본격 시작할 2030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자원 채굴 실험을 위해 탄광 내부에 만든 달 남극 모사판 옆에는 과거 갱도로 인부를 실어 나르던 엘리베이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1993년 폐광 이후 멈춰있던 함백탄광의 시간은 올해부터 다시 흐르게 됐다. 지질연과 태백시가 계획한 ‘K-우주자원융합실증단지’가 오는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실증단지는 달 자원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의 전초기지로 쓰일 예정이다. 올해 탄광 내 실험동 운영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옥외실험동을 개소하는 등 달 탐사 산업단지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태백시는 실증단지 조성에 476억 원을 투입한다.

지질연은 앞으로 10년여 뒤 달 자원 탐사가 본격화할 것을 대비해 실증단지를 조성했다. 우주항공청은 2032년 한국형 차세대발사체에 달 착륙선을 실어 쏘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역시 달을 유인탐사하고 자원을 개발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이 달에 주목하는 이유는 달의 남극에 인류 생존을 위한 자원이 풍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달의 표면에는 특히 지구에는 없는 원소인 헬륨3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헬륨3를 바닷물에서 채취할 수 있는 중수소와 결합시키면 핵융합 발전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극소량으로 방사선이나 공해 위험 없는 청정 발전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나사에 따르면 헬륨3 1g이면 석탄 40톤에 달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헬륨3 100톤이면 인류가 1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달 자원 탐사에 쓰이는 기술들. 왼쪽부터 자원추출기, 초소형 위성, 전력 무선전송 시스템. 지질연 제공

굴곡진 갱도가 남아있는 폐광은 지질연의 탐사선들이 채굴 실증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지질연은 4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기업들과 협업해 2029년까지 자원 탐사에 필요한 10여 개의 주요 장비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달 저궤도를 돌며 광물을 탐사하고 통신 인프라가 되어줄 초소형 위성(큐브셋)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하고 있다. 탐사선에 24시간 에너지를 공급할 히트파이프 원자로, 달 표면에서 전력을 무선 전송하기 위한 시스템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이 각각 개발 중이다. 표토층에서 캐낸 자원을 현지에서 직접 분석하는 추출기, 로켓연료 생산장치 등도 달 자원 생산기지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달 현지자원 탐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나타낸 모식도. 지질연 제공

이평구 지질연 원장은 “지난 60년간 함백탄광에서 캐낸 석탄 덕분에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는데, 달 탐사가 성공하면 그 이상의 자원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조성한 실증단지를 향후 나사의 우주자원실증융합협력센터(ISRU Nexus Hub)로 구축해 국제 우주협력 연구에도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태백=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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