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女 사로잡자…초코파이·커피믹스도 결국 '중대결단'
1963년 코카콜라는 '텝(Tab)'이란 제품을 내놨다. 코카콜라의 '저칼로리' 버전이었다. 이듬해 펩시는 '다이어트펩시'로 맞불을 놨다. 저당·저칼로리 음료 역사가 60년이 넘었단 얘기다. 저당 트렌드가 최근 시작된 것으로 아는 일반적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당시 미국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막 높아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보조 제품' 취급을 받았다. 건강보단 맛이 더 우선시됐다. 대체감미료 기술이 지금보다 뒤떨어지기도 했다. 한참 뒤인 1982년, 코카콜라는 '다이어트 코크'를 내놨다. 그 때도 코카콜라서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진 못했다. 본격적으로 비중이 커지기 시작한 건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던 2010년대 들어서다. 이마저도 2010년 중후반대 부침을 겪었다. 대체감미료에 대한 오해가 커졌던 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마다 저당 트렌드가 부상했다가 잠잠해지길 반복했단 뜻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확산하는 저당 트렌드는 역사적 사례와 양상이 다르다는 게 식품업계의 이야기다. 소비자 인식과 기술, 브랜드 전략이 맞물리며 저당 제품이 ‘보조’가 아닌 ‘주류’로 자리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당은 이제 트렌드가 아니라 영구적 패러다임 변화"라며 "제품군이 어디까지 확대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식품업체들의 연구개발 부서는 '저당·제로슈거(무당)' 신제품을 개발하느라 바쁘다. 탄산음료에서 시작했던 '저당 트렌드'가 이젠 식품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신제품 대부분이 저당으로 채워졌다. 하이트진로는 알코올·칼로리·당류가 모두 제로인 ‘하이트제로0.00’을 리뉴얼 출시했고, 롯데웰푸드는 무설탕 브랜드 ‘제로(ZERO)’를 통해 초코파이와 아이스크림 등을 선보였다. 롯데웰푸드는 '제로'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며 제품군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도 ‘요플레 제로 초코링’과 ‘쥬시쿨 제로’ 같은 당류 0g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제로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소스도 저당 소스가 대세다.
음료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노브랜드버거 등 외식 브랜드들은 제로슈가 아이스티나 탄산음료를 도입하며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커피 대표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기존의 인기 제품들을 저당, 저칼로리로 리뉴얼하고 있다. 올해 슈크림라떼를 선보이면서 당과 칼로리를 각각 10% 줄여서 내놓았다. 대체당(알룰로오스, 스테비아)를 활용해 당과 칼로리는 낮췄지만 맛은 그대로 유지한 제품이다. '돌체 콜드 브루', '화이트 초콜릿 모카', '스타벅스 돌체 라떼' 등 일부 기존 음료들의 당류도 줄여가고 있다.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커피믹스조차 올해 제로슈거 제품이 나왔을 정도다. 국내 '저당 시장'은 2022년 3000억원을 넘긴 뒤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저당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2030 여성들이다. 이들은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층으로, 제품을 고를 때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데 익숙하다. 당 함량이 높은 음식은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SNS를 통해 ‘식단 브이로그’, ‘제로 음료 추천’ 등의 콘텐츠가 유행한 영향도 크다.
과거와 달리 제로 제품들의 맛이 개선됐다는 점이 지속가능한 소비가 가능하게끔 하는 이유다. ‘대체 감미료’ 기술의 발달 덕이다. 대표적으로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수크랄로스 등이 설탕을 대신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공 감미료는 해롭다"는 인식이 있다.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적정 수준에서의 섭취는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럽식품안전청(EFSA)과 미국 FDA도 대부분의 대체 감미료에 대해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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