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대행 때문에, 폭싹 속았수다…

임지선 기자 2025. 3. 3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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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이미 마감한 표지이야기에 수정할 일만 넘쳤던 한 주였습니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의 탄핵 절차에 착수(3월20일)했고 같은 날 헌재는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선고일을 3월24일로 공지했습니다.

결국 3월24일, '막장의 대행들'을 표지로 한 한겨레21은 한덕수 대행의 복귀 속에 세상에 뿌려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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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기다리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이미 마감한 표지이야기에 수정할 일만 넘쳤던 한 주였습니다. 2025년 3월, 창간 31돌을 맞은 한겨레21은 커다란 불확실성 앞에서 여러 번 표지를 새로고침 해야 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미뤄져서입니다. 31년 잡지쟁이 역사에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3월24일 헌재는 윤석열 정부의 2인자였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습니다. 한덕수는 곧바로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로 복귀했죠.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됐던 87일 동안 9개의 거부권을 날리며 ‘국회 방어’에 성공한 최상목 권한대행은 유유히 한 총리에게 자리를 돌려줬고요.

헌재 결정 바로 전날인 3월23일은 이 같은 ‘대행 체제’가 백일을 맞은 날이었습니다. 그 백일 동안 ‘대행 권력’은 윤석열 정부의 2인자인 총리 한덕수에 이어 경제부총리 최상목으로, 다시 한덕수로 돌고 돌았습니다. 그 백일 동안 두 대행이 날린 법안 거부권만 15개였죠.

한밤중의 계엄 뒤, 민주공화국의 법도를 무시한 계엄 포고령 선포 뒤, 국회에 군인들이 몰려들어간 뒤 당연히 올 것 같았던 ‘내일’은 쉽사리 오지 않았습니다. 국민은 매일같이 ‘권한대행’이 국회를 상대로 벌이는 ‘거부의 정치’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음으로써 헌정을 유린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특히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9번째 거부권을 내밀었습니다.(3월18일) 이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헌재 결정을 무시한 채 민주당이 최종 시한으로 제시한 날짜까지 무시했습니다.(3월19일)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의 탄핵 절차에 착수(3월20일)했고 같은 날 헌재는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선고일을 3월24일로 공지했습니다. 별 기대할 것도 없는 상황인데 계속 변해서 마침내 마감을 하고 나자 드라마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마감한 나… ‘폭싹 속았수다’.

결국 3월24일, ‘막장의 대행들’을 표지로 한 한겨레21은 한덕수 대행의 복귀 속에 세상에 뿌려지게 됐습니다. 그에 대한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 중 5명(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의 기각 의견, 2명(정형식, 조한창)의 각하 의견, 그리고 1명(정계선)의 인용 의견에 기반합니다. 정계선 재판관의 ‘인용 의견’에 담긴 내용으로 글을 맺습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하여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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