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산불 열흘 만에 잡았지만... 좀비 같은 '잔불과의 사투' 계속

정광진 2025. 3.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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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영남지방을 휩쓴 대형 산불이 30일 경남 산청·하동 산불을 끝으로 모두 진화됐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13시부로 213시간 34분 만에 주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주불 진화가 끝난 산청·하동 산불도 경남도를 중심으로 잔불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이에 경남도는 헬기 40여 대와 산불특수진화대, 고성능 산불진화차 등을 배치해 잔불을 정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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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산청·하동 주불 진화 완료
'3단계 대응' 경남·경북·울산 산불 일단락
두터운 낙엽층·적은 비로 잇단 재발화
30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상공에 진화헬기가 출동한 가운데 지상에서는 119대원들이 고성능 진화차량으로 잔불을 끄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영남지방을 휩쓴 대형 산불이 30일 경남 산청·하동 산불을 끝으로 모두 진화됐다. 다만 큰 불길이 꺼진 상태에서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잔불은 여전해 헬기와 소방차, 진화대원들은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열흘 가까이 영남지방에서 타오른 산불은 30명 사망이라는 최악의 인명 피해와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를 남겼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13시부로 213시간 34분 만에 주불을 진화했다"고 밝혔다. 산청 산불은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213시간 43분)에 불과 9분 못 미치는 역대 두 번째로 오래 탄 산불로 기록됐다. 이로써 최근 '산불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영남권 대형 산불은 모두 일단락됐다.

앞서 지난 22일 발화한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은 6일 만인 27일 진화가 완료됐다. 같은 날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헬기 조종사 1명 포함 26명이 숨지고 산불영향구역이 4만5,157㏊나 되는 역대 최악·최대 산불로 커졌다. 이 산불은 149시간 만인 28일 오후 주불이 잡혔다.

주불 진화에는 성공했지만 사흘째인 이날까지 경북 지역 산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잔불이 언제든 재발화할 위험이 잠복했다. 잔불은 주불이 꺼진 후 짧게는 3일에서 때로는 1주일이 지난 뒤에도 재발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북도가 의성군과 안동시, 청송·영양·영덕군에 분산 배치한 진화헬기 50여 대는 연기만 보이면 이륙하고 있다. 28일 오후 통행을 재개한 중앙고속도로와 서산영덕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통제와 해제가 반복되는 중이다. 지상에서는 매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과 소방관, 군인 등 2,000명이 넘는 진화 인력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영남지방 산불 피해. 그래픽=신동준 기자

소방대원들은 이날 오후에도 연기가 나는 축사나 주택, 퇴비적재소 등으로 출동해 굴착기로 잔해를 파헤쳐 가며 물을 뿌렸다. 영덕군의 한 진화대원은 "진화차량에서 1,300m 거리까지 3시간 동안 호스를 연결해 잔불을 껐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군인들도 야전삽으로 연기가 나는 낙엽층을 긁어내고 등에 진 펌프로 물을 뿌리거나 전투화로 밟아 남은 불을 끄고 있다. 경북도는 조만간 잔불 정리를 마친 뒤 혹시나 재발할지 모를 산불에 대비하기 위해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02년 울진 산불 때 이재민이 200가구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3,200가구가 넘고, 사과밭 마늘밭 송이산이 모두 불에 탔다"며 "이재민 임시 주거를 위해 3,200여 개의 모듈 주택을 제작하는데, 영구 주택에 입주하게 되면 권역별로 분산 비축했다가 유사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주불 진화가 끝난 산청·하동 산불도 경남도를 중심으로 잔불과의 전쟁에 들어갔다. 산청에서 시작된 산불은 지리산 천왕봉 코앞까지 확산했는데, 산불 현장이 해발 900m에 이르는 데다 접근 가능한 임도가 없는 곳이 많다. 게다가 밀도가 높은 작은 나무와 풀들로 인해 진화대원들의 이동도 쉽지 않다. 지역 특성상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이 1m에 달해 잔불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에 경남도는 헬기 40여 대와 산불특수진화대, 고성능 산불진화차 등을 배치해 잔불을 정리 중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민간헬기는 이착륙 시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해 진화 시간이 지체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이번 산불 대응으로 드러난 민간헬기 이착륙 허가 절차 간소화, 야간 진화 장비 확충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동=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산청=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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