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곤란·두통·흉통·트라우마... 이재민·진화대원 건강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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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북 영양군의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강명숙(67)씨는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말했다.
영덕군 축산면사무소에서 만난 강호단(69)씨는 "정신 없이 대피소로 오느라 연기를 막 마셨다"며 "조금만 말해도 호흡이 가빠지고, 누우면 턱까지 숨이 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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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에도 공포·극심한 상실감... 트라우마
"지속적인 의료 관리와 사회적 지지 필요해"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눈이) 아파서…"
26일 경북 영양군의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강명숙(67)씨는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말했다. 화마를 피해 달리던 중 매캐한 연기에 노출된 게 화근이 됐다. 그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이 아파서 잘 떠지지 않고, 두통이 잦아들지 않아 며칠째 잠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북부권으로 번진 '괴물 산불'이 30일 완진됐지만, 고통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재민과 진화대원들은 '산불 후유증'으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대피 중 연기 흡입... 폐·심혈관 위협
이재민들은 신체 이상 증상을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일산화탄소를 흡입하고, 대기에 떠도는 초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호흡기 및 심혈관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영덕군 축산면사무소에서 만난 강호단(69)씨는 "정신 없이 대피소로 오느라 연기를 막 마셨다"며 "조금만 말해도 호흡이 가빠지고, 누우면 턱까지 숨이 찬다"고 말했다. 안동체육관 대피소에 파견된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하루 수십 명이 두통이나 흉통으로 찾아오고 있다"며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가슴이 갑자기 벌렁댄다'며 심혈관계 증상도 보인다"고 전했다.
진화 작업에 투입된 이들도 후유증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의성과 안동 화재에 투입된 상주시청 소속 박모(46)씨는 주말에 24시간 동안 연기에 휩싸인 산을 오르며 '두더지 잡기' 하듯 곳곳에서 솟는 잔불을 잡았다. 다행히 큰불을 직접 마주하진 않았지만, 다음 날부터 목이 갈라지고 따끔한 통증이 생겼다. 대부분 기간제 계약직인 지자체 소속 진화대원은 제대로 된 방진 마스크도 지급받지 못하는 등 업무 환경이 열악하다.
천은미 이화여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유해물질이 폐에 쌓이다 폐포를 타고 혈액으로 퍼지면 폐렴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이 뒤늦게 발병할 수 있다"며 "화재 현장에서 최대한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작은 불에도 화들짝... '트라우마' 남았다
긴장이 풀리고 찾아온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이들도 있다. 불을 연상시키는 대상을 마주하고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게 대표적이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청송군 청송읍 부남리 사과밭으로 돌아온 김란수(61)씨도 2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농약을 치면 순간 뿌예지는데 그때마다 '연기? 또 불났나?' 하고 굳어버려 생업에 매진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주불 진화 후에도 불이 살아날 수 있는 기간이 한달이라는데 잠든 사이 불길이 내려올까 걱정돼 밤을 일주일째 새우고 있다"고 한탄했다. 화마 때문에 단전을 겪고 있는 안동시 길안면 대곡리 주민 60대 김모씨 역시 "밥을 지으려 장작불을 떼야 했는데 가슴이 벌렁거려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붙였다"고 털어놨다.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슬픔에 무력감과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영덕군 지품면 자택이 전소된 김수엽(89)씨는 "집이 다 타버렸어…"라는 말만 반복하다 "밥맛도 없고 잠도 안 오고"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코피가 멎지 않아 청송체육센터 대피소의 의료지원 부스를 찾아온 70대 남성은 "눈만 감으면 타버린 집이 생각 나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동우 인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추억이 깃든 매개물이 송두리째 사라지면 삶이 없어진 것과 같은 상실감이 온다"며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의료 지원과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양·청송=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영양·청송=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안동=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영덕=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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