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내우외환 심화…‘벚꽃특수’ 실종에 ‘관세 전면전’까지

배문숙 2025. 3. 30.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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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장기화 속 소비부진 계속…산불 피해에 지역경제도 타격
美 상호관세·자동차 관세 등 외부 충격 겹겹이…추경도 여·야 합의 난항
부산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하다.[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경제에 동시다발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봄철 지역경제의 회복 동력으로 기대됐던 ‘벚꽃 특수’는 산불과 정치불안 등으로 사실상 사라졌고, 내달부터는 미국발 상호관세도 본격화될 예정으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긴급 수혈’ 역할을 해야 할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는 정치권 공방 속에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29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서비스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8% 줄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2월(95.2)보다 1.8포인트(p) 떨어졌다. 절대 수준도 계엄 이전인 작년 11월(100.7)보다 여전히 낮다.

정치적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전국적인 탄핵 찬·반 집회가 잇따르는 등 사회적 갈등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불로 인한 지역 경제 피해까지 심각하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았다. 이번 산불로 29일 오후 8시 기준 30명이 사망했고, 주민 6800여명이 대피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 영향 구역은 여의도 면적의 166배에 달하는 4만8238㏊로 집계됐다.

정치 불안과 국가적 재난으로 ‘봄나들이’ 분위기도 시들해지면서 지역 경제와 내수는 회복 모멘텀을 또 한번 잃게 됐다.

2분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미국발(發) ‘통상 전쟁’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달 2일 미국 무역 파트너들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이르면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더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내달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부품이지만, 주로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핵심부품이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가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한국으로선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미국이 관세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대체 수출처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 수출은 대미수출 감소를 통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며 “특히 최근 관세 대상으로 지목되는 자동차 등은 대미수출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관세부과에 따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또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 둔화, 경제 심리 위축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경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 사항을 둘러싼 이견이 계속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투입은 ‘신속성’이 핵심인 만큼, 정치권 논의가 길어질수록 추경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통상 위기에 산불 위기까지 겹치면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당장 여·야 합의가 힘들다면, 산불 대응과 통상 대응 등 시급한 부분에 한해서라도 ‘원포인트’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정부 성장 목표인 2.0%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최소 1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통상 환경 변화와 산불 피해 등을 고려하면 필요 재정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보다는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잠재성장률이 이미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현재 경제 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만큼 심각한 위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금리를 내리는 등의 정책적 대응 방안을 우선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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