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대한민국_고려인과 한국 사회 잇는 '공무원'이 된 고려인3세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우리는 '동포'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아픈 역사와 멀어진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된 동포들이 있습니다.
한 세기 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된 고려인들.
세월이 흘러 그 후손들이 우리 곁에 돌아왔지만, 우리는 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태빈 / 시민 : 고려인에 대해선 아예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정효주 / 시민 : 돌아오지 못하신 분들이 모여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재은 / 시민 : 저도 그냥 역사 속에서만 잠깐 그런 식으로 들은 것 같아요.]
[김기범 / 시민 : SNS에서 짧게 짧게 봐서 역사나 배경에 대해서 안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1만 명이 넘는 고려인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생소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 고려인과 한국 사회를 잇기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뛰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인 3세 오 예카테리나입니다. 저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대학원생이며, 대한고려인협회에서 이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딸의 엄마입니다.]
한국 이름은 오예나.
한민족의 아픈 강제 이주 역사 속에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서 생활한 그녀에게 한국은 온 가족의 꿈이 담긴 곳이었다는데요.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할머니께서 항상 그러셨어요. 한국에서는 물도 더 맛있고 공기도 더 좋고 여자들은 더 곱다.]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한국을 꼭 가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언니하고 약속한 적도 있어요. 만약에 누군가 먼저 한국에 가게 되면 다른 남아 있는 사람을 꼭 한국에 오게끔 도와주겠다고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이루어졌어요.]
그러나 막상 한국에 와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조국에 간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인의 눈에 비친 예카테리나 씨는 그저 이방인일 뿐이었습니다.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서 러시아에 이주 갔었는데 거기서 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그래서 제가 그때 경험했던 이주 배경 청소년으로서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 제가 여기에 한국에 와 있는 고려인 청소년들을 이렇게 가르칠 때 많은 도움이 되고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바탕으로 우연히 고려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나쁜 길로 빠져드는 고려인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는데요.
학생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경주에서 이중 언어 강사를 구한다고 듣고 경주에 그렇게 가게 됐는데 고려인 청소년들이 굉장히 많은 거예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비행 청소년들이 많다는 거예요.]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꿈꾸고 배우는 발전을 하는 그런 커뮤니티 청소년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면 '비행 행동들을 안 해도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겠다' 이제(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해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어요.]
경주에서 인천으로 온 뒤에도 봉사 활동은 이어졌습니다.
지난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사랑의 배식' 행사에 참여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음식 배식과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했는데요.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우리도 대한민국 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소속감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서 노력을 하고 같이 함께 (한국 사회가) 발전하는데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예카테리나 씨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습니다.
고려인이 많이 거주하는 인천 연수구청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된 건데요.
앞으로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들의 정착과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첫 출근이라서 엄청 긴장했는데 근데 출근해 오니까 정말 여기 분위기가 너무 호의적이고 다들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그래서 긴장감 싹 다 풀렸고 근데 보니까 많은 분들은 이게 이제 신규 사업이다 보니까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이재호 / 연수구청장 : 우리 구 행정을 이해하게 하고 또 이분들(고려인)도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이제 같이 말을 하고 같은 문화를 겪었던 공직자가 있다면 보다 쉽게 행정에 접근하지 할 수 있겠다. 언어의 소통을 가장 우선시하고, 또 두 번째로는 이제 이분들이 필요한 어떤 법적인, 취득해야 할 이런 것도 모두 다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예카테리나 씨가 일하게 된 '다가치 배움센터'는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민 1만 2천여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려인이라 '고려인 마을'로도 불리는 곳입니다.
인천 함박마을 '다가치 배움터'
고려인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혀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예카테리나 씨는 다양한 도움을 줄 예정입니다.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여기가 연수구 다가치 배움터입니다. 연수구에서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위해 좋은 시설을 지어놨는데, 앞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여기에 와서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 문화도 많이 배우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무관심과 편견의 시선을 딛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고려인 3세 오가이 예카테리나 씨.
한국 이름은 '오예나'입니다.
고려인과 같이, 또 고려인과 함께하는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오 예카테리나 / 이중언어 강사·공무원 : 아무리 언어를 못한다고 해도 고려인들은 그동안 자기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었고요. (고려인을) 재외동포로 같은 동포로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고려인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냥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게 바로 우리의 정체성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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