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과 대결에서 완패 '충격'... 브라질 축구 대표팀, 감독 경질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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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바우 주니오르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남미예선 14차전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에서 1-4로 완패한 뒤 경질됐다. |
ⓒ 로이터/연합뉴스 |
브라질 축구협회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사령탑 도리바우 주니오르 감독을 전격 경질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남미예선에서의 극심한 부진 때문이다. 후임으로는 조르제 제수스 알 힐랄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총 10개국이 참가하는 남미예선은 본래 4.5장의 본선티켓이 주어졌으나 북중미월드컵부터 참가국(32개국-48개국)이 확대되며 남미에 할당한 티켓도 6.5장으로 늘어났다. 자연히 브라질같은 '월드컵 단골손님'들에게는 예선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며 본선행이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정작 브라질은 현재 진행중인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6승3무5패(승점 21)로 4위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치고 있다.
남미 전통의 라이벌이자 현재 남미예선 선두인 아르헨티나(10승 1무 3패, 승점 31)와는 무려 8점차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남미에서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상태다.
에콰도르(승점 23점)과 우루과이(승점 21)가 그 뒤를 이어 브라질보다 앞서고 있어서 본선행이 유력하다. 심지어 2위 에콰도르는 선수 등록 규정 위반으로 남미축구협회의 징계를 받아 승점 3점이 삭감되었음에도 브라질보다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불과 4경기를 남겨둔 현재 브라질은 5위 파라과이(승점 21), 6위 콜롬비아(승점 20)에게 간발의 차이로 추격을 당하고 있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7위 베네수엘라(승점 15점)와는 6점차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2위로 다시 올라설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6,7위로까지 떨어져 월드컵 본선진출조자 아슬아슬한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다. 월드컵 만년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로서는 지금까지 지역예선 통과에 이렇게까지 고전한 전례는 없었다.
브라질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월드컵 본선무대에 개근한 유일무이한 국가다. 본선 최다 우승국(5회), 최다 승점(203점) 기록 등도 보유한 살아있는 '월드컵의 역사' 그 자체다.
지역예선도 마찬가지여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남미예선이 '홈앤드 어웨이 풀리그' 제도가 정착된 이래, 브라질은 월드컵 전 대회 우승국(1998 프랑스월드컵)과 개최국(2014 브라질월드컵)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 경우를 제외하고, 총 5번의 남미예선에서 총 4번이나 최다 1위를 차지했다. 남미예선은 지금까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3회)만이 1위를 양분하는 구도였다.
브라질이 남미 지역예선에서 가장 고전했던 경우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당시 브라질은 호화멤버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에 밀려 3위를 기록한게 지금까지 남미예선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였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브라질은 정작 한일월드컵 본선에서는 절치부심하여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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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월드컵 남미예선 14차전 아르헨티나와의 대결을 앞둔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모습. |
ⓒ AP/연합뉴스 |
선수 못지않게 유능한 감독의 부재도 브라질의 부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임자였던 치치 감독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 본선에서 모두 8강에 그치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물러났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후임자로 무려 1년의 감독대행 체제를 거쳐 도리바우 감독을 선임했다.
도리바우는 브라질에서는 플라멩구와 상파울루 등 여러팀을 지휘하며 자국리그와 리베르타도레스(남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을만큼 나름 인정받은 베테랑 감독이었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우리는 북중미월드컵에서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도리바우호는 첫 대회였던 2024 코파아메리카부터 8강 탈락의 굴욕을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는 파라과이 원정에서 0-1로 패배하고 베네수엘라, 우루과이에 연이어 1-1로 비기는 등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임 치치 감독의 경우, 유럽팀들에게는 약했던 반면, 최소한 지역예선에서는 두 대회 연속 남미 1위를 차지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됐다.
결정타는 지난 26일 열린 라이벌 아르헨티나와의 원정 14차전이었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빠졌음에도 브라질은 뚜렷한 전력차를 드러내며 1-4로 완패했다.
브라질은 이 경기에서 여러 차례 불명예 기록을 추가했다.아르헨티나에게 남미지역예선 사상 첫 더블(2연승)을 허용한 것과,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예선 한경기 4실점'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또한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에 3점차 패배를 허용한 것은 1959년 코파아메리카 이후 66년만의 진기록이었다. 브라질은 이날 패배로 아르헨티나가 안방에서 월드컵 본선 확정 축배를 들고 환호하는데 제물 신세가 되어야했다.
분노한 브라질 축구협회는 결국 아르헨티나전 이후 3일만에 도리바우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하지만 현재 브라질에서 소방수 역할을 소화할만한 노련한 명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또다른 고민이다.
그나마 남은 4경기가 2위 에콰도르와의 원정을 제외하면 파라과이-칠레-볼리비아 등 중하위권팀들과의 경기라는 것은 작은 위안이다. 하지만 이번 남미예선에서 에콰도르의 돌풍이 만만치 않고, 파라과이는 지난 홈경기에서 브라질을 잡았던 팀이다. 최종전 상대인 볼리비아는 원정길이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다. 브라질로서는 설사 본선행에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역대 남미예선 역사상 최저 순위와 사상 첫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굴욕이 현실화될 수 있다.
축구팬들에게 '브라질이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다'는 시나리오는 그동안 전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도 최근 2회 연속 본선진출에 실패했던 만큼 축구에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과연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인 브라질이 위기를 탈출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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