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엔 탄내 진동…“트랙터도 이앙기도 다 탔다” 망연자실
영남 산불 피해 눈덩이
18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은 경북 의성에서 올라온 ‘괴물 산불’이 확산하면서 가옥·농지와 인명 피해가 잇따른 곳이다. 지난 25일 강풍과 함께 불길이 마을을 덮치면서 오후 5시30분쯤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10여 분 만에 불길이 온 마을로 번지면서 주민 대부분 맨몸으로 탈출해야만 했다. 안동시내로 대피했던 일부 주민은 지난 27일 마을로 돌아와 마을회관을 임시 숙소로 쓰고 있다.
창고를 둘러보니 콤바인과 관리기·트랙터 등 농기계가 다 타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강씨는 9.9㏊(3만 평) 농지에 벼농사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다. 강씨는 “다음 달 옥수수 농사를 시작하려면 관리기가 있어야 하는데 모두 불에 타버렸다”며 “잠은 마을회관에서 자도 되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만이라도 제발 찾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탁씨는 임하리 산불이 나기 전 아랫마을에서 먼저 대피해 온 주민들을 마을회관에서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탁씨는 “자원봉사를 하던 중 우리 마을에도 산불이 옮겨붙으면서 맨몸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피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마을 인근 다리에 한동안 고립됐다가 불길이 지나간 뒤에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찬(69)씨는 “호흡기 질환이 있어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집이 불에 타는 바람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며 “몸도 아픈데 언제까지 임시 숙소에서 생활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걱정했다.
임하1리 주민들은 이번 산불로 주택 40여 채가 전소하고 10여 채가 무너지는 등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유창규(68) 이장은 “농작물 피해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출향인들로부터 이불과 담요·전기매트 같은 구호 물품을 전달받을 예정이지만 임시 숙소에 머물기엔 고령자가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동=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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