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지리산 대나무 숲 몰아치는 바람아, 이제는 멈춰다오

최상원 기자 2025. 3. 28. 16: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사찰 덕산사(옛 내원사)는 지난 26일 오후 산불이 국립공원에까지 번진 이후 줄곧 조마조마한 상태이다.

28일 오후 4시 현재 불길은 덕산사 앞 1㎞ 정도까지 접근한 상태로, 다가왔다 물러섰다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쪽에서 지리산국립공원으로 번진 산불의 불길 길이는 28일 오후 2시 현재 6㎞에 이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청 산불, 지리산 주봉 천왕봉 4.5㎞까지 접근
소방당국, 방화선 총력 저지…미군 헬기도 투입
최고 순간풍속 초속 13m 돌풍…다시 불길 솟기도
28일 오후 지리산 덕산사 앞산에 다시 불길이 옮겨붙어 흰 연기가 뿜어나오고 있다. 최상원 기자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사찰 덕산사(옛 내원사)는 지난 26일 오후 산불이 국립공원에까지 번진 이후 줄곧 조마조마한 상태이다. 28일 오후 4시 현재 불길은 덕산사 앞 1㎞ 정도까지 접근한 상태로, 다가왔다 물러섰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날 오후 덕산사 앞산에는 다른 봉우리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불길이 번지면서 수백m 높이의 흰 연기를 내뿜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소방헬기가 줄지어 날아와서 물을 퍼부었지만,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지상에서는 불길이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대의 소방차가 덕산사 주변 숲에 물을 뿜고 있었다.

앞서 지난 26일 저녁 덕산사는 국보 233-1호로 지정된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동의보감촌 한의학박물관으로 이송했다. 또 보물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 석탑인 ‘산청 덕산사 삼층석탑’을 방염포로 둘러쌌다.

지리산국립공원에 있는 사찰 덕산사는 불길이 옮겨붙는 것에 대비해 보물 ‘산청 덕산사 삼층석탑’을 방염포로 둘러쌌다. 최상원 기자

덕산사 주지인 일광 승려는 “지난 26일 소화기 50개를 건물 곳곳에 뿌린 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산불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불길이 조금만 더 다가오면 즉시 대피할 생각이었다. 어젯밤에도 또다시 불길이 다가와서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오늘 아침 일찍부터 소방헬기가 50번 가까이 물을 부어줘서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가 28일 지리산국립공원으로 번진 큰불을 잡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소방 장비와 인력을 지리산권역에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평균풍속 초속 6.9m, 최고 순간풍속 초속 13m의 강풍과 돌풍이 몰아치면서, 불길이 수㎞씩 날아다녀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청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된 육군 헬기가 28일 산청 양수발전소 상부댐에서 물을 뜨고 있다. 최상원 기자

산청 지휘본부는 이날 “지리산 주불을 잡기 위해 아침 6시34분부터 헬기 43대를 동원해 지리산권역에 물을 퍼붓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쪽에서 지리산국립공원으로 번진 산불의 불길 길이는 28일 오후 2시 현재 6㎞에 이른다. 이에 따른 산불영향구역 면적은 80㏊가량이다. 불길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에서 남쪽 4.5㎞까지 접근한 상태이다. 다행히 27일 밤부터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 불길이 천왕봉을 향해 북진하는 것을 잠시 막았다.

소방당국은 불길 앞에 200m 길이의 방화선을 구축해, 불길이 천왕봉 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있다. 또 헬기 43대를 2개 편대로 나눠, 남·북 양쪽에서 불길에 물을 퍼붓고 있다. 국군 헬기는 물론 경기도 평택에 주둔한 주한 미군 헬기 4대도 산불 진화작업에 투입됐다. 방화선이 뚫렸을 때를 대비해 방화선과 천왕봉 사이에는 산불지연제(fire retardant) 14t을 헬기로 공중에서 살포했다. 지상에서는 소방차 등 진화장비 234대와 소방인력 1527명이 투입됐다. 가축 감염병 예방활동에 투입하는 가축방역차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강풍과 돌풍이 불면서 꺼졌던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불길이 수㎞ 떨어진 다른 산봉우리로 날아다니고 있다. 27일 밤 주불을 잡고 잔불 정리를 하던 하동군 옥종면 산불 현장에서는 28일 오후 강한 바람 탓에 다시 불길이 치솟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청 지휘본부는 28일로 정했던 지리산 주불 진화 목표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산청 산불 진화작업에 가축방역차까지 동원됐다. 최상원 기자

산림청 관계자는 “불길에서 천왕봉까지 거리가 4.5㎞라고 하지만, 방화선이 뚫리면 불길이 천왕봉까지 3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다”라며 “그런데 대나무 숲이 많아서 공중에서 물을 뿌려도 물이 땅바닥에까지 스며들지 않는다. 그래서 지형이 험악해서 사람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소방인력이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