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총서 고개 숙인 백종원…진정성은 아직 '물음표'
내부 시스템 재점검…빠른 문제 개선 약속
주주 소통 강화…"정기적으로 경과 공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주주총회에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고개를 숙였다. '빽햄'의 품질 문제부터 농지법·식품위생법 위반 의혹, 원산지 표기 오류 등 잇단 구설수로 논란의 중심에 선 탓이다. 백 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사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들을 신속하게 찾아내 주주들이 기대했던 더본코리아로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성토 우려했지만
더본코리아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 개최한 주총이다. 짙은 남색 정장을 차려입은 백 대표는 시작 15분 전에 이곳에 도착해 주주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의장석에 앉아 안건 자료들을 살펴봤다.
주총은 조용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백 대표가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만큼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랐다. 이날 참석한 주주들도 20명이 채 되지 않아 주총장 내부는 한산했다.
백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창립 이래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원산지 표기 문제 등으로 주주님들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경영자로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 "원점으로 돌아가 회사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있다. 원산지 관리 체계 강화, 외부 전문가 협력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실효적인 내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여러 논란에 대해 입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 대표는 그간 더본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온 게 전부였다. 앞서 백 대표는 지난 13일 자사 홈페이지에 "여러 이슈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제기된 모든 문제들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라며 "저에게 주신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모든 내용을 신속히 개선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신뢰 회복 집중
주총이 끝난 이후 백 대표는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백 대표는 인력 확충에 힘써 미흡한 부분들을 개선해 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기업 규모에 맞는 조직 개편과 슈퍼바이저(관리자)를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주주들을 비롯해 가맹점주, 소비자 등과의 소통도 강화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백 대표는 "그동안은 회사가 실적만 잘 내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 왔다. 외형이 커지면서 생긴 틈새들과 놓친 부분들이 지금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 게 아닌가 싶다"면서 "우리가 하지 않았던, 없었던 조직을 만드는 등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다 열어놓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K(한국)' 열풍이 불어오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더본코리아 브랜드들은 물론 한식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글로벌 진출 방안들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수합병(M&A)과 자체 생산을 위한 시설 투자 등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생산하는 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서로가 더 잘하는 걸 나눠서 하는 게 상생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점주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선 다방면으로 열어놓고 있지만, 주주분들에게 영향이 갈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백 대표는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고, 눈높이를 더 넓혀 나가겠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상장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서 저희 상품 믿으셔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면허증을 얻은 느낌이었다"며 "상장 전보다 고려하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될 게 많다는 걸 잘 몰랐다. 또 혼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가능한 적게 만들어 점주분들과 직원, 주주님들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서영 (sy@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억대 연봉 바이오기업 4곳…알테오젠 2.2억 '최고'
- [공모주달력]에이유브랜즈·한국피아이엠, 25일부터 동시 청약
- 불황에도 R&D 늘린 제약바이오…셀트리온, 4347억 '최대'
- 현대차 자율주행 포티투닷, 1700억 영업손…아직 '죽음의 계곡'
- [단독]그래닛셰어즈 '엔비디아·테슬라 3배 ETF', 런던에서 '신규발행 중단' 위기
- [청기홍기]한화에어로, 투자방향 맞지만 왜 굳이 증자로?…목표가↓
- 한투증권, 사라진 5년치 매출 5.7조…외환거래 손익 과대계상
- 자동차 부품사 '성우하이텍'…"기술·수주·신규사업 3박자"
- [거버넌스워치] 대동그룹 오너 김준식, 외부인사에 꽂혔다…이번엔 ‘현대차맨’
- 김치코인 또 '꿈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