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즈의 경고' 뉴진스, 절실한 각성이 필요하다 [이슈&톡]

김지현 기자 2025. 3. 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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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 그룹 뉴진스 팬덤 버니즈가 이틀 연속 하이브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하이브, 어도어가 문제라는 것일까. 아니다. 뉴진스 다섯 멤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뉴진스 팬덤 내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버니즈는 27일, 28일 양일간 서울 용산 하이브 사옥 앞에 여러 대의 트럭을 보냈다. 메시지를 보니 시위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뉴진스와 소통할 창구가 없는 버니즈가 다섯 멤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가깝다. 트럭 편지라는 표현이 적확하겠다.

"뉴진스 잘된 건 자기 덕이고 뉴진스 욕먹을 땐 뒤로 숨는 주변 어른들은 가스라이팅 멈춰", "6명을 위해 행동하는 NJZ말고 5명을 위한 뉴진스를 응원해".

버니즈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를 겨냥했다. 특히 "어떤 프로듀서와 함께해도 무대에서 빛날 뉴진스를 응원해"라는 문구는 민희진 전 대표에 대한 팬덤 내부의 시선이 상당히 냉소적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소송으로 버릴 3년보다 무대 위에서 3분을 보고 싶어", "너희만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어 이제는 돌아가자는 우리말도 들어줘", "소송 3년이면 이기든 지든 팬들은 지쳐 떠난다", "뉴진스는 어도어와 대화하라 버니즈가 보내는 마지막 포닝이야"

버니즈의 이번 메시지는 열정과 냉정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들의 목소리가 버니즈 모두의 의견을 대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날 하이브 사옥 앞에 여러 대의 트럭을 보낸 팬들은 알고 있다. 뉴진스가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은 소속사 어도어로 돌아가는 것 뿐이라는 걸.

버니즈가 트럭에 새긴 메시지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의미심장하다. 뉴진스가 여전히 보지 못하는 것을 팬들은 간파하고 있었다.



버니즈는 향후 진행될 위약금 관련 소송의 몫이 민희진 전 대표가 아닌 다섯 멤버들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 본 이들은 일찌감치 파악한 바지만, 이해 당사자들과 그 주변인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부분일 것이다. 뉴진스는 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 인용 결정 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팬덤이 간파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앞으로 발생할 모든 가시적 책임이 뉴진스 멤버들에게 지워질 것이라는 현실 직시다.

민희진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뉴진스 다섯 멤버들에게 '어도어에서 나오라'고 지시한 바 없다. 선택은 다섯 멤버들, 스스로로 했다. 계약해지 선언은 어떠한가. 다섯 멤버들이 부랴부랴 기자회견까지 열며 기자들 앞에서 제 입으로 선언했다. 그 곳에 민희진 전 대표는 없었다.

어도어에 발송한 내용증명에 직접 사인을 한 것도 다섯 멤버들이다. (미성년자인 혜인은 모의 서명) 서명 칸에 민희진 전 대표의 사인은 없다. 이 소동의 배후에 누군가의 가스라이팅을 운운하는 건 부질없다. 증명도 어렵고, 관련 소송에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움직여 만들어졌다.



버니즈가 본 것을, 이제는 멤버들도 봐야 한다. 간파를 넘어 각성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도어와 대화하라는 버니즈의 요구를 혹여 일부 팬들의 변질로 받아들인다면 곤란하다. 한국 사법부도, 언론도 자기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뉴진스가 팬들의 목소리마저 의심하고 변화를 주저한다면 이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뉴진스가 가장 염두해야 할 메시지는 "소송 3년이면 이기든 지든 팬들은 지쳐 떠난다."에 있다. 마지막 포닝(뉴진스가 팬들과 소통하는 플랫폼, 문구 의미상 메시지로 해석된다.)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애정 어린 조언인 동시에 차갑고 날 선 경고이기도 하다.

이달 초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의 가처분 관련 소송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모습을 드러낸 건 어도어와 함께할 수 없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함일 것이다.

무대에 서 있어야 할 아름다운 청년들을 법원에서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제 겨우 2년 차 신인이 아닌가. 한 일 보다 할 일들이 더 많을 이들이 그럼에도 전장에 나서야 했다면 부디 납득할 수 이유이길 바랐다. 한국 사회에서 걸그룹 아이돌이 법원에서 포착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프레임의 파급력이 무엇인지 부디 알고 있길 바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뉴진스에게는 전장에 나선 '각오'는 보였지만, 전장에 나선 '이유'는 보이지 않았다. 전장에 나서게 된 '계기'만 어렴풋 보였을 뿐이다.

이날 뉴진스는 어도어가 데뷔 2년 차 신인인 자신들에게 52억 상당의 정산금을 지급한 사실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댓가인 것을, 어도어가 마치 대우처럼 주장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이들에게는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 유무를 증명하고, 민희진 전 대표를 복귀시켜 달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무시된 게 얼마나 부당한지 증명하는 게 더 중요했다.

변론기일 마지막 즈음, 뉴진스는 말했다. "민희진 대표를 잃고 싶지 않다"고. 듣는 귀를 의심했다. K팝 사상 기획사와 전례 없는 전쟁을 벌인 아이들 스타의 입에서 나온 바람이라는 게, 팬들도 아닌 고작 한 사람을 얻는 일이라니. 이들은 사법기관의 포토존에 서서 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애들이 뭘 알아라는 시선이 싫다".

가처분 인용에 이의제기 신정을 한 뉴진스(하니)가 BBC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혜인을 제외한 뉴진스 멤버들 모두 성인이다. 판단과 선택, 그로 인한 결과를 책임지는 일은 민희진 전 대표가 아니다. 멤버들 자신이다. 팬들을 어린 애 취급하고 싶지 않다면, 부디 이들의 메시지에 차분히 귀 기울이길 바란다.

정글 같은 K팝 시장에서 숱한 경쟁자들, 신인 걸그룹이 쏟아지고 있다. 뉴진스는 이제 생존을 위한 변화를 강구해야 한다. 버니즈의 말처럼 늦어지면 안된다. 뉴진스가 내려야 할 선택은 민희진이냐 어도어냐가 아니다. 진정 제 이익을 우선하길 바란다. 그 때야 비로소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팬들이 기다리는 건 그 판단이다.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이슈를 기자의 주관으로 분석한 코너입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DB, 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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