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중단에 ‘혐한’ 인터뷰까지…뉴진스의 행보 괜찮나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 교수)
그룹 뉴진스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어도어 및 하이브와 지리한 공방을 이어왔다. 주로 뉴진스 측에서 폭로하면 하이브가 해명하면서 맞대응하는 구도였다. 회사 측은 뉴진스 측에서 거짓말을 한다며 부정행위 의혹을 주장했다. 뉴진스 측은 회사가 짜깁기, 증거 조작, 거짓말 등 부당 행위를 한 증거가 있다고 맞섰다.
대체로 뉴진스 측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매체와 일부 법조계 인사까지 그들을 지지했다. 누리꾼들의 지지도 컸다. 상당한 혼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하이브는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뉴진스와 민 전 대표의 행위가 오히려 부당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이 증거가 있다며 워낙 자신감을 피력했기 때문에 법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3월21일 마침내 첫 번째 법적 판단이 나왔다.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본안 소송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어도어의 소속사 지위를 인정함에 따라 뉴진스가 독자 활동을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소송 비용도 뉴진스 측이 부담하라고 했다. 물론 아직은 가처분이고 본안 소송이 남아있다. 민 전 대표와 관련된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래도 뉴진스 측의 주장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후 막무가내 행보
뉴진스는 그동안 기가 막힌 행보를 보였다. 어도어 및 하이브와 매니지먼트 계약이 돼있는데도 독자 활동을 선언한 것이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소송을 하거나 위약금을 내야 한다. 뉴진스는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선언한 뒤 이탈해 버렸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황당한 행태였다. 매니지먼트 계약이 이렇게 일방에 의해 쉽게 깨질 수 있다면 K팝 산업은 붕괴하고 말 것이다.
뉴진스는 자신들에겐 잘못이 없고 회사에 모든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눈물을 흘리며 정당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니 그들이 법정에 제출할 증거에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결과를 보면 재판부는 뉴진스의 주장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하이브 내부 주간 리포트 중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을 지칭하는 표현) 워딩'을 담은 문건에 대해 재판부는 하이브의 손을 들어줬다. 뉴진스 측이 해당 문건으로 공격하자 하이브는 뉴진스와 무관한 다른 걸그룹 마케팅 전략 수립과 관련된 문건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하이브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었지만, 많은 누리꾼은 하이브를 비난했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해명이 맞다고 판단했다. 상식적으로 뉴진스는 하이브의 중요한 자산이므로, 하이브가 뉴진스를 버리거나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도 뉴진스 측은 그런 주장을 해왔다.
법원 판단으로 민 전 대표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어도어 전 대표로서 하이브 문건의 진의를 잘 알 만한 위치에 있었음에도 그것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민 전 대표의 다른 주장들에도 물음표가 생긴다. ▲민 전 대표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 건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가 "김민지 등에게 긴 휴가를 줄 것"이라고 발언한 건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과 어도어 사이의 분쟁 건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고유성 훼손 및 문구가 기재된 건 ▲하니가 빌리프랩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 발언을 들은 건 등도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시해' 논란은 국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안이다. 당시 뉴진스 멤버가 타 레이블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은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이다. 사측 관계자들은 국회의원들에게 호통도 들었다. 하지만 타 레이블 매니저는 그저 남일 뿐이다. 굳이 권력을 따진다면 슈퍼스타인 뉴진스가 웬만한 필드 매니저보다 '갑'이다. 실제로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어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되기 어렵다. 게다가 해당 매니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매니저의 말은 무시하는 가운데 뉴진스 멤버들의 주장만 듣고 국회와 언론이 하이브를 질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이슈를 검토한 재판부가 어도어-하이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뉴진스와 민 전 대표는 일단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결과에 뉴진스는 이의를 제기함과 동시에 본안 소송 때 증거를 보강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때 어떤 증거가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뉴진스 인터뷰, K팝 비하로 이어질 수도
뉴진스는 이번 법원 판단 이후에도 독특한 반응을 보였다. 독자적으로 일정을 소화하면서 법 질서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더니 일방적으로 활동 중단 선언을 했다. 급기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하며 K팝 전반을 비난하고 나섰다. 해당 인터뷰에 따르면, 뉴진스 측은 "법원 판단에 실망했다. 아마도 이게 한국의 지금 현실일 것"이라며 "그러나 바로 그게 우리가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다. 한국은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K팝에는 매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회사는 아티스트를 실재하는 인간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바라본다"며 "K팝 산업이 진정으로 변화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티스트가 정말 창의적으로 되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자기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들이 계약 해지 사유로 내세운 것들의 사실 여부를 법적으로 따지는 과정인데, 엉뚱하게 탄압받는 아티스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말들이 혐한(嫌韓)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는 K팝이 인권 억압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뉴진스가 여기에 근거를 제공해준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법 질서와 언론까지 깎아내렸다. 많은 한국 매체가 덮어놓고 뉴진스를 부당한 회사에 의한 피해자로 보도했다. 해외 매체는 더 심할 것이다. 뉴진스를 무조건적인 피해자로 보도하면서 한국과 K팝이 부정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한국의 위신 자체가 떨어지는 일이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를 먹칠하는 여론전으로 뉴진스 독립을 이루려 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회사는 물론 소속 아티스트인 르세라핌 등은 큰 피해를 보았다. 법원이 뜻대로 안 움직이자 이젠 K팝과 한국을 통째로 먹칠하려는 것일까. 뉴진스와 민 전 대표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감성에 호소하고, 여론 몰이를 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증거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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