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두달 앞둔 이복현의 월권…금융당국 수장 또 '엇박' [신민경의 여의도발]
안팎으로 '이복현 금감원장 월권 논란' 재조명
"방금 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MBK파트너스 관련) 센 발언을 했는데요. 이에 대한 김병환 금융위원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26일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선 이복현 원장 발언 관련 김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하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 원장이 같은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파트너스의 변제 약속에 대해 불신을 표하고,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김 원장은 이 원장의 발언을 뒷수습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원장님이 많이도 말씀하셨네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상법 개정안' 두고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입장 정면 배치
최근 들어 부쩍 이 원장은 정부 기조와 대치되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소관부처가 아닌 법에 대해 보도 참고자료까지 내가며 의견을 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시장이 교란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관가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금감원은 법무부를 비롯한 상법 유관부처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공식 문서를 보냈습니다. 이 원장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주 중 총리실과 기재부, 금융위에 관련 문서를 보내겠다"고 말한 가운데 즉시 실행에 옮긴 겁니다.
이 원장은 상법에든, 자본시장법에든 해당 법을 지휘할 위치에 있진 않습니다. 주무부처가 각각 법무부, 금융위여선데요. 법무부와 금융위 등은 여전히 "(주주 보호를 위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논의 테이블 석에 앉지 않은 금감원장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데 당황스럽단 반응입니다.
전날 금융당국 두 수장의 행보를 돌이켜 볼까요. 이 원장은 김 위원장이 잡아 둔 월례 간담회 직전 시간으로 라디오 출연 일정을 잡았습니다. 상부기관장의 중요 일정이 있는 날에는 메시지 충돌이나 주목도 분산을 막기 위해 공식 일정을 잡지 않는 게 일반적입니다. 오전 10시 반 시작되는 금융위원장 간담회를 앞두고, 금감원장은 오전 8시부터 40여 분간 발언했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 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개적 기싸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두 수장은 특히 '상법 개정안'을 두고 배치되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전날 김 위원장은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한 질문을 받고 "상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말했고,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 위원장의 간담회 직전 이 원장은 라디오에서 "상법 개정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국회 전체회의 등 잇단 공개석상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금감원은 김 위원장 전임인 김주현 위원장 때부터 시작된 '금융당국 수장간 엇박자 논란'에 "사실무근"이란 입장으로 대응해 왔지만, 갈등이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입니다.
관가 안팎에선 일관된 정책 방향성이 유독 중요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깨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사란 지적이 나옵니다. 한 국회 보좌관은 "이 원장이 매번 이례적인 일들을 연출하는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업무도 인사도 '광폭행보'…월권 논란 재조명
금융당국 수장 간 서로 다른 결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이 원장을 둘러싼 '월권 논란'이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금감원은 증권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상증자 관련 중점심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시장에서 판단할 '유상증자의 적절성 여부'를 사실상 감독당국이 따져 보겠다는 것이어서 월권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최근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는데요. 이처럼 합법적 자금 조달 수단인 유상증자까지 규제할 경우, 기업들이 사업적인 기회를 놓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됩니다.
최근 당국 안팎 관계자들 사이에선 관할을 넘어선 용역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내부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려고 했다가, 금융위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감원은 감독기능을 수행하고,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금융위의 업무 영역인데 아무리 공부와 조사를 위한 목적이라도 과도했다는 지적입니다.
이 원장은 임기를 두 달여 남기고 외부뿐 아니라 조직 내부적으로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인사권을 쥔 기관장으로서 정기인사를 활용하지 않고 즉각 수시인사를 단행해 내부 반발을 사고 있어섭니다.
최근 공매도특별조사단 실장이 '핀셋 인사'로 보직 해제됐는데요. 팀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한 지 3개월여 만에 보직에서 해임돼 그 이유를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건강 문제로 알려졌지만 취재 결과 일부 후배 직원들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문책성 인사로 파악됐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에도 가상자산조사국장이 문책성 명목으로 돌연 직위에서 해제됐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선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대폭 물갈이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한 직원은 내부 불안을 전하며 "혹시나 뒷말이 나올까 직원 간 말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분위기가 더 팍팍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 원장의 광폭 행보는 금융권이 미뤄 온 문제를 해결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의 경우에도 이 원장이 판매사 전수조사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은행권에 대한 작심 비판으로 여론몰이를 한 결과, 소극적이었던 은행권의 협조를 이끌어냈단 평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장 역사상 최초의 비금융권 인사이자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진 이 원장은 시장에서 '실세'로 불려왔습니다. 그런 이 원장은 2개월여 뒤 임기를 마치고 금감원을 떠나지만 임직원들은 하던 일을 이어가야 합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고강도 발언과 업무 행보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감원 한 직원은 "오랜 시간 축적된 당국 간 업무 시스템이 혼선이 우려된다"며 "뚜렷한 지론이 있더라도 내부 합의를 거쳐 의견을 내놓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회사 한 임원은 "일관되지 않은 당국 기조는 금융사들엔 큰 부담"이라며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당국이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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