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계 에르메스? 웃기는 소리”…中서 외면받는 美 수제버거, 이유는

김자아 기자 2025. 3. 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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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중국에서 돌풍적인 인기를 끈 미국 수제버거가 몰락하고 있다. /중국망 캡처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매서운 한파를 뚫고 7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한때 중국인들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미국 수제 버거 매장들이 중국에서 잇따라 폐점하고 있다.

27일 봉황주간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신선한 야채와 양질의 패티, 주문 즉시 조리, 세련된 인테리어 등을 앞세워 고가 전략을 내세웠던 쉐이크쉑 등 미국 수제 버거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쉐이크쉑은 지점 3곳을 새로 열고, 3곳을 폐쇄해 신규 매장 확장률이 0%였다. 5년 전 쉐이크쉑이 중국에 처음 상륙했을 때 일으켰던 수제 버거 열풍을 떠올리면 이는 확연한 쇠락의 신호로 풀이된다.

중국 1호 쉐이크쉑 매장이 상하이 번화가인 신톈디에 처음 문 열었을 당시 중국인들은 1월 황푸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7시간씩 줄을 섰다.

쉐이크쉑은 클래식 햄버거 68위안(약 1만3000원), 밀크셰이크 41위안(약 8000원)의 비싼 가격에도 구하기 어려운 음식이 됐고, 새로운 매장이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대기 행렬을 만들어냈다.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는 햄버거 하나를 맛보기 위해 ‘진공 포장’을 통해 항공편으로 이를 공수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쉐이크쉑에 웃돈을 붙인 중간 판매상들이 생겨났고, 햄버거 가격은 200위안(약 4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4년이 흐른 현재는 긴 대기 시간 없이 햄버거를 살 수 있게 됐다.

2021년 쉐이크쉑은 2031년까지 중국 내에 79개 매장을 열겠다고 발표했으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45개 매장 개점 이후 정체기를 겪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에 진출한 파이브가이즈, 해빗버거, 칼스주니어 등 다른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버거계 4대 천왕’ ‘햄버거계 에르메스’ 등으로 불리던 이들 매장은 햄버거 당 가격을 최대 100위안(약 2만원)이라는 초고가로 책정했음에도 엄청난 대기 현상을 불러왔으나, 이제는 모두 옛일이 됐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파이브가이즈는 2023년 이후 새 매장을 열지 않고 있으며, 해빗버거는 중국 본토에 단 1개의 매장만이 남았다. 칼스주니어는 모든 직영 매장을 전부 철수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수제버거의 맛이 일반 햄버거보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터무니없이 느껴진다” “햄버거계의 ‘에르메스’라는 식의 표현도 이제는 웃기게 느껴진다” 등 비판 의식을 드러냈다.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의 쇠락을 두고 현지에서는 미국 수제 버거 브랜드들이 ‘햄버거는 패스트푸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이를 고급 식사로 인식을 바꾸려는 동시에 수제 버거가 ‘서구적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려 했으나,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봉황주간은 “고급 수제 버거 매장의 잇단 철수는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며 “소비자들은 이제 철저하게 계산하기 시작했고, 고급 매장을 방문해 인증하면서 마치 ‘신분 상승’을 하는 듯한 느낌에 더는 매료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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