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설 또 고개…창원 협력사 1000곳 타격 우려

이석주 기자 2025. 3. 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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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車관세 25% 내달 3일 부과

- 가격경쟁력 저하로 수출 비상
- 현대차 영업익 34% 감소 전망
- 한국GM 대미 수출 비중 85%
- 韓 생산 줄면 부품업계 등 위기
- ‘中 주주’ 르노 추가관세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같은 날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가격 경쟁력 저하로 수출 타격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 백악관은 같은 날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전동장치) 부품, 전기 부품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부과 시점은 ‘5월 3일 이전’으로 자동차 관세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적용될 전망이다. 실제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현재 발표된 수준에서만 보더라도 악영향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로 전체 자동차 수출액(707억8900만 달러)의 49.1%를 차지했다. 미국의 평균 수입 가격에서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입 가격 비율은 0.8로,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 평균 가격보다 한국산 자동차 가격은 낮은 편이다. 그동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수출한 덕분이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그룹도 피해 불가피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가 부과되는 물량 자체를 줄이면서 앞서 발표한 미국 내 제철소 건립 등 수직 계열화를 통해 부품 및 원자재 관세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대미 수출 규모는 101만5005대다. 현대차가 63만7638대, 기아가 37만7367대를 수출했다. 그러나 투자 계획도 애초에 4년 기간인 데다 캐파(생산능력) 확대, 제철소 건립 모두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차그룹도 당장의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준공식을 연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은 기존 연간 30만 대 규모였지만 증설을 통해 미국 내 공장에 연간 최대 총 12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을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밝혔다. 현대차·기아가 목표하는 생산 능력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관세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70만8293대를 판매했는데, HMGMA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현지 캐파를 100만∼120만대로 끌어올려도 50만∼70만대는 여전히 관세 대상으로 남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한국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연간 EBIT(영업이익) 창출 규모가 8조 원 감소하면서 현 수준 대비 EBIT 규모가 34%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GM의 한국 생산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GM은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의 미국 수출량은 41만 대가량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85%에 달한다. 2019년 군산공장 문을 닫았던 한국GM이 아예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국지엠 경남 창원공장이 생산하는 물량 중 80%도 미국에 수출된다. 이 물량은 그대로 25% 관세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GM이 미국 현지 생산량을 대폭 늘리게 되면 창원공장 생산량은 그만큼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관련업계에 따르면 창원 공장 협력업체는 1차 협력사 20여 곳,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000곳이 넘는다. 경남은 물론 부산 기업도 상당수다.

현대차·기아도 관세 적용을 받아 대다수가 협력업체인 부산 자동차 부품업계는 당장 단가 인하 압박에 이어, 향후 주요 부품 납품처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역의 3차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 일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당장은 계약된 물량과 단가가 있어 여파가 없겠지만, 문제는 올 하반기께 도래할 것으로 본다”며 “생산비 감축 방법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올 하반기 중국 지리그룹의 북미 수출용 ‘폴스타4’ 위탁 생산을 앞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는 지분 34%를 보유한 중국 지리그룹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 기업’으로 찍혀 추가 관세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않아 최초 계약된 생산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작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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