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전도 끊겨" 주민 분노…급기야 레미콘에 물 잔뜩 싣고

정영재 기자 2025. 3. 27. 1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집을 잃은 주민들 중에는 불을 끄려 소화전으로 달려갔지만 아무리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물이 부족해지자 댐 수문이 열렸고 급한 마음에 레미콘 차에 시멘트 대신 물을 채워 넣고 뿌리는 주민까지 나왔습니다.

정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평생을 모아 마련한 집이었습니다.

지붕도 마음도 내려앉았습니다.

[박경순/경북 영덕군 화수리 : 죽고 싶어요, 정말로. 살고 싶은 맘 자체가 없어요. 지금도 손이 벌벌 떨려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고, 감당이 안 돼요.]

불이 쓸고 간 경북 영덕 미동마을.

주택 55채 중 절반이 탔습니다.

주민들이 더 화가 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지난 25일 밤, 불티가 날아들어 집 한 채에 불이 붙었습니다.

주민들은 불을 꺼 보려 5곳에 설치된 소화전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틀어도 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주민들에게 동시에 여러 곳에서 물을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경순/경북 영덕군 화수리 : 저거 뭐 하려고 만들었어요? 돈 없애가며. 집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산불이 쓸고 간 지역은 넓고, 진화 작업은 더디기만 합니다.

불을 끌 물도 부족해지자 소방은 수자원 공사에 댐 수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안동댐과 성덕댐이 수문을 열고 초당 80t 넘게 물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산불 진화를 위해 댐 수문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주민들도 직접 나섰습니다.

레미콘에서 콘크리트 대신 맑은 물을 담았습니다.

안동하회마을 코앞까지 불이 다가오자 바짝 마른 주변 갈대밭을 적시기로 한 겁니다.

[레미콘 기사 : 불티가 날아오고 하면 어디에서 불이 번질 줄 모르니까…자체적으로 워낙 겁이 나니까, 이 부분 일대에 갖다 물을 쏟아붓는 거예요 지금.]

현재까지 불에 탄 주택이나 시설은 집계된 것만 2600곳이 넘습니다.

[영상취재 이우재 조선옥 / 영상편집 홍여울]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