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의 굴욕'이 日을 바꿨다…난상 토론 후 수정, 월드컵 우승이 허튼 소리는 아니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확실하게 당해봐야 교훈을 얻고 분석해 바꾼다는 것을 일본 축구대표팀이 보여줬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지난 20일 바레인과의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C조 7차전에서 2-0으로 이기며 역대 가장 빠른 본선행에 성공했다.
25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0-0으로 비겼지만,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본선 진출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일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잔패스로 상대 공간을 파괴하는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오래 흔들리지 않고 모방해 우스갯소리지만, '스시타카'를 구현해 냈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과 스페인에 모두 2-1로 이기는 놀라움을 연출했다.
16강에 진출해 크로아티아와도 연장 접전을 벌여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미나미노 다쿠미(AS로마),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호브 알비언), 요시다 마야(LA 갤럭시)가 실축하거나 선방에 막히면서 1-3으로 졌다.
이후에도 일본은 모리야스 체제를 유지했다. 다음 월드컵의 목표를 최소 8강 진출로 잡았다. 48개국으로 확대, 32강부터 녹아웃 스테이지가 시작되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A매치에서도 독일을 다시 만나 4-1로 이기고 튀르키예를 4-2로 완파하는 등 전술, 전략의 일관성이 더해졌다.
2차 예선도 적수가 없었고 무난히 3차 예선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3차 예선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던 요르단(2-0 승, 1-1 무)을 6-0으로 완파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수비에 무게를 두고 힘으로 대항하는 상대 팀들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호주, 이란을 상대하는 팀들의 전형적인 공식이었다. 베트남에 4-2로 이겼지만, 후반 40분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의 추가골이 터지기 전까지 한 골 승부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만난 이라크에는 힘에서 밀렸다. 기술로 돌파하려 애썼지만, 패싱 축구에 대한 과신은 전반에만 아이멘 후세인(알 와크라)에게 두 골이나 내주는 실수로 이어졌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질주를 제대로 봉쇄하지 못했고 1-2로 졌다.
이날 패배는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인도네시아를 상대로도 판정 이득을 봤다는 평가 속에 3-1로 이겼지만, 2위로 16강에 올라 8강에서 이란을 만나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피지컬과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유럽 5대 리그에 고루 선수들이 뛰고 있었지만, 조직력을 단번에 만들기는 어려웠다. 이란은 패스 횟수를 줄이는 대신 끈적한 수비와 힘으로 일본을 계속 눌렀고 2-1로 승리했다. 높이 약점을 노출했고 페널티지역 안에서의 힘싸움도 열세라 추가시간 알리레자 자반바크시(헤렌벤)에게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당시 중앙 수비수 토미야스 다케히로는 "(경기 내내) 열정을 느낄 수 없었다"라며 이란의 롱볼 구사에 대한 대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우승 후보 일본의 탈락은 모리야스 감독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됐다. 그렇지만, 일본은 모리야스의 무능을 탓하지 않고 원인 분석에 철저히 나섰다. 당시 '닛칸 스포츠', '스포츠 호치' 등 스포츠 전문 신문은 물론 '사커킹', '풋볼 채널' 축구 전문 인터넷 매체 등은 거의 비슷하게 '일본은 힘과 정신력 싸움에서 밀렸다. 상대의 경기 운영에 말려들지는 않았지만, 이를 뚫는 마지막 한 수싸움에서 밀렸다. 또 소통에 너무 소극적이었다'라며 내부에서 아쉬움을 찾아냈다.
이는 더 정교하면서 힘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문제 인식으로 이어졌고 3차 예선 들어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해 승리를 창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압도적인 본선행을 확정했다.
'스포츠 호치'는 27일 '아시안컵에서의 (8강 탈락) 굴욕 이후 많은 선수가 적극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팀으로 발전했다'라며 달라진 일본의 비결에는 그라운드 위에서 주장 등 특정 개인이 아닌 전원이 역할에 대해 이해하면서 신나게 떠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전 패배 이후) 많은 선수가 리더가 되어야 하다는 것, 소통을 위해 변화했다. 모리타 히데마사(스포르팅CP), 미토마, 이타쿠라 코(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등 카타르 월드컵을 경험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갈등이 생기는 것을 마다치 않고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라는 설명이다.
선수들의 집약된 의견을 바탕으로 모리야스는 스리백에 기반한 전술을 구사하면서 좌우 윙백에 공격적인 선수들을 배치했다고 한다. 골 좀 넣는 도안 리츠(SC프라이부르크)와 미토마가 바레인전에 나섰고 다카이 코타(가와사키 프론탈레), 나카무라 케이토(랭스)가 사우디전에 선발로 뛰었다. 도안과 미토마의 공격력은 이미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인정 받는 부분이다.
일본 대표팀의 경기를 분석했다는 K리그 A팀의 B감독은 익명을 전제로 "우리 대표팀은 사실상 황인범(페예노르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없으면 중심 축이 흔들리는 팀이라는 약점을 노출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이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기본 틀 안에서 서로 약속된 모습이 있어야 하지만, 다소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였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관중들의 분위기를 올리려 박수치고 하는 그런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반드시 수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공간과 공간 사이의 선수 간격이나 역할이 일정하다. 사우디나 호주가 피지컬로 일본을 누르려고 했지만, 템포 싸움에서는 절대 열세였다. 아마 일본에 비긴 것을 다행스럽게 여길 것이다"라며 일관성 있는 전략 안에 세부 변화가 상대의 대응을 어렵게 했던 요인임을 꼽았다.
C팀의 D감독은 "일본이 오래 자기 색깔을 구축해 온 것은 부러운 일이다. 우리도 거대한 계획은 있지만,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전체 방향이 바뀐다. 이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또, 선수들의 기량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발굴이나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라 선수들의 성장이 멈춘다면 과감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략을 짜고 구성하는 것은 지도자만의 유물은 아니다. 특정 선수가 빠지면 해결법을 놓고 고민하면서도 걱정하기 바쁜 한국 축구에 일본은 상당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치열하고 집요하게 서로 떠들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기본 진리를 다시 새겨준 셈이다.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혼란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적 받는 한국은 무엇을 얻었는지, 바꿔야 하는지 여전히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월드컵 우승하겠다"라고 목표를 외친 것이 희화화되고 있지만, 분명 목적성이 있다는 것을 파볼 필요가 있는, 놀라운 일본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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