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심 무죄가 尹 탄핵 심판에 유리? 與의 예상은 [런치정치]

손인해 2025. 3. 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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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건이 대통령 탄핵에 영향을 미칠까 부담스러울 뿐이다."

율사 출신 한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2심이 어제(26일) 전격 무죄로 뒤집혔지만 예상 외로 차분한 목소리였습니다. 이 의원은 "(이 대표 2심 무죄가) 대한민국으로서는 불안하지만, 이게 정치적으로 우리한테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지나봐야 안다"고 하더라고요.

여권에선 이 대표 무죄 판결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을 놓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앞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대표가 무죄 판결이 나오면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었죠. 사건 자체가 다른 이 대표 공직선거법 2심 결과와 대통령 탄핵 심판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요. 이 대표 무죄가 실제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까요, 아니면 불리하게 작용할까요.

일단 이 대표 사건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엔 "헌법재판관들은 정치적"이란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건데요. 직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때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각각 임명·추천한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여권의 주장대로 각하 의견을 냈다는 게 그 방증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조희대 대법관이 추천한 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 총리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이 위법도 아니다"며 국민의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소수 의견을 냈고요.

사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웃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왼쪽)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입구에서 지지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출처 = 뉴시스)

"李 무죄에 보수 재판관 더 뭉칠 것" 기대 

그렇다면 이 대표 2심 무죄가 헌법재판관들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먼저 중도·보수 성향 재판관들을 더 똘똘 뭉치게 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 "'이 대표 2심 사건 재판부도 대놓고 하는데 우리도 대놓고 합시다. 저들도 이재명 살려줬는데 대통령도 살려주고 다 살려줍시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8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일각에선 현재 정형식,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은 소위 '우리쪽 재판관'이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5대 3', '4대 4'로 탄핵이 기각이나 각하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의원들이 있는 겁니다. 우리 편 3명만 똘똘 뭉치면 대통령 탄핵 인용, 안 될 거라는 거죠.

여권 일각에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일부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들이 민주당과 직접 소통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문 대행이 탄핵 인용을 위한 재판관 6명을 못 모은다고 시그널을 주자 민주당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에 혈안이 돼있는 거라고 보는 겁니다.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적"이라는 인식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여당 내에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탄핵감도 아닌데 (헌재가) 촛불시위 여론에 등떠밀려 했다"고 다소 억울해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현재 한국 정치 여론 지형에서 결국 승패는 중도층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대표 2심 무죄 선고를 이 대표 지지자들이 아닌 중도층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여론전에서 나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었다"고요. "윤 대통령이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선 면죄부를 받은 이 대표가
대통령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권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측면에서라도 (탄핵을) 기각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희망 섞인 관측으로 보입니다.

與 일각선 "헌재, 민주당에 줄설 것" 우려 

오늘(27일)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각각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와 파면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 뉴시스)

반대로 이 대표로 대세가 기울어서 헌법재판관들이 미리 민주당에 '줄서기'를 할 것이란 의혹도 여권 일각에서 제기합니다. 여당 복수 관계자들은 "헌법재판소장을 노리는 재판관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다 대세를 보며 결국 이 대표가 흡족해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더라고요.

이 대표 무죄가 국민의힘 유불리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해석이 분분합니다. 조기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지금 여론조사상 국민의힘에서 거론되는 대선주자로 이 대표를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 오늘 라디오(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재명 대표가 무죄를 받은 것이 결코 이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보면 유리한 국면이 아닐 것이란 주장도 있다"고요.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공공연하게 "계엄을 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조기대선에서 이길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데 상대가 이재명이라 해볼만 하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공직선거법 3심 등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은 데다가, 이 대표가 대통령 되면 국회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하지 않겠냐는 보수층의 불안감이 극대화 된다는 거죠.

다만, 조기 대선이 치러질지, 이 대표를 상대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어떤 프레임과 전략으로 선거를 치를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건 예측 불가입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오히려 문제가 간단하다. 조기 대선 치르면 된다. 그런데 돌아오면 더 복잡하다"고 말합니다.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은 대통령이 본인이 약속한 임기 단축 개헌을 언제 어떤 수준으로 할지, 어느 시점에 자진하야할지까지 당과 잘 조율하겠냐는 겁니다. 그때부턴 '당정갈등 시즌2'가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계엄부터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대통령 구속-석방,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기각, 이 대표 2심 무죄 선고까지. 주요 변곡점마다 국민의힘 지도부 전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당의 명운이 걸린만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되도록 헌법재판소를 직접 자극하진 않는 대신 이 대표에 대한 공포 마케팅은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손인해 기자 son@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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