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파동 초래했던 홍콩H지수, 급반등에 투자자들 격세지감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홍콩H지수 상승에 올라타지 못한 개인투자자의 아쉬움이 담긴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중 주요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다. 지난해 이 지수가 2021년(1만2000대)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홍역을 앓았다. 이 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홍콩 ELS) 상품 만기가 대규모로 도래해 '조 단위'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중국 경기부양책, 딥시크 출현 등으로 다시금 9000 선을 돌파하자 격세지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3월 18일 종가 기준 홍콩H지수는 9177.80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9000 선 위로 올라선 건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같은 급등세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글로벌 경기둔화 속 중국 부동산시장 부실, 내수 침체 등이 겹치면서 홍콩H지수를 포함한 모든 중국 주가지수가 끝없는 추락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홍콩 ELS 은행권 판매분(원금 10조4000억 원) 가운데 4조6000억 원은 손실이 확정됐다. ELS는 만기 시점(통상 3년)에 기초자산이 일정 구간 이하로 떨어지면(knock in·녹인)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이다.
"지난해까지 밤잠 못 잤는데…"
반면 몇 개월 차로 올해 만기를 맞는 홍콩 ELS 가입자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1분기 홍콩 ELS 만기 상환액은 약 3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상품 가입은 대부분 2022년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2022년 한 해 홍콩H지수는 4919.03~8822.80을 오갔다. 3월 말 홍콩 ELS 만기를 맞는 A 씨는 "지난해까지 밤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했는데 천만다행"이라면서도 "만기일까지는 계속 긴장 상태일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H지수 반등은 지난해 9월 시동을 걸었다. 국가 경제에서 비중이 큰 부동산시장이 붕괴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급한 불을 껐기 때문이다. 올해 양회에서도 중국 정부는 '5% 경제성장'을 목표로 재정정책을 적극 펴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추론 AI 모델을 공개해 힘을 보탰다. 빠르게 성장하는 AI가 중국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심리 개선을 이끈 것이다. 지난해 9월 8000 선을 탈환한 홍콩H지수는 이후 소폭 하락한 뒤 올해 2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9월부터 은행 ELS 판매 재개
중단됐던 ELS 일선 판매는 하반기에 재개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ELS 가입 허들을 높인 뒤 하반기 은행 판매를 재개하겠다는 후속 조치 내용을 발표했다.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춘 거점 점포의 별도 창구에서 '전액 손실'을 감내하겠다고 동의한 소비자에게만 ELS를 판매하는 게 골자다. 은행권은 앞서 홍콩 ELS 상품을 일반 창구에서 충분한 소비자 보호 장치 없이 불완전판매했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자율배상 기준에 따라 손실분에 대한 배상 절차를 밟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홍콩H지수 급등세와 관련해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계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자들이 홍콩H지수에 점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미·중 분쟁 등 악재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3월 19일 "홍콩H지수가 단기간에 상승하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에 도달한 만큼 변동성 장세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對中) 압박이 공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본 시나리오는 미·중 협상 복귀"라면서도 "두 차례 관세 부과에도 미·중 협상 채널이 복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4월 초까지는 미·중 분쟁 불협화음이 고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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