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코스피 7분 먹통'…넥스트레이드에선 왜 6억원만 거래됐을까

강수련 기자 박승희 기자 문혜원 기자 2025. 3. 27. 06: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체 SOR 가진 키움증권만 'KRX→NXT' 자동전환
전산장애 '가이드라인' 미비 지적…금감원 증권사·거래소 점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수련 박승희 문혜원 기자 = 한국거래소 초유의 '코스피 7분 먹통' 사태 당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에서는 약 6억 5000만 원의 코스피 종목이 거래됐다.

이 시간 동안 키움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한국거래소 주문 내역이 넥스트레이드로 넘어가지 않아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에서 지난 18일 오전 11시 37분~11시 44분 전산장애 당시 코스피에서 거래가 체결된 종목은 총 49개 종목이다. 거래규모는 약 1만 5641주, 거래대금 6억 5349만 원이다.

당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총 850개의 종목의 거래가 7분간 중단됐다. 중간가호가가 문제가 된 동양철관의 경우 3시간가량 거래가 정지됐다 풀렸다.

당시 넥스트레이드 거래 상위 종목 1~4위 모두 유가증권시장 종목이었다. △한화(000880)(8499만 원) △현대위아(011210)(7163만 원) △농심(004370)(7030만 원) △녹십자(006280)(5629만 원) 등이다.

넥스트레이드로 자동 전환 기대했지만…키움증권만 전환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넥스트레이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에서 이날부터 거래 가능한 종목이 기존 110개에서 350개로 확대된다. 2025.3.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내 최초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면서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두 거래소의 가격, 거래비용 등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선택하지 않을 경우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가장 유리한 주문이 가능한 거래소에서 체결되도록 돼 있다.

최선집행의무를 지키기 위해 증권사들은 자동주문전송시스템(Smart Order Routing·SOR)을 활용하는데, 이번 사태에서 키움증권을 제외한 대다수 증권사들의 주문이 넥스트레이드로 자동 전환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체 SOR을 구축한 키움증권의 경우 한국거래소에 들어간 주문이 넥스트레이드로 넘어가 정상적으로 거래가 체결됐으나 타 증권사들의 주문은 그대로 소멸했다.

이는 키움증권의 자체 SOR에 장애 상황에서 거래소 간 자동 전환 기능이 있었던 덕분이다. 대체거래소에 참여하는 나머지 증권사들은 코스콤이나 넥스트레이드의 SOR을 이용하는데 이번 사태에서 이들 SOR은 주문은 제대로 냈지만, 넥스트레이드로 자동전환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개별로 대응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거래소 장애 상황에서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을 보낼 수 있었다"며 "차별화된 시스템이 복수 거래소 체제에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내역은 기존 넥스트레이드를 '디폴트'로 선택해 놓은 투자자들의 주문과 키움증권에서 한국거래소 주문을 넥스트레이드에 넘긴 주문만 더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 시간 넥스트레이드의 주문량이 큰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이드라인 없어 업계도 '우왕좌왕'…가이드라인 마련되나

ⓒ 뉴스1

증권사들은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식적인 장애 안내를 받지 못했기에, 시스템 특성상 수동으로 주문 방식을 전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호가 거부 조치로 책임을 다했으며,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호가가 거부되면 그 사유가 코드로 전달돼 증권사가 인지할 수 있다"며 "거래소는 전산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비해 증권사 업무의 연속성에 지장이 없도록 장애복구 시나리오를 배포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8차례에 걸쳐 대응훈련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번 전산사고 관련 검사에 착수하기 전 증권사들이 SOR을 통해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을 원활히 전송했는지 등 대응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검사를 계기로 전산사고가 발생했을 때 한국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증권사별로 역할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이 정비될지 주목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간 메인 마켓이었던 한국거래소는 전산 오류로 인한 (전체 시장) 중단을 경험하지 못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이런 사례가 발생했을 때 대체거래소로 넘기는 것이 맞는지, 비상가동체계로 복구시켜 진행하는 게 맞는지 공감대를 마련해 (업무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고를 실무상 '중대사고'로 분류하고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25일부터 일주일간 한국거래소 현장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traini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