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엘도라도… 되찾은 응원가로 ‘떼창’

양승수 기자 2025. 3. 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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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
프로야구 직관 열기, 각 팀 응원가도 한몫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LG여” 지난 22일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2만4000여 만원 관중 ‘떼창’으로 떠나갈 듯했다. LG와 롯데가 맞붙었는데 백미는 LG 7회말 공격 직전. 돌아온 응원가 ‘포에버(Forever) LG’가 울려 퍼지자 노란 응원 수건을 든 몇몇 LG 팬들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곡은 LG 팬들 사이에서 가장 회자되던 명 응원가 중 하나. 2016년 저작권 문제로 사용이 중지됐다. 원곡은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출신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의 ‘시크릿 가든의 노래(Song from a secret garden)’. 2년 전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팬들은 야구장 밖에서 이 노래를 육성으로 부르며 아쉬움을 달랜 바 있다. 워낙 사랑받은 터라 “야구장에서 포에버 LG를 못 부르는 게 말이 되나” “육성으로라도 부르겠다” 등 민원이 빗발쳐 LG 구단은 2017년부터 해당 곡 저작권을 담당하고 있는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에 계속 문의했고, 팬들도 원작자에게 응원가를 쓰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노력해왔다. 결국 올해 2월 사용 승인을 받아내, 개막전부터 감격의 ‘잠실 노래방’을 재현할 수 있었다.

그래픽=양진경

이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도 추억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부활한 주장 구자욱(32)의 응원가 ‘달빛소년’(체리필터 곡). 2회말 구자욱이 타석에 들어서자 전광판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신인 시절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 곡은 2015년 구자욱이 신인왕을 거머쥘 때 사용된 곡이지만 2018년부터 역시 저작권 문제로 사용하지 못했다. 삼성 구단이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해결해 다시 야구장에서 울릴 수 있게 됐다.

삼성의 ‘응원가 탈환’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 삼성 왕조 시절 대표적으로 불렸던 응원가 ’엘도라도’를 되찾은 바 있다. 원곡은 1970년대 독일 밴드 ‘굼베이 댄스 밴드’의 곡으로 역시 2017년부터 저작권 문제로 사용이 중단됐다가 삼성전자 독일 법인까지 나서 원작자와 협상을 이어간 끝에 다시 쓰이게 됐다.

한국 프로야구엔 응원가도 ‘역사’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이 응원가 떼창 문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구단으로 퍼졌고, 이제는 리그를 상징하는 풍경이 됐다.

응원가는 ‘공짜’가 아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자회사인 KBOP를 통해 매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에 일괄적으로 사용료를 납부하며, 각 구단은 이를 기반으로 원곡 음원을 응원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곡 작사·작곡자가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사라진 응원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팬 문화와 곡의 상징성, 문화적 가치 등을 인정하며 원곡자들이 입장을 완화했고, 각 구단은 직접 협의 끝에 ‘공식적 허가’를 받아내는 사례가 늘었다. 롯데 ‘부산갈매기’나 LG의 ‘포에버 LG’ 모두 이러한 협상과 설득의 산물이다. 롯데 응원가 ‘부산갈매기’는 2018년부터 사용이 중단됐다가 협상 끝에 2023년 4월 공식 응원가로 재지정됐다. 경기 후반 ‘약속의 8회’에 팬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함께 부르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두산의 대표적인 응원가다. 이 곡 또한 한동안 중단됐지만, 2023년 다시 사용이 가능해졌다.

SSG의 ‘투혼의 랜더스’는 이루마의 ‘Kiss the Rain’을 편곡한 곡으로,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이어져온 응원 문화를 계승하고 있다. 키움은 2017년 저작권 사태로 응원가를 잃었지만 이후 일부 기존 응원가가 복구됐고, 크라잉넛이 헌정한 ‘영웅출정가’는 대표적인 응원가로 자리 잡았다. NC의 대표 응원가는 밴드 노브레인의 곡인 ‘마산 스트리트’다.

KT는 신생팀답게 처음부터 대부분의 응원가를 자작곡으로 구성했다. 원곡 기반인 ‘마법의 성’ 외엔 저작권 이슈가 거의 없는 편이다. KIA는 연고지인 호남을 상징하는 ‘남행열차’를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는 없었으며,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김수희씨는 부산 출신임에도 해태 시절부터 팬이 되었고, 이 인연으로 ‘남행열차’는 KIA를 대표하는 응원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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