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회의서 논의 없었다…상법 개정→자본시장법 개정 물러섰던 정부 선택은?

세종=박광범 기자, 김주현 기자, 세종=최민경 기자 2025. 3. 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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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상법개정 '운명의 시간'②
[편집자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정부로 개정안을 이송했다.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정부는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고민 중이다. 남은 운명의 시간은 열흘 남짓이다. 쟁점을 살펴본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이지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자며 상법 개정의 의지를 밝힌 건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초 한국거래소를 찾아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 게 시작이었다.

곧이어 지난해 3월 정부는 상법 개정 이슈를 주도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외국 투자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다.

외국 투자자들은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묻는 와중에 콕 집어 '이사 충실 의무'를 언급했다고 한다. 여기에 주주들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 밸류업을 향한 정부 의지 등이 더해져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중량감있는 고위 인사들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연이어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6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편집인 포럼에서 정부의 상법 개정 움직임을 두고 기업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기업에서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건설적인 논의가 중요하다"며 "건설적인 논의를 하면 지배구조 개선으로 합의가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의지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법 개정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논의 중인 안건 중 하나여서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정부의 답변"이라며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해 어느 법을 어떻게 개정할지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떤 법을 개정할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부터 상법 개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후퇴했단 해석이 나왔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면 대상이 상장 기업으로 축소된다.
◇ 정부, 상법 개정 →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선회
이후 정부 공식 입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정리됐다.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활동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단 점을 고려한 결과였다. 특히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 속 글로벌 관세전쟁까지 현실화하며 기업 경영 리스크가 한층 커진 시점에서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규제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주주 보호를 위한 대원칙'을 제시한 데 반해 정부가 주장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합병이나 분할 등에 한정된 '핀셋 규제'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등 자본시장법 165조의4에 규정된 행위를 할 때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비상장사를 포함해 모든 기업이 대상인 상법 개정안과 달리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법 적용 대상이 축소되고 이사회의 주주 보호 노력도 합병이나 분할 같은 행위를 할 때로 한정된다.

이와관련 최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말고 주주를 포함하느냐의 문제는 많은 법학자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자본시장 법령을 고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79인,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상법 개정안 통과 후 신중한 정부
정부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빗발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크지만 상법 개정을 바라는 일반 주주들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 고민이 깊다는 분석이다.

정부 내 이견도 확인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적으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주식·외환시장이 같이 흔들리게 될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원장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4월2일 상호관세 이슈가 불거질 것이고 4월 초에 또 정치적 불안정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중요한 시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부의 주주가치 보호 의지를 의심받을 것이고 이는 주식·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 입장은 다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정하는 내용의 선의를 달성할 수 있느냐를 봤을 때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신중론을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상법 소관부처인 법무부의 판단이 우선이라는 게 내부 분위기다.

다만 거시경제·금융당국 수장들간 협의체인 이른바 'F4 회의'에선 상법 개정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정부 내 갑론을박으로 상법 개정의 운명이 흐릿해진 가운데 공은 이제 막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넘어간 상태다.

한 권한대행는 상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6개월 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경영 환경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병존한다"며 "정부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있고 경영 환경 위축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면서도 주주를 보호할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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