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마~어서대피' 작동?…경북도 "안됐으면 피해 더 컸을 것"

류상현 기자 2025. 3. 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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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이 산불로 전소돼 폐허가 되어 있다. 2025.03.26. lmy@newsis.com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의성 산불'로 주위 여러 시군에서 사상자가 나오면서 경북도가 자랑하는 주민대피 시스템인 'K-마~어서대피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 대피 시스템은 지난해 9월 26일 세종청사 중앙동 대회의실에서 행정안전부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및 기후 위기 재난 대응 혁신방안' 회의에서 지자체 우수사례로 선정돼 경북도가 발표까지 한 바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극한호우 속에서 주민들을 구해낸 이장들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사전 대피만이 주민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안으로 판단해 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주요 내용은 ▲12시간 사전 예보 ▲1마을 1대피소 구축 ▲마을순찰대 운영 ▲주민대피협의체 구축 등이다.

경북도는 발표에서 이 시스템에 따라 전국 최초로 주민 자조 조직이자 재난 대응 상비군인 마을순찰대를 구성해 재난 우려 지역을 대상으로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유사시 주민 대피를 도와 인명피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의성 산불 재난에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기습 폭우와 달리 이번 산불은 의성에서 시작돼 인근 시군으로 번지면서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폭우 때는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으나 이번에는 이미 14명(26일 현재 경북도 공식 집계. 경찰 집계 18명과는 차이가 있음)이 사망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폭우 때는 전년의 '예천 참사'에 따른 교훈으로 사전에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안전 지역으로 대피시켰으나 이번 화재에서는 다소 안이하게 대응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K-마~어서대피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막을 수 있었다고 강변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에 7개 시군의 마을순찰대가 2만3318명을 대피시켰다.

안동에서는 4052명을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2명(72세 여. 50대 여)은 대피명령을 거부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성군에서는 2737명을 대피시켰으며 인명 피해는 없다.

청송군에서는 산불 발생 하루 전부터 대피 준비에 들어가 26일까지 1만391명을 대피시켰으나 65세 여성이 대피중 교통사고(추정)로 숨졌고, 85세 여성과 78세 남성은 이장이 긴급대피를 위해 방문했을 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치매를 가진 82세 여성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다.

영양군에서는 1493명을 대피시켰으나 차량으로 대피 중 4명이 차에 불이 붙으면서 숨졌다.

영덕군에서는 4345명을 대피시켰으나 요양시설 21명의 입소자를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6명이 탄 차가 불이 붙으면서 요양보호사 2명과 입소자 1명 등 3명이 구조됐으나 나머지 3명은 차가 폭발하면서 구조되지 못했다.

이 밖에 봉화군 15명, 울진군 285명이 대피한 상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생각 이상으로 빨리 들이닥친 산불로 대피 준비를 제대로 못했거나 갑작스레 탈출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강력하게'(경북도의 방역 매뉴얼) '일찍' 사전 대피를 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박성수 경북도 안정행정실장은 "사전 대피를 충분히 했다. 그러나 대피를 거부하는 사람도 많고 순찰 범위가 넓어 대피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초속 20m의 강풍이 일정한 방향 없이 불고 시계가 0인 상황에서도 마을순찰대와 이장들이 많은 목숨을 구했다"며 "'K-마~어서대피 프로그램'이 없었더라면 사상자 수에 0이 한 개 더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산불 진행 방향과 속도에 맞춰 선제적으로 주민을 대피시키고 대피거부자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력해 강제 대피를 시키겠다. 또 대단위 이재민 발생에 대비해 생필품, 구호품을 적기에 보급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며 "특히 국가 유산, 송전탑, LPG 시설 등을 집중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pr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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