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평양 의사들 모스크바서 실습"…필수 의료장비 지원 가능성
러시아가 북한과 북한 의료진 실습 교육과 제약 산업 현대화 지원에 합의했다. 러시아가 보건·의료 분야 지원을 통해 사실상 북한군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 제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전설용 부상을 대표로 한 북한 보건성 실무대표단이 24일 모스크바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전하면서 "이번 방문에서 양국 간 보건·건강 분야에서의 시급한 논의들이 합의됐다"고 밝혔다. 북한 보건성 대표단은 지난 17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7박 8일의 일정을 소화했다.
대사관 측은 "평양의 의사들이 모스크바 최고의 의료센터에서 심장혈관 질병과 종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실습을 계속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며 "러시아 측은 북한 제약의 현대화와 현대적인 항생제 생산 계획 실현에 협조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의 보건·의료 협력은 북한이 2023년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부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보건·의료 체계는 수백만 명의 아사로 이어진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만성적인 경제난이 이어지며 붕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2022년 5월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필수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약초와 전통 치료법을 사용하는 고려의학(한방) 치료를 확대하는 미봉책을 내놨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경증 발열환자를 치료하는 민간요법으로 "금은화나 버드나무 잎을 더운물에 우려서 먹는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평양 종합병원 개원과 관련한 언급도 있었다. 대사관 측은 "북한에서 새로운 의료기관 창설 중 문제점을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며 "이룩된 합의들이 기한 안에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긴밀한 연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측이 평양종합병원 개원에 필요한 의료장비나 기술 지원에 나설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말 평양 종합병원 건설을 마쳤다고 발표하면서도 개원은 오는 10월에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료장비 반입이 원활치 않아 개원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평양 종합병원 개원은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된 '1호 사업'이기 때문에 러시아 측과의 협력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종전협상에 시동이 걸림 만큼 북·러 정부 간 위원회에서 이미 합의된 에너지, 농업, 관광, 교육 등 분야의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의약품은 인도주의적 지원에 속하는 만큼 대북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장비의 경우 사용된 부품이나 회로 등에 따라 대북 반입이 금지되는 제재 대상에 속할 수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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