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상품 ETF에 '원가' 매겨보라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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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전쟁터다.
한쪽에서 수수료를 내리면 다른 쪽에서 곧바로 더 낮추는 경쟁이 치열하다.
만약 운용보수가 과도하다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ETF 시장 특성상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운용사가 등장할 것이다.
ETF 수수료 경쟁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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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가격경쟁 막아선 안돼
나수지 증권부 기자
요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전쟁터다. 한쪽에서 수수료를 내리면 다른 쪽에서 곧바로 더 낮추는 경쟁이 치열하다. S&P500 같은 미국 대표지수형 ETF에서 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는 연 0.0001%까지 떨어졌다. 개별 ETF 덩치가 10조원 규모로 커져도 운용사가 한 해 가져가는 돈은 1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누가 봐도 남는 게 없는 장사다.
그러자 금융감독원이 나섰다. 운용사들에 상품별 원가를 산정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특정 상품은 ‘원가 이하’로 팔고, 다른 상품에서 과도한 이익을 남기지 않았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운용사들이 알아서 수수료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아이디어와 운용 역량이 품질을 판가름하는 금융상품을 놓고 원가를 계산해보라는 요구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연구원 월급으로 보고서 원가를 책정하거나, 물감이나 캔버스 값을 근거로 그림의 원가를 따져보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가를 감안해 상품 가격을 정한다는 전제도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 가격은 원가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이 만들어내는 신호다. 원가보다 싸게 상품을 판다고 막을 일이 아니고, 비싸게 판다고 욕할 일도 아니다.
가격은 전략이기도 하다. ‘미끼상품’에서 마진을 남기지 않는 대신,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킬러상품’에서 이익을 내는 건 흔한 마케팅 기법이다. 운용보수가 원가 이하인 상품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싼 상품을 산 투자자만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만약 운용보수가 과도하다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ETF 시장 특성상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운용사가 등장할 것이다. 소비자도, 운용사도 바보가 아니다.
ETF 수수료 경쟁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펀드매니저의 실력에 따라 성과가 결정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정해진 규칙대로 운용하는 패시브 방식이 대부분이어서다. 운용사 간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운용사들의 수수료 경쟁을 고운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다. 투자자의 장기 자산 증식을 위한 상품 개발보다 손쉬운 수수료 경쟁에 매몰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치열한 보수 인하 경쟁이 운용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금감원의 우려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외면받지 않도록 상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건 운용사들이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다. 투자자들은 다양한 잣대로 ETF를 판단할 역량을 갖고 있다. 시장의 이런 가격 경쟁을 규제당국이 막아서는 게 정당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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