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밥 딜런에 자극받고 13년 만에 새 노래들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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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의 거장 밥 딜런이 잠자고 있던 정태춘의 창작욕을 깨웠다.
내달 아내 박은옥과 함께 만든 앨범 '집중호우 사이' 발표를 앞둔 정태춘은 2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랜만에 곡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밥 딜런을 만났다"고 말했다.
'도리 강변에서'와 '집중호우 사이' 등 앨범에 담긴 10곡에서 정태춘은 함축적인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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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콘서트 투어, 시집 출간, 붓글 전시 등
미국 팝의 거장 밥 딜런이 잠자고 있던 정태춘의 창작욕을 깨웠다. 내달 아내 박은옥과 함께 만든 앨범 ‘집중호우 사이’ 발표를 앞둔 정태춘은 25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랜만에 곡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밥 딜런을 만났다”고 말했다. 수년 전 붓글 쓰기에만 전념할 때 우연히 읽게 된 밥 딜런의 가사집에서 음악 창작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전혀 다른 세계와 세계관, 환경에서 예술적 영감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자극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말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 곡을 쓰게 됐다”고 했다.
‘집중호우 사이’는 2012년 정규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이후 13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이다. 정태춘은 4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던 2019년 여러 인터뷰에서 “새 노래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 바 있다. 이번 앨범 수록곡 작사·작곡은 대부분 2022년에 완성했다. 그는 “그전까지 써놨던 메모들, 시, 붓글,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을 훑어보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며 곡을 썼다”고 설명했다.
콘서트, 전시, 서적 출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등으로 데뷔 40주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단순히 앨범 발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콘서트, 전시, 시집 출간 등을 아우르는 ‘문학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내달 17일 부산을 시작해 대구, 울산, 서울 등을 잇는 전국 콘서트 투어를 하고 노래 시집 ‘집중호우 사이’와 붓글집 ‘노래여, 노래여’를 출간하며 붓글 전시회도 연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준기 미술평론가는 “정태춘의 음악 세계 자체가 문학이고 그의 문학적 성취가 문학의 힘, 문학의 서정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문학 프로젝트라 명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제목인 '벽을 깨라'는 정태춘의 붓글에서 따왔다. ‘상식, 고정관념, 격식과 규범, 독점과 차별 등 모든 억압의 벽들과 야만의 벽을 깨자’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야만의 벽을 돌파하는 지성의 힘, 양식의 힘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리 강변에서’와 ‘집중호우 사이’ 등 앨범에 담긴 10곡에서 정태춘은 함축적인 은유와 상징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노래한다. 일상의 공간이나 작업실로 오갔던 강원 원주, 지인들과 다녔던 지리산 등 자연의 풍광 속에서 얻은 영감을 시적 언어로 담았다. 8곡은 직접 불렀고, 박은옥은 2곡을 불렀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명예교수)는 “사라진 공동체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이번 앨범 10곡에 담긴 공통된 주제”라고 풀이했다.
1978년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정태춘은 포크음악에 토속적 선율과 시적인 가사로 주목받았고 이후 사회참여적 성격의 음악과 공연을 통해 시대의 부조리와 싸웠다. 정부의 가요 사전심의에 저항하며 1996년 사전심의제도 폐지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다만 이번 앨범에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은 없다. “사회고발과 저항을 담은 노래가 필요한 때가 있고, 나이가 들면서 문명이나 역사 전반을 바라보는 상황도 있을 겁니다. 공동체 안에서 나의 삶에 관한 관심, 우주 속에서 나는 무엇인가 하는 관심으로 변화할 수도 있죠. 노화하는 과정에서 이런 변화가 생겼고 그 속에서 충실하게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부는 음악을 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노래가 가진 힘, 노래를 통해 할 수 있는 표현 등을 생각하면 노래를 하는 일보다 노래를 만드는 일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정태춘) “45년여 노래를 했는데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요즘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다시 태어나도 음악인이고 싶어요.”(박은옥)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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